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심형래 감독과 <디워>에 대해서

pyopyohi 2007.08.06 19:45:41
굳이 네티즌들(심빠들)의 광기가 아니더라도 영화 <디워>는 충분히 문제적 영화다. 적어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디워가 대단한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런대로 괜찮다라는 생각은 할 것이다. 내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별로 기대는 안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나부터도 우선 깔아뭉개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감독이 말했듯이 나한테도 몇백억 주면 그런 영화를 백개는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콜롬버스의 달걀이다. 우리 솔직해지자. 심형래 감독과 그의 영화에 대해서 칭찬하면 자신의 수준이 떨어질 것 같은가? 서울대 교수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심형래 감독은 감독도 아니며 그와 그의 영화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도 않은가? 어떤 영화 기자라는 놈은 10점 만점에 1점을 주었다고 한다. 꽃미남테러사건인가 뭔가 하는 영화에는 6점을 주고. 앵글도 개판이고 구도도 개판이라나. 연출과 시나리오는 전문가에게 맡겼어야 했다나. 정말 어이가 없다. 임권택 감독이나 이창동 감독 영화만 나오면 끽소리도 못하고 용비어천가만 불러대면서. 영화 <괴물>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스크린독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들도 없었고 뭐 가족영화라느니 사회비판적 영화라느니 떠들어대기 바쁘고. 개인적으로 <괴물>이라는 영화 정말 재미없었다. 그렇다고 반미, 사회풍자, 그런 것들 별로 마음에 와닿지도 않았다. <살인의 추억>은 정말 좋은 영화였는데. 마찬가지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최고의 영화였지만 친절한 금자씨는 어이가 없는 영화였다. 지금 충무로 사람들은 어떠한가. 그러잖아도 충무로 경기가 죽을 맛이어서 자신들은 영화 한편도 못 만들고 있는데 어디서 개그맨 출신, 그것도 바보 영구인 심씨가 감독이랍시고 영화 만들어서 애국심 동정심 유발 마케팅으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으니 솔직히 배가 아프다. 말은 비록 돌려서 할지라도 솔직한 심정은 그것이 아닌가.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회현상을 비판한 것이라고? 가슴에 손을 대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자신은 1억도 없어서 영화 못 찍고 있는데 어디서 바보 개그맨이 나타나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으니 배가 아프다. 그들은 심형래 감독이 맨날 충무로가 자신을 천대했다고 모함하고 다닌다고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물론 그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사실일 가능성도 많다. 비록 대놓고 천대는 안했을지라도 그의 말대로 처음부터 40%는 까고 들어가는 것이 솔직한 사실이 아닐까.

영화 <디워>는 전체적으로 부실하다. 스토리나 내러티브 개판이다. 캐릭터들, 그들이 왜 존재하는지 이유나 타당성이 없다. 그렇게도 자랑하는 CG의 퀄러티도 일관성이 없다. 좋은 데는 좋고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데는 티가 팍팍 난다. 구체적으로는
1. 이무기가 용이 된다는 컨셉 자체는 SF의 컨셉으로는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2. 가장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런닝타임이다. 대작영화라는 것이 겨우 90여분. 꼭 드라마 한편을 본 느낌이 들 정도다.
3. 2번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영화의 흐름이 뚝뚝 끊긴다. 하긴 굳이 내용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4.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가 싸우고 결국 선한 이무기가 이겨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정말 놀라웠다. 정말 대단했다. 악한 이무기를 상대로 LA도심에서의 전투장면도 그에 못지않게 괜찮았다. 연출력 연출력 하지만 그 정도 연출력이면 괜찮다. 전체적으로는 비록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아마추어리즘의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5. 가장 거슬렸던 것은 아귀가 맞지 않은, 조선시대 창을 든 병사들과 악한 무리군단들과의 전투장면. 특히, 등에 포를 장착한 공룡들인가 뭔가, 그거 정말 유치했고 좋은 그림 다 버려놓았다. 조선시대가 왜 나온겨. 좀더 세련되게 설정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6. 마지막에 나오는 아리랑과 에필로그는 옥의 티다. 네티즌들은 눈물을 흘리며 들었다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팬이 만들었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아리랑에 비해 느낌이 별로 없었으며 연계적으로 에필로그도 크게 와닿지도 않았다. 결국 영화와 별로 상관이 없는 아리랑과 에필로그를 넣은 것은 애국심과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결론을 맺자면
콜롬버스의 달걀이다. 비록 흠은 많지만 심형래 감독의 그 의지와 열정은 높이 사줄만하고 그의 이번 작품 <디워> 역시 우리 영화사에서 상당한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 오히려 애국심 동정심 유발 마케팅 시비로 그 성과가 퇴색될까봐 염려된다. 극장에 가서 한 번 보라. 우리 SF영화사에 언제 이런 영화가 있었는가. 그리고 사대주의 운운하지 않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1500여개의 극장에 배급했다는 것도 실로 대단한 일인 것이다. 언제 누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서 다시 그런 날이 오겠는가. 몇백억 투자하면 당신이 그럴 수 있겠는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한다. 심형래 감독을 칭찬한다고 당신도 바보 영구가 되지는 않는다. 설마 그럴 것이라고 믿으며 한사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가. 충무로에서 작업하지도 않고 더욱이 헐리우드 스탭들하고만 작업했다고 자기 식구 아니라고 일부 평론가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까대고 있는가. 적어도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는 10점을 주면서도 그의 영화에는 1점을 주는 그런 위선적인 놈은 되지 말자. 심형래 감독이 충무로 욕먹이고 다닌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자. 그가 아니더라도, 충무로, 욕먹을 것 많다. 반성하고 성찰할 것 많다.

심형래 감독보다 훨씬 더 열정이 많고 어렵게 영화찍는 이송희일 충무로 대표감독님을 비롯하여 모든 스탭들이여, 파이팅! 꿈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