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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김성욱 프로그래머님과의 인터뷰(영화울림)

middleguy
2009년 06월 01일 11시 35분 50초 4304
‘유일한’ 영화 도서관
시네마테크 - 서울아트시네마의 위기
프로그래머 김성욱

영화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컬러 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흑백 영화가 있었고 유성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무성 영화가 있었다. 헐리우드가 자리를 잡기 전에는 독일 영화가 전세계를 휘어잡았고 일본 영화가 6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적도 있었다. 촬영에 대한 개념은 이미 50년 전에 확립되기 시작되었고 현대적인 편집에 대한 개념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오손 웰스의 <시민케인>은 개봉당시(1941년) 완전 망했지만 지금은 가장 위대한 영화 1위에 꼽힌다. 이두용의 <뽕>은 TV를 틀 때마다 조형기 아저씨 때문에(?) 비웃음을 당하지만 사실은 꽤 작품성이 있는 영화다.
위에 언급한 영화사나 관련 영화들이 ‘도서관의 장서들’처럼 차곡차곡 정리되어 보관된 곳이 있다. 바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다. 2002년 처음 필름상영의 형식으로 발전한 뒤 2005년 현재의 종로구 낙원상가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시네마테크는 영화 도서관 같은 곳이다. 고전영화와 예술영화 및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의 제3세계 영화들도 볼 수 있는 영화의 영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문화예술적 ‘공공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시네마테크가 최근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월2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현행 지원을 ‘공개 공모’로 전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사실상 영진위가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을 빌미로 시네마테크를 통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전 논의나 영진위 내부의 의견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이번 사태는 그동안 힘겹게 민간의 힘으로 공공의 영역을 지키려 노력해 온 시네마테크 관계자들은 물론 영화의 주인의 관객들에게 뒤통수를 친 일이다. 이에 <울림>은 사건의 심각성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오늘도 열정 하나로 시네마테크를 이끌고 있는 김성욱 프로그래머님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져 보게 되었다!!!

이민우(이하 ‘이’):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저 기억나시나요? 거의 매일같이 이 극장에 왔었는데요.
김성욱(이하 ‘김’): 글쎄.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주 오시는 관객분들 같은 경우 눈에 많이 익기는 해요.
이: 저는 사실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디 앨런이나 세르지오 레오네 같은 감독들과 처음 만나게 된 건 물론이고 70
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나 말로만 듣던 독일의 뉴 저먼 시네마 같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공간이 바로 시네마테크입니다. 일단 시네마테크는 어떤 곳인지부터 간략하게 설명해주십쇼.
김: 시네마테크는 고전영화와 예전에 평가받지 못한 영화들을 다시 재상영하는 쉽
게 말해 영화의 ‘도서관’ 같은 곳입니다. 검증된 고전 영화나 예전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오늘에 이르러 다시 재평가 받을만한 영화들을 관객들과 같이
공유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공간입니다.
이: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김: 시네마테크는 맨 처음 아주 소규모의 영화인들이 나름의 ‘영화클럽’을 만들어
시작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소규모 그룹이었죠.
처음엔 당연히 필름상영이 안되니까 비디오를 통해 영화를 같이 봤죠. 장소도
일년에 몇 번 공간 하나를 빌려서 상영회를 개최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사람들도 많아지고 커지면서 2002년 소격동에 상설극장을 일년 간
임대하는 형식으로 차츰 지금의 형태를 띄기 시작한겁니다. 그러다 2005년 지
금의 종로구 낙원상가 꼭대기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이: 그런 시네마테크가 최근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름아닌 지난 2월2일,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측으로부터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을 공모로 전환한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이에 2월 28일, 원래 상영하기로 했던 영화
상영 대신 긴급토론회를 열기도 하셨는데요.
김: 시네마테크는 ‘공공성의 가치’를 가진 곳입니다. 민간이 운영하지만 공공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그 자체로 공공성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시네마테크의 경우 고전영화와 예전 예술영화를 박물관이나 도서관처럼 언제든지 찾아와서 저렴하게 영화도 보고, 어느 날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책에 푹 빠지게 된 사람이 계속해서 책만 사고 책에만 몰두하는 게 아닌 도서관이란 공간 자체에도 흥미를 느끼듯이 그런 공적인 장소를 확보하고자 하는 성격이 큽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다시 한번 민간이 자율적으로 공공성의 가치를 지닌 특히 문화예술적 사업을 한다는 게 역시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민간이 공공적인 문화예술 사업을 하는 게 힘들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무리 공공적인 일을 하려 한대도 결국은 시장 안 에서 해야 한다 라는 점입니다. 사실 시장 안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극장이라는 건 경쟁적인 구도입니다. 하지만 시네마테크는 반대입니다. 상영되는 영화나 프로그램은 되도록 경쟁적 구도에서 벗어나려 노력 중입니다. 오히려 경쟁적인 구도에서 도태된 영화들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할 때도 있죠. 사실 시장의 경쟁적 구도란 영화를 선택할 때 영화의 작품적 가치가 아닌 시장가치나 마케팅적인 가치를 우선으로 해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작품의 가치성과 아직 평가받지 못한 작품을 다시 보자라는 주의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죠. 시장적 가치처럼 미리 산출적인 데이터를 구축해서 콘 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은 극장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경쟁적인 구도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데서 오는 어려움이 첫째입니다. 또 하나는 재정적인 문제인데요. 국가나 정부, 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그 동안 영진위의 지원을 받았던 부분이 그런 측면 입니다.
