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기본 예의에 대해서.

yongeitnt 2007.01.21 23:24:19
연기자 모집하러 왔다가

같은 제목의 글을 보고 글을 남깁니다.

작년 12월 한달 동안 단편 연출하면서

살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고

알게 된 배우들과도 좋은 인연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전 학생입니다.

물어보고 싶습니다.

단편의 기본 예의가 무엇인지.

배우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연출자의 역량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 역시 연출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다면

아무리 최민식씨 같은 배우라도 좋은 연기가 가능하겠습니까?

단편 영화를 하는 목적이 연출자 따로 배우 따로이니 커뮤니케이션이 될리가 없죠.

서로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 예의 이전에

연출자도 배우도 목적을 분명히 하고 둘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불만이 있다면 사전에, 그리고 현장에서 해결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단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연출자에게는 배우에게 그 즐거움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그 즐거움에 만족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배우들은 자문해보세요. 내가 영화를 하고 싶은 건지, 대우를 받고 싶은 건지, 아니면 돈을 벌고 싶은 건지

만약 연출자가 배우에게 영화 찍는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배우는 연출자에게 그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것은 연출자에게 오히려 좋은 반성의 기회가 될 것이며 배우도 분발하는 연출자와 작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배우가 대우 받고 싶거나 돈 벌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영화 찍는 즐거움을 잊어버려서

생긴 불만을 마치 연출자의 무능함으로 생각한다면 그래서 영화 찍는 것이 즐겁지 않다면

솔직하게 "페이가, 또는 대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목적이 다른 배우와 연출자가 서로 갈 길 가지 않겠습니까?

너무 이상적인 글이 된 것 같네요.

아직 영화판의 쓴 맛을 몰라서 이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 후, 30년 후에도 영화를 하고 있을 제게는

이 바보 같은 믿음이 여전히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란 영화를 연출하신

임순례 감독님께서 어떤 인터뷰에 남긴 말이 생각나네요.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을 하게 되었지만, 과연 내가 행복한 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분께 이건 확실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불행하다면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당신은 지금보다 더 불행했을 것이라고.

가슴에 품은 열망, 버리지 않는 대신에

남들보다 조금 더 배고픈 것은

연출자든 배우든 똑같은 것 아닌가요?

제작비 때문에 샌드위치 하나를 배우와 나눠 먹었던 제가

기본이 안 된 연출자라고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샌드위치 하나를 잘라 먹으면서

더 큰 조각을 서로에게 양보하며 웃던 연출자와 배우의 그 표정을

어떤 연출도 개입하지 않은

영화 보다 더 영화다웠던 그 장면은

제가 좋아하는 어느 위대한 작품의 어떤 위대한 장면과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쓰고 보니 너무 연출자 위주로 쓴 글이군요.

많은 악플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