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584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영상 시나리오만은 때려 친 작가의 이야기 – 부제. 승냥이들에게

사람ㅇ
2017년 03월 20일 01시 14분 13초 1142 7

2년 동안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 때려 치는 데,

드러워서 할 말은 다 하고 가렵니다.

 


당신은 영화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단지 당신은,

영화가 잘난 척하기엔 최고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당신은 타고 났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데 타고 났습니다.

 

당신은

노력, 판단, 연구, 지식, 관습, 학문, 인내,

이런 말은 싫어합니다.

 

대신,

재치, 감각, 아이디어, 천재성, 특별함, 열정

이런 말을 좋아하죠.

 

앞에 말들은 병신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타고 난 당신은 가질 필요 없죠.

 

당신은 재치로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당신 대신 글을 써야하고,

짐을 옮겨야하고,

힘이 들고 노력이 드는 것은 대신 해야 합니다.

왜냐면 당신은 타고난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그것의 근거는 간단합니다.

당신은 타고난 감각으로, 엄청난 아이디어를 내뿜는, 천재성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남의 위에 서야하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남들은 지식을 닦고 연구하고, 학문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관습을 따르며 더 좋게 고쳐갑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당신은

선배들의 말이나,

노력과 연구, 사실과 관습을 통해 도출한 답보다,

당신의 감각을 더 믿습니다.

 

왜냐면 그게 더 멋있거든요.

선택받은 사람 같고, 왠지 특별한 거 같고, 더 뛰어난 거 같고, 천재 같거든요.

 

노력은 당신보다 저열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말만 많습니다.

천재인 당신의 정답에 토나 답니다.

 

당신은 당신보다 못한 알바에게 심부름을 시켜 술을 마십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 멋지고 대단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당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달려갑니다.

아니죠. 모읍니다. 당신의 특별한 혜안으로요.

 

그리고 당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평범한 부하들을 찾습니다.

 

그리곤 망하죠.

당신의 그 멋지고 대단한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요.

 

사람들은 당신의 천재성을 몰라주는 병신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히틀러의 나치당 설립계획도 아이디어입니다.

꿩이 도망치다가 땅에 대가리만 박고, 숨은 줄 아는 것도 아이디어입니다.

 

당신은 하나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타고났다는 것은 사실 허상입니다.

단지 당신은 잘난 척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남의 돈으로,

남의 능력과 노력으로요.

그리고 그것조차 리더쉽이라고 잘난 척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열정 열정 노래를 부르죠.

 

당신의 이름은 아마 00대표, 00감독일 겁니다.

제발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정신 차리세요.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탱고인블루
2017.03.20 22:04
한 두줄만 읽고 넘기려고 했다가 끝까지 읽었습니다.
필력이 대단하신데요?
이정도 필력이면 시나리오 때려치지 마세요.
때려치더라도 글쓰는건 멈추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묵묵
2017.03.21 16:22
탱고인블루
22222
87473822
2017.03.26 19:34
탱고인블루
33333333
dialgo
2017.03.28 19:56
완전몰입해서 끝까지 읽었어요
장난아니게 날카롭네요 댓글 처음남겨요
연출왕
2017.03.29 01:57
완전 재밌는데 그만두신다니 아쉽네요
ew
2017.03.29 11:45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Studio;AHa!
2017.04.03 22:01
경험이 있으시군요...
날카로움 뒤에는, 한때의 과거와 피나는 후회, 반성이 있지요...
윗 분들 말씀대로 저도 상당히 좋게 읽었습니다.
영화 초짜인 제가 좋게 읽어봤자 얼마나 가소롭고 기쁘겠습니냐만...그래도...진심입니다...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대상이 특정되는 비방,폭로 등의 글은 삭제합니다 8
새글 영화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을 부탁해!? 아웃사이더 2024.05.02 1117
새글 제 시나리오가 국제 영화제에서 당선되었습니다. lisco 2024.05.02 1745
새글 이것저것 모아둔 꿀팁들 광야팡야 2024.05.01 5287
새글 좋은 작품 찍는 노하우 알려드립니다. 내일은태양 2024.05.01 5820
임플란트 과정 디디케이 2024.05.01 6742
영화 촬영 후 스튜디오 원복은 미술팀의 몫인가요 아니면 제작부의 몫인가요? 1 WjddPwls 2024.04.30 11373
인하대 제자를 강제추행한 교수,연출감독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뭐먹지 2024.04.29 18153
운영자님 2 정석아 2024.04.29 18255
오디션에서 빛나는 첫인상 만드는 8가지 방법, 모델 배우 전용 신CP 2024.04.29 19109
연기초보 연기영상 찍었습니다 피드백좀 부탁드려요 ^ ^ 간츠 2024.04.29 19827
오디션 성공을 위한 모델 배우의 네트워킹 비밀: 씨크릿 5단계 신CP 2024.04.28 25175
[설문조사] 영상제작자 대상 스크린렌탈서비스 창업을 위한 설문조사 동2씨 2024.04.28 25176
j&k 엔터테인먼트 아시는 분 1 Y00 2024.04.28 25466
같이 연기 공부하면서 유트브 키워 보실 연기자분 주대표 2024.04.28 28386
[모집마감] 사진 작업에 관심있는 분 계시나요? [4/30(화) 15:30이후 촬영 / 성 1 toma294 2024.04.27 29971
풋살 좋아하시는 분 계신가요?! 용산FS 2024.04.27 33060
Bmpcc 쓰시는 분 계신가요? 질문 있습니다 2 jjgr8 2024.04.26 37594
탑차 대여 !! 2 wantme 2024.04.26 39070
잭스할때 왜 긁는걸까?? puly엠버서더 2024.04.26 37419
블랙헤드 제거 by 서울대 피부과 전문의 1 하늬바람님 2024.04.26 40043
1 / 680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