이: 그럼 현재 영진위가 공모 전환으로 바꾼다는 게 문제가 되는 건 무엇인가요?
김: 영진위가 지원을 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안됩니다. 문제는 영진위가 지원을 핑계
로 시네마테크를 간섭하고 마음대로 운영을 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원래 시네
마테크는 민간이 처음 시작해 여지껏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관계자들과 씨네필
들이 운영하던 곳입니다.
이: 원래 올해 3월부터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을 공모로 전환한다고 했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일단 일 년 유보된 상태인데요. 2010년이 되면 다시 이같은 진통을
겪어야 합니다. 이번 영진위 통보에 대한 문제 중 또 하나 제기된 건 정작 전
환을 통보한 영진위가 그 후 전환에 관련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내놓
고 있지 않다라는 겁니다. 그 사이에 구체적인 방안책이 나온 게 있습니까?
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구체적인 방안 같은 게 아닙니다.
정책적인 판단의 전환이 왔다 라는 게 문제입니다. 이번 전환은 그동안 7년간
아무 문제없이 해오고 있던 사업을 강제로 바꿔야 한다 라는 걸 뜻합니다.
이 전환은 시네마테크가 가지고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이: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한것 같습니다.
김: 예. 정치적인 게 크다고 봅니다. 무엇이든 판단에는 여러 가지 판단이 다 들어
가기 마련이지만 문화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그 주체가 진보성향이든 보수성향
이든 간에 정치적인 판단은 들어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선
정할 때도 정치적이나 이데올로기적인 판단 하나에 의해서만 결정을 하지 않습
니다. 물론 68혁명에 관한 영화를 상영할 때면 정치적인 요소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68혁명을 주제로 한’ 상영 아닙니까. 영화를 볼 때 어떤 한 잣대로만 보지 않는다는 거죠. 정치적인 잣대로만 영화를 보는 건 시네
마테크의 정신과 정 반대되는 일입니다.
이: 어떤 하나만의 기준만으로 영화를 보면 안된다는 건 사실 상식적인 거 아닌가요?
김: 그 기준점으로 작용되는 잣대가 정당하냐는 거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예를 들
어서 지금 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되고 있는 <데이비드 린 회고전> 같은 경우 데
이비드 린은 크게 영국시절과 미국 헐리우드 시절로 나누는데, 미국 시절에
평론가들에게 욕을 엄청 먹었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같은 경우 정치적으
로도 비난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그게 정당하냐 이겁니다. 히치콕의 경우도
지금은 <현기증>이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개봉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
죠. 미국이나 영국에서 매년 베스트 영화 100편을 선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랭
킹 놀이를 하려고 그러는게 아닙니다. 매년 할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5년 후
10년 후 랭크가 다 다릅니다. 전에는 평가도 못 받던 작품이 순위에 올라가기도 하고요. 작품에 대한 가치는 이렇듯 늘 변하는 겁니다. 시네마테크는 다양한 판단으로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놓친 것들을 재조명하는 기회
를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있고요.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평가하는 겁니다. 거기서 저널도 나오고 비평도 나오는 거고요. 그런데 어떻게 하나의 기준만이 영화를 판단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치적인 건 아니라는 겁니다. 정치적인 판단은 하나의 잣대로 하나의 생각만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히치콕 애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는 건데, 사실 히치콕도 ‘시네필’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관객들에 의해 재평가 받기 시작한거 아닙니까?
김: 만약 그런 관객이나 시네필들이 없었다면 히치콕은 아직까지도 그냥 평범한 대
중영화 감독으로만 남았을 겁니다. 히치콕 뿐만 아니라 하워드 혹스도 그랬죠.
사실 현재에 거장이라고 추앙받는 감독들의 상당수가 당시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다 후세에 재평가를 받아 올려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김기영 감독이 그렇죠. 김기영 감독은 우리나라의 씨네필이 발견한 경
우입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이죠. 평론가들 중 그 누구도 김기영 감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박찬욱 감독은 잡지 등에 글을 기고하면서 끊임없이 김기영 감
독을 언급했었습니다.
이: 그러고보니 최근에 <하녀>가 복원돼 재상영되기도 했었죠.
