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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나를 숨기고 싶다면...

이별할 때..

2005년 09월 27일 14시 11분 13초 1457 6
내 나이 삼십대 후반.. 결혼한지 벌써 10년째가 돼 간다.. 그동안 무엇엔가에 쫒기어 하나뿐인 아내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살아왔다.. 너무너무 깊은 정이 들었는데, 계속하여 아내를 힘들게 하고 마음아프게 할 것 같아 이별을 결심했다..
아내를 처음 만난지는 거의 20년째다.. 만남이라고 하더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만남이었지만, 그래서 만남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학을 마친 나는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다.. 성장환경과 취향이 상당히 달랐던 우리는 결혼 초 사소한 것들로 인해 자주 말다툼을 했었다.. 으례 그런 줄 알았다.. 이렇게 다투기도 하면서 정을 쌓아 가는 것이 결혼생활일 것이다..라고..

결혼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나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세상에 나가보니 아무것도 없던 내가 살아가기란 세상은 너무 버거웠기에 더 늦기 전에 무엇이라도 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회사를 그만둔후 공무원시험준비에 매달렸다.. 그리고는 몇년이 지났을 무렵, 그렇게나 원하던 시험에 합격했다.. 아내는 그동안 감옥생활이나 다름없던 나를 마치 교도관이 된 사람인양 잘 보살펴 주었다.. 하루 세번 영양식을 만들기에 바빳었고, 과일을 살 때면 항상 일곱개를 샀다.. 일각의 시간도 헛되이 보낼 수 없었던 나는 아내의 그런 정성에 대해 아무런 인식을 하지 못했었다.. 무심하게도 말이다.. 아내는 지금도 말한다..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고통의 역사는 오로지 자신만이 증언할 수 있다고..

시험에 합격했음에도 나는 맘편할 수 없었다.. 장기간의 연수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의 상태를 비난하며 아내에게 한 없이 미안해야 했다.. 그 미안함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보려고 나는 시간이 나는대로 집안청소며 설겆이를 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수일정준비를 해야 했고, 그 일정은 시험준비보다 더 고통으로 내게 다가왔다. 연수일정이 끝나고 나는 발령을 받았다.. 지난 수년간의 감옥생활은 이제서야 끝나는 듯했다.. 불행히도 그 시간동안 나는 철저히 혼자 생각하는데 익숙해 있었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절제, 타인에 대한 배려없음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발령을 받은지 이제 몇년이 지났건만, 나의 아내에 대한 비인간적 사고는 좀처럼 개선되려 하지 않는다.. 시험이라는 것으로 인해 아이 계획마저 방치해 둘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우매함에 몸소리친다.. 반려자가 아니라 이제는 내 몸의 한 부분이 되어 버린 아내.. 마치 아버지나 오빠같이 되어 버린 관계..

하여, 이제 더이상 그 비인간적인 생활에 아내를 방치해 둘수 없어 이별을 고하려 한다. 나는 아내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약도 없이 내 맘이 변해 다시 신혼초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최면을 걸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아님, 지금이라도 아내를 더 넓은 세상에 내 보내야 하는 것일까?...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글쓴이
2005.09.27 23:21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터놓고 말하기'가 아닐까요. 여기서 하신 말씀..'안해'께도 해주세요. 다만 이별얘기는 섣불리 하지 마시고..혼자 생각하지 마세요. 제발. 말씀해주세요. 제발. 한 사람의 여자로서 부탁합니다. 함께 느끼고, 같이 말해요. 지금.
두려워마세요. 당신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주기를, 그 어떤 대화라도 그 분께서는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힘내세요!!
anonymous
글쓴이
2005.09.28 05:07
여자들 뿐만 아니라 같은 남자 입장에서도 '뭐든지 자기혼자 생각하고 자기혼자 판단하는 사람'은 무척이나 피곤한겁니다.
윗분 말씀대로 먼저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anonymous
글쓴이
2005.09.28 10:21
윗분들 말씀 감사합니다. 헤어진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지나간 추억들, 고생스러웠던 기억을 함께 했던 추억들이 생각나 스스로 눈물이 납니다. 수험생활이 이렇게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지는 미리 알지 못했고, 지금의 일 또한 피폐함의 연속에 다름 아니기에 하고 있는 일마저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 윗분들 말씀 가슴에 새기며 '아내'와 얘기를 나누어 보렵니다.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
anonymous
글쓴이
2005.09.29 16:53
휴우~절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듯 싶습니다.
둘 문제이니까 둘이서 얼굴 마주보며 `대화`가 좋을 듯...
anonymous
글쓴이
2005.09.30 02:40
나쁜 넘 아냐. 고생 고생 해가며 남편 뒷바라지 했을 아내에게 더 잘하려 하지는 못할망정
뭐가 어쨌다구? 당신이 뭐라고 변명하고 말을 꼬아도 극악한 이기심으로 밖에는 안보이네.
미안하고 부담스러워 혼자이게 해주고 싶다니... 허~ 참.
anonymous
글쓴이
2005.11.20 13:04
어이없다.새끼.
잘해주면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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