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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 나온다고 다 영화할 수 있는건 아니더라구요

rudwls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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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4일 23시 37분 21초 *.228.170.215

15세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공모전이 열리면 굵직굵직한 상도 많이 받고 상금 받아다 드리면 부모님도 기뻐하셨죠

 

20세가 되서 모 대학 영화과에 차석으로 입학을 했어요

이때도 상 많이받고 교수님들께 우리 학교 유망주다 꼭 입봉할거다 얘기 듣고요

근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우리 집은 잘사는 집이 아닌 평범한 집인데

우리 엄마 아빠는 예술보다 당장 오늘 먹을 밥이 중요한 분들인데(비하의 의도 절대 아님)

영화 한 편 연출할 때마다 들어가는 돈

대주실 수 있을 턱이 없었죠

 

알바로 버는 돈은 등록금 막는데에 다 들어가고

알음알음 연출부로 불러주는 현장은 고강도 노동에 무한한 체력을 요구하지만

엄청난 박봉이거나 그마저도 없거나 둘 중 하나더군요

 

결국 21살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해서 취업을 나갑니다

처음 취업한 곳은 광고대행을 하는 모 회사

제가 순진했어요 취업해서 일해서 월급 받으면 그 돈을 모아서

다큐멘터리든 영화든 찍을 수 있을 줄 알았죠

 

내 기획력을 요구하지 않는 100만원짜리 300만원짜리 혹은 500만원짜리

홍보영상 기획하고 바이럴 마케팅을 배우고

일주일에 7일을 일시키고 그 중 이틀 삼일은 집에 못가고

그러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피로한 기색이 보이면 체력관리 못한다 꾸지람 듣고

성희롱도 심심찮게 당했죠

대표가 술먹고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거든요

 

그 이후 몇 주 일 못하고 간신히 1년 2개월을 채우고 퇴직

몇 개월 쉬다가 이직한 직장에서도 하는 일은 비슷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업과 광고 작업을 하는 회사

다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예요

다만 주말에 쉴 수 있었고 성희롱도 없어서 이전 직장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안도하고

영화는 나같은 약한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

마음에서 떠나보냈죠

 

26살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일을 시작한 후로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 외주를 받은적은 단 한번도 없네요

당장 배가 고프고 잘곳이 없어 한달에 60만원도 못준다는 막내작가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더라구요

저의 반반한 수상이력은 그들에게 실무적 능력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이런 사람도 있다

대외적으로 자랑하는 용도더라구요

 

필름 메이커스에는 17살에 처음 가입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9년이 지났네요

 

영화를 꼭 하겠다며 시나리오 평가를 부탁드리던 제가 9년만에 와서 이런 글을 쓰고있네요

 

잘못 산걸까요

고졸소리 듣고 멸시당하기 싫어서 다시 복학한 학교에는

제 20살때 눈동자를 꼭 닮은 아이들이 지나다닙니다

 

돈은 벌어야겠죠

꿈보다 중요한 목숨을 위해서

한예종의 유망주였지만 쌀과 김치를 살 돈이 없어 옆집 문을 두드리던 여자가

결국 병을 얻어 골방에서 쓸쓸히 죽고 말았다는 작가의 기사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겠죠

9년을 버틴 사람이 나약한 사람이라 말하는건 맞지 않는 말이구요.
님의 겪고 있는 현실이 어떤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늪처럼 시간과 함께 야금야금 정신력과 체력을 갉아 먹히는 느낌으로 사람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렇다고 위로를 해주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 당장 목표한 것들을 이루지 못했다고, 또한 그 과정이 힘들다 해서
그것이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님에게 올 기회는 아직 많아요, 믿던 말던,..

님 스스로 비참하거나 초라하게 느끼고 있는 그 경험과 기억이 님이 가진 유일한 재산일수도 있고, 또한
가장 강력한 재산일수도 있어요. 님이 이겨낸 시간만큼 님은 지쳤겠지만, 또한 동시에 그만큼 강해진것 역시
분명한 사실일것입니다. 쉽게 얻을수 없는 경험들을 현실의 초라함과 맞바꿨을 뿐이에요.

아직은 젊어요. 님의 나이에 새로시작하는 분들도 있답니다.
님이 지친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싸웠다는 증거이고, 앞으로도 잘 싸울수 있는 노련한 경험을 탑재했음을
의미하기도 하는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싸움에서 항상 강하고 열정이 차고 넘칠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누구나 오래 버틴 사람들은 그만큼 지치고 초라해지고, 무가치해지고,...뭐 그렇지요

9년전 님이 쓴 이야기와 지금 님이 쓸수 이야기는 아마 많은 차이가 있을것에요.
써보세요, 분명 다를테니,..
그건 님이 싸워온 싸움의 결과들이 차이를 만든 가능성이 클것이구요, 과연 그 싸움에서 얻은것이
초라함과 비참한 뿐이던가요? 아닐껄요,..

밥을 벌어야지요, 항상 그게 가장 중요한것이니,..
밥이 없으면 문을 두들기지 말고, 남의 입에 있는 밥을 훔쳐서라도 챙겨 먹어야 하는거구요
또한 빈 뱃속뿐아니라, 영혼역시 밥을 챙겨줘야 진정 잘 싸우는 것일것입니다