김: 결국 특정한 시대 안에서 한계적으로 바라본 사람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사람에 의해 재발견된 것이죠. 결국 김기영 감독은 돌아가시지 전에 부산영화
제에서 다시 당신의 영화가 재소개 되는 걸 경험하시기 되죠.
이: 이두용 감독 같은 경우도 시네마테크에서 재발견된 경우 아닌가요?
김: 이두용 감독도 평론가들에게는 무시당하다 박찬욱이나 오승욱 감독 같은 시네
필들에 의해 발견된 경우죠. <최후의 증인> 같은 경우 관객들로 시작해 다시
역으로 비평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 경우입니다. 그래서 항상 의문입니다. 과
연 평론가들의 눈은 정당한가? 또 반대로 그럼 관객들의 눈 역시 정당한 것인
가? 이렇듯 미적가치 내에서도 여러 견해가 갈리는데 그래서 더더욱 정치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보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이: 현재 그럼 시네마테크 외에 한국독립영화협회나 미디액트 같은 곳도 위험한 상
황인지요?
김: 네. 영화 쪽에서 민간이 공공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동일한 상황입니다.
이: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김: 외국도 과거 지금의 우리 상황과 똑같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68년 프랑스에서
있었죠. 베르톨루치의 영화 <몽상가들>가 그때 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프랑
스 시네마테크 단장이었던 앙리 랑글루아가 해고 당하는 일이 발생하죠. 정부
가 시네마테크를 마음대로 재편하려 했던 겁니다. 그게 정치적인 사태로 번지
게 됩니다. 그해 칸느 영화제가 결국 열리지 못한 건 유명한 일화인데요, 고다
르랑 트뤼포가 행사장에 난입해 기자회견을 열어 “파리에서는 지금 시위 중인
데 여기 휴양지에서 노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었습니다. 결국 이 운동이 68년
전 프랑스적으로 일어났던 ‘68혁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굉장히 낭만적이기
는 하죠(웃음). 영화가 세상을 바꾼 사건이니까요. 결국 프랑스는 그 때 ‘예방
접종‘을 한 겁니다. 그 후로 지원과 행정적 개입에 대한 애매한 선을 잘 지키며
서로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게 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스는 정부지원이 전체
예산의 90%에 이릅니다. 물론 예산에 대한 감사 정도는 받겠지만 그렇다고 정
부나 기관에서 시네마테크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하는 식의 간섭은 이제 전혀
하지 않습니다.
이: 그럼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사회적 합의가 깨졌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김: 그런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 관객분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김: 이걸 알아야 합니다. 시네마테크가 생기기 전과 지금의 관객들의 모습을 말입니
다. 지금 벌써 관객들과 함께한지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기간 동안
분명 영화와 관객 사이에 많은 교류와 경험 그리고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게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죠. 2월 초,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관
객들은 전혀 정당하지 않다 라는 반응들이었습니다. 시네마테크 지지글에 서명
운동까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혹시 들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음모론’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현재 우
리나라의 극장 운영과 배급은 다른나라와는 달리 대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죠.
그런데 이들 대기업들이 수적인 경쟁에서 이제 한계를 느끼자 소위 ‘작은 영화
관‘이라 불리는 극장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는 건데 실제로 CGV가 ’무비 콜라
주‘라는 예술영화 전용관을 만들어 그동안 자신들이 상영하지 않은 영화를 상
영하면서 원래 그런 비주류 영화들을 상영해 온 작은 극장마저 잠식하려 한다
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네마테크 문제도 그런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거대자본에
게 먹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김: 그러면 좋지죠 사실(웃음). 그런데 문제는 거대자본이 시네마테크를 운영하게
됐을 때 오래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사실 대기업들이 문화예술적 공공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고 그걸 또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결국 관건은 지속성인데 만약 거대 자본이 시네마테크를 브랜드 효과
나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문제라고 봅니다.
이: 그런데 요즘 시류를 보면 전반적으로 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김: 우리가 또 생각해봐야 문제가 그런 ‘자율성’을 가진 작은 극장들이 점점 사라
져가는 게 맞느냐라는 겁니다. 지금 서울시내의 극장들을 보죠. 거의 대부분이
멀티화가 됐습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단성사, 명보극장, 대한극장 등의 극장들
은 단관극장이었고 자기네들이 상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었습니다. 대한극장의 경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70mm필름으로 상영한다
고 하는 엄청난 프라이드가 있었던 극장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이런 프라이드
가 없습니다. 물론 극장들마다의 ‘자율성’도 없어졌고요.
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주위로부터 듣는 말들 중에 ‘요즘은 극장 어
디를 가도 하는 게 다 똑같다‘는 불만을 듣고는 합니다.
