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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

2003년 04월 16일 05시 47분 55초 1254
시나리오를 읽고 "좋은데요 ~" 하면 욕이다. <- 공감 하는지..
시나리오를 읽고 잘 봤으면 "재밌어요" 해야한다.
어떤 감독은 시나리오 어떻게 봤냐고 물었더니 " 아주 자~ 알 봤어요 " 그랬다. 좋게 봤다는 소리다.
영화 만들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 (!)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 정말 영화 만들기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제작을 좀 했다고 영화를 알까.. 시나리오를 쓴다고... 영화를 알까 .. 아니면 .. 연기를 해서 알까 ..
자기의 분야에 관해선 알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신념이나 똥고집, 그리고 좁은 시야 안에서)
그리고 그게 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할것이다. 특히 시나리오 작가들이나 배우들이 그런짓을 좀 하는데 매니져한다는 치들의 하는짓을 봐도 금방 알게 되는거다 그런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영화작업에 참여하게 될때 자신의 역할을 뺀 나머지 공정을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답이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 효율성 만을 따질수도, 진정성만을 따질 수도 없겠지만 .. 이런 방식으로 또는 저런 방식으로의 치환을 생각해야 할때에 제발 똥고집 부리고 버티지는 말기를 바란다. 난 로드무비와는 관련 없는 사람이지만 참고로 아래글을 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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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2.0에서 퍼온,  로드무비에 관한 글 중에서 ...

<로드 무비>는 슈퍼16으로 찍은 영화다. 그것은 35mm 극장용으로 (블로업) 뻥튀기한다는 전제하에 찍는 거다. 그런데 <로드 무비>는 블로업하지 않고 16mm 필름을 디지베타 테이프에 텔레시네 해서 키네코(비디오 소스를 35mm 필름으로 전환)를 했다. 절반은 필름 작업, 나머지 반은 디지털영화 공정을 따른 것이다.

이런 식의 영화 작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처음이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네가 커팅 후 필름과 필름을 겹쳐 붙여야 하는 16mm 특성이 문제였다. 텔레시네 과정에서 매컷당 앞뒤 12프레임씩 일그러짐 현상이 나타났다. 그 말은 편집본에서 매컷당 앞뒤 12프레임씩 걷어내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편집이 붙질 않는다. 편집이 안 붙으면, 그건 극장에 못 건다는 거다.

필름통을 들고 조감독과 프레임 아티스트 문수와 내가 헉헉대며 밤거리를 헤맨다. 혹, 다른 회사 텔레시네 기계에 넣어보며 괜찮지 않을까 해서. 입이 바싹바싹 탔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겨우 사정해서 다른 기계에 넣어보았으나 역시나 마찬가지다.

어떡하냐~ 당황해서 흔들리는 내 눈을 바라보던 문수가 말한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프레임 기계에서 일그러짐을 한번 잡아보죠. 대신 화질이 많이 떨어지고 노동과 시간 손실이 막대합니다. 그렇게 해서 동국대 미디어센터에서 프레임 기계와 전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래, 촬영 기사와 찬이가 금지된 담배를 피고 구치소에 있다고 치자. 촬영 기사가 없으니 당연히 나와 문수가 컬러링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것? 까짓 거 하지 뭐. 그런데 매프레임마다 수없이 그어져 있는 저 스크래치(긁힘)는 또 뭐냔 말이다. 그 상태로 키네코한들, 극장에 걸지 못할 건 뻔한 일, 네가 커팅, 텔레시네, 둘 중 한 곳에서 발생한 사고다. 부르르 떨며 문수가 외친다. 어떤 놈인지 잡아서 손목을 잘라야 해. 이건 범죄야! 난 수화기를 들어 조광희에게 전화를 한다. 소송할 테니 도와달라고. 하지만 그래본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미 필름은 개떡이 되어 있는데.

1초에 24프레임, 10초면 240프레임, <로드 무비> 러닝 타임은? 116분. 생각하기도 싫은 천문학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스크래치 지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극약처방으로 동국대 영화과 대학원생들이 투입됐다. 거의 24시간 풀타임으로 교대해가며 스크래치를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컬러를 손보고, 일그러짐을 잡아야 했고 편집을 해야 했다. 무려 3개월 동안 어두운 작업실에서, 한심한 수작업을 해야만 했다. 프레임 기계 사용을 허락한 정재형 교수, 프레임 아티스트 한문수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로드 무비>는 극장에 걸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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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에 등장하는 프레임 아티스트 문수씨나 프렘임 하나 하나 일일이 손봐준 대학원생들의 역할이 어느 필름메이커보다 작다고 할 수 있을까 ? 내 일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것 .. 내 역할만은 충실히 하자 라는 겸허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http://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1319
http://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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