학교로 돌아간 것은 잘한것이에요,
꼰대 소리 들을 나이도 아닌데다,..
님에게 다시 할수 있게 지친 영혼에 새로운 리듬을 찾아 줄것입니다.
2016.04.05-00:31:37
에구.. -.-
2016.04.05-00:59:47
안녕하세요. 글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댓글 남겨요. 우선 많이 지치신것 같아요. 아직 젊으신데 힘내요. 저는 님과 같은 과정을 살아보지 않아서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조언이랍시고 뭐라 말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지금의 과정이 나중에 돌아보면 오히려 그리워질 수도 있고..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채찍질의 발판이 될 수도 있고여. 저는 살아보니까 힘들었던 시절이라도 몸과 마음은 지금이 훨씬 편하지만 젊었던 청춘 시절의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그 시절이 굉장히 그리워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저도 그 시절엔 죽고 싶단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지금 그때보다 더 여유(?)가 생겼는데 왜 전 지금이 더 힘들까요? 님! 열정으로 가득한 20대를 즐기시고, 그 다음 30대를 즐기시고, 계속해서 40대,50대,60대 등등 우리 함께 힘내서 즐겨봅시다! 저도 행복만을 쫓아오며 살아왔는데 너무 집착을 했는지 행복과 거리가 먼 경험들(?)을 겪게 되더라구요. 근데 이 경험들은 또 지나고나서 보면 꼭 필요하더라구요. 꽃 중의 꽃,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이렇게 나열해봤자 시간이 흘러 님이 직접 겪고 깨달아야 그때가서 공감도 가고 그럴거에요. 힘내요! 학교 복학 축하드립니다!!!
2016.04.05-10:41:30
안녕하세요 이번에 휴학한 학생입니다 저희 집은 조금 많이 가난해서 원하던 학교도 과도 아닌곳에 다니게 되었어요 물론 국립에 국장에 장학금 ...하지만 공부를 해도 해도 허 해지더라고요 저는 한번도 영상 관련 공부를 배운 적이 없어요 그래서 혼자서 틈틈히 시간 날 때 영상 공부 합니다 물론 다른 분들에 비해 너무 부족해서 공모전에 낼 성적도 아닙니다 항상 부모님께 미안해서 억지로 공부 했었는데 한번만 한번만 딱 일년만이라도 원하는 걸 해보고 싶다고 휴학을 했어요 저는 지금은 페이도 상관없어요 정말 일년 만이라도 해보고 싶은 걸 하려고요 저는 당신의 열정과 실력과 가능성이 매우 부럽습니다 저는 물론 또다시 일년 후에 대학으로 숨어 들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년의 시간을 활용해 보려고요 몇년동안 열심히 한 당신을 응원하고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네요 당신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이기적일 지 몰라도 포기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참 어이 없죠? 자기는 돈 벌려고 다시 그 과로 갈 거 면서 ㅋㅋㅋ 그래도 저는 응원하고 싶어요 꼭 성공하세요 꼭 저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는 돈 벌면서 천천히 천천히 일을 배워 나갈거예요 그 일을 하면서 어쩌면 저는 도망치고 싶어서 울고 싶을 때도 있을거예요 하지만 이 일을 선택한 당신은 꼭 성공 해내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2016.04.05-10:52:24
한마디만할게요 지지마세요 . 근데 돈은 있어야 뭘합니다.

겨우 100만원. 벌래도 시나리오쓸시간은없어요. 그게 현실이죠.

그정도돈없으면 영화하면안되는거야. 라고 말한다면 잔인하겠지만.. 휴
2016.04.06-18:22:28
평범한 직장을 구해서 생활을 해보시는게 어떠세요?
일단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 중요합니다.
저도 일을 하며 영화 모임에서 활동하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영화 못 찍는건 아닙니다.
넒게 생각해보시길~
2016.04.06-21:27:59
으...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구도 비난할 수 없겠네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다 개소리죠 ㅠㅠ 그래도 무책임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하고싶은걸 하셨으면 합니다. 힘내세요!
2016.04.07-04:17:55
음... 저도 그냥 지나갈수 없어서 다 읽고난 뒤에 응원에 한마디 적고 싶어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한마디만 남길게요ㅠㅠ 저도 열심히 극단 생활하면서 연극을 하고 있는 8년차 배우인데요... 배우라는 호칭을 달기엔 저도 앞으로도 갈길이 멀지만, 늘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까? 월세는 몇달씩 밀렸다가 내고, 연극으로 버는 수입은 없고... 그나마 근근히 먹는 라면이 없으면.... 굶어서 영양실조로 입원한 적도 있고요... 그 병원비도 빚으로 쌓였는데도...... 참.. 낙심하고 힘들 때, 저는 교회 다니면서 예수님 믿으면서 기도하고 힘을 얻어요... 음... 그렇다고 교회 다니세요 힘내세요 우리쪽 언어로 전도 하려고 글 남기는게 아니라... 저보다 힘들게 사셨을수도 있고 제가 힘들었을수도있고 누가 힘들었다도 중요한거 아니고.....
지금 많이 지치신거 같은데..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시질 않을까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누가 우리보고 예술 하라고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힘든일 힘든지 모르고 한것도 아니기에..

우리 인생 선물이라 생각하면 너무 귀하고

귀한 인생길에 우리가 선택한 예술마져 사랑스러워 집니다.

음... 글이 길었는데..

그냥 어떻게 무슨 말을 하면 위록 될 수 있을까 글을 남겨봅니다.

저도 낙심하고 쓰러져 있는 시기들이 매년 명절처럼 찾아오기에..

그래도 포기가 안되기에.. 이 길을 걷는거기에

" 힘내세요" 힘!!!
2016.04.07-21:33:10
힘내세요.

드릴 말씀이 이것뿐이네요.
2016.04.12-01:32:00
잠시 우회하는것도 방법이겠네요.. 우선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 전공과 전혀 상관이없는 일이라도 고려를 해보시는게 방법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저도 배우일 하면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근근히 버텨나가고있어요
정말 힘들 것 같네요... 어떻게든 헤쳐나갈 길이 열릴거라고 생각합니다.
2016.04.13-22:13:57

비밀글입니다.

2016.06.18-19:32:09

비밀글입니다.

2017.01.08-23: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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