김: 예전에 샘 페킨파의 <관계의 종말>이란 서부영화를 상영한 뒤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그 때 중년의 한 남성분께서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나는 이 영화를 1972년 스카라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난다고요. 그 때 스카라는
그런 서부영화에 대한 자신들만의 자율성과 자부심이 있었던 겁니다.
이: 와~ 정말 부러운 이야기군요. 저희에게는 이제 그런 극장에 대한 추억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김: 그렇죠. 아마 20년 뒤에 이럴 겁니다. ‘난 이 영화를 메가박스 3관에서 봤어’
(웃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기억되어지는 가치라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겁니다.
이: 사실 시네마테크는 그런 ‘공간적인 기억되는 가치’도 어느정도 가지고 있지 않
습니까. 상영되는 프로그램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앞에 머리 큰 사람이 앉으면
도저히 시야가 가려 안 보인다는 식의 불평도 나중에 낄낄거리면서 할 수 있
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 공간인 것 같습니다.
김: (웃음). 그만큼 이제 각 극장들이 가지고 있던 상징적인 가치들이 없어지고 있
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거대 기업이 시네마테크를 운영하게 된다고 하는 데에 부정적인 겁니다. 자율성이 없어지는 건 물론이고 사실 시네마테크는 상영되는 프로그램의 성격도 그렇고 그 영역 자체가 ‘시장성‘으로 들어가기 애 매합니다. 현재의 방식대로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겁니다. 아마 이러겠죠. 지금 시네마테크가 연간 상영하는 영화가 300편 정도 되는데 사실 대부분 수익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니 300편에서 150편 정도로 줄이다던지 아니면 티켓값을 인상하겠죠. 결국 그 피해는 관객들에게 돌아오게 된답니다. 티켓값을 더 내든 아님 버려진 150편의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되든 말이죠. 참 아이러니 한 것 같 아요. 예전에 비해선 정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정말 많이 발 전하고 좋아졌는데 말이죠. 영화의 수나 극장의 수도 늘어났고 영화제도 굉장 히 많이 열리고 있고 말이죠. 그런데 오히려 질적인 면, 가치적인 면은 더 나 빠지는 것 같습니다. 비단 영화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책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는 서점하면 교보문고나 알라딘만 있으면 되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서점이 이대로 사라져야 하는 건가 요? 영화도 그렇지만 한번 다같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 ‘시네마테크 전용관’ 이야기도 짚어 보겠습니다. 시네마테크는 지금 허리우드 극장을 빌려쓰고 있는데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은 정말 예전부터 숙원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도 결국 작년에 무산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아예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
김: 예.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이번 하반기에 다시 의제로
내세울 겁니다. 관객분들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부분이라 계속 요구할 생
각입니다.
이: 어떻게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고다르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영화는 네가티브(부정)에서 파지티브(긍정)로 변
하는 것‘이라고요. 필름을 현상 하기 전에는 네가 상태였다가 결국 파지티브로
바뀌지 않습니까.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맨 처음 시네마테크를 만들때만
해도 여기까지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필름으로 상영을 하고
있다는 것도 굉장한 일인 거죠. 희망이 있다 없다 말하기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지켜야 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계속하려 합니다.
이: 정말 시네마테크는 지켜져야 합니다. 저희가 언제 어디서 이런 영화들을 필름
으로 보겠습니까
김: 사실 시네마테크도 시네마테크지만 그런 면에서 난 앞으로 한국영화가 되게 궁
금해요. 우리 때는 영화사의 유명한 걸작 같은 걸 그냥 책으로만 보던지 아님
낡은 테이프로만 접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여기서 이렇게 필름으로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죠. 브레송이나 고다르 같은 영화를 저나 제 나이
때 사람들은 30대 넘어서 본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지금 젊은 친구들은 20
대 때 필름으로 감상을 할 수 있죠. 10년이란 시간이 그만큼 단축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한 인간이 자체적으로 단련이 되고 숙성되기에 충분한 시
간이죠. 그래서 우리 때와는 영화를 보는 눈도 그렇고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
까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지면 좋아지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어요(웃
음) 그래서 앞으로 10년,20년 뒤가 궁금합니다.
이: 그렇기 때문에 시네마테크가 더욱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동감입니다.
이: 마지막으로 시네마테크를 이용하는 관객분들과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
가는 시네마테크를 이용하게 될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십시요.
김: 전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은 하나의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과
정이 필요하죠. 극장을 찾고 시간대도 미리 알아보고 옷을 입고 극장까지 이
동을 해야 되고 또 티켓을 끊으러 줄을 서 기다리고 시작 전까지 또 기다려
야 되지요. 그리고 이렇게 기다림의 끝에 ‘낯선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기다림과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것과 비교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시네마테크는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 오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예. 저도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자크 타티 영화제’하니까 오세요.
이: 알겠습니다.

http://www.cinematheque.seoul.kr/


- 05 이민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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