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583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영상 시나리오만은 때려 친 작가의 이야기 – 부제. 승냥이들에게

사람ㅇ
2017년 03월 20일 01시 14분 13초 1142 7

2년 동안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 때려 치는 데,

드러워서 할 말은 다 하고 가렵니다.

 


당신은 영화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단지 당신은,

영화가 잘난 척하기엔 최고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당신은 타고 났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데 타고 났습니다.

 

당신은

노력, 판단, 연구, 지식, 관습, 학문, 인내,

이런 말은 싫어합니다.

 

대신,

재치, 감각, 아이디어, 천재성, 특별함, 열정

이런 말을 좋아하죠.

 

앞에 말들은 병신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타고 난 당신은 가질 필요 없죠.

 

당신은 재치로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당신 대신 글을 써야하고,

짐을 옮겨야하고,

힘이 들고 노력이 드는 것은 대신 해야 합니다.

왜냐면 당신은 타고난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그것의 근거는 간단합니다.

당신은 타고난 감각으로, 엄청난 아이디어를 내뿜는, 천재성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남의 위에 서야하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남들은 지식을 닦고 연구하고, 학문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관습을 따르며 더 좋게 고쳐갑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당신은

선배들의 말이나,

노력과 연구, 사실과 관습을 통해 도출한 답보다,

당신의 감각을 더 믿습니다.

 

왜냐면 그게 더 멋있거든요.

선택받은 사람 같고, 왠지 특별한 거 같고, 더 뛰어난 거 같고, 천재 같거든요.

 

노력은 당신보다 저열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말만 많습니다.

천재인 당신의 정답에 토나 답니다.

 

당신은 당신보다 못한 알바에게 심부름을 시켜 술을 마십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 멋지고 대단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당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달려갑니다.

아니죠. 모읍니다. 당신의 특별한 혜안으로요.

 

그리고 당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평범한 부하들을 찾습니다.

 

그리곤 망하죠.

당신의 그 멋지고 대단한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요.

 

사람들은 당신의 천재성을 몰라주는 병신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히틀러의 나치당 설립계획도 아이디어입니다.

꿩이 도망치다가 땅에 대가리만 박고, 숨은 줄 아는 것도 아이디어입니다.

 

당신은 하나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타고났다는 것은 사실 허상입니다.

단지 당신은 잘난 척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남의 돈으로,

남의 능력과 노력으로요.

그리고 그것조차 리더쉽이라고 잘난 척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열정 열정 노래를 부르죠.

 

당신의 이름은 아마 00대표, 00감독일 겁니다.

제발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정신 차리세요.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탱고인블루
2017.03.20 22:04
한 두줄만 읽고 넘기려고 했다가 끝까지 읽었습니다.
필력이 대단하신데요?
이정도 필력이면 시나리오 때려치지 마세요.
때려치더라도 글쓰는건 멈추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묵묵
2017.03.21 16:22
탱고인블루
22222
87473822
2017.03.26 19:34
탱고인블루
33333333
dialgo
2017.03.28 19:56
완전몰입해서 끝까지 읽었어요
장난아니게 날카롭네요 댓글 처음남겨요
연출왕
2017.03.29 01:57
완전 재밌는데 그만두신다니 아쉽네요
ew
2017.03.29 11:45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Studio;AHa!
2017.04.03 22:01
경험이 있으시군요...
날카로움 뒤에는, 한때의 과거와 피나는 후회, 반성이 있지요...
윗 분들 말씀대로 저도 상당히 좋게 읽었습니다.
영화 초짜인 제가 좋게 읽어봤자 얼마나 가소롭고 기쁘겠습니냐만...그래도...진심입니다...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대상이 특정되는 비방,폭로 등의 글은 삭제합니다 8
대상이 특정되는 비방,폭로 등의 글은 삭제합니다 8 관리자 2020.12.06 1853436
메인플러스 질문드립니다 2 녹차라떼슈페너 2023.12.13 81693
동시녹음 꿈나무를 찾아봐요. 9 PD최 2024.02.16 77925
너무 힘들어서요 아무도 안 읽었으면 좋겠네요 9 연기하고싶은 2024.03.06 69029
세종에서 연기 과외선생님 구합니다 1 0206 2023.12.22 67594
작가를 무슨 알바생쯤으로 생각하는 PD, 감독들 보세요. 4 탕설탕 2023.12.14 67383
현장 경험하고 싶습니다. 6 jiee 2023.12.22 66813
현장에서 막내로 일 배우고 싶습니다! 7 꼼자 2022.12.20 63640
영화 촬영 현장 노동 강도가 어떤가요? 9 양갱 2023.12.09 61533
제작부 평균 급여 11 쎼이수 2024.03.20 61032
연기를 취미로 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하나요 3 숙주나물 2024.04.15 60245
메인플러스가 어딘가요? 2 류쾅 2023.10.23 59679
D.I에 참여해 보고싶습니다 8 colorist이주영 2024.02.26 59278
영상 음악 작업합니다. (작편곡) 2 해돋이123 2023.05.07 58169
[펌] '스타워즈' 시간별로 분류한 스토리 총정리 3 73lang 2005.05.28 56448
광고가 3일전에 엎어지니 슬프네요 3 쓰니마니쓰니 2023.11.23 55889
진로 고민 3 below0 2024.04.09 55269
팀구성 하기가 진짜 어렵네요.. 2 숏폼맨 2024.04.06 54645
드론소스 판매 관련해서 궁금한 점 물어봅니다! 2 홍보영상제작합니다. 2023.03.04 54533
현직 상업 촬영감독이 추천하는 2024년 4월 갓성비 카메라 셋업은? 1 아티스트케이브 2024.04.16 53694
1 / 680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