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2

pearljam75 2004.07.01 22: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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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에 깔린 1편 줄거리를 요약한 만화 스틸컷과 거미줄과 겹쳐진 배우 및 스태프들의 타이틀,
거기에 아름답고 묘~한 대니 엘프먼의 음악, 음, 심상치는 않으우.

1편에서보다 훨씬 스파이더맨은 고뇌한다. (맘고생, 몸고생도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던 삼촌의 말씀도 되뇌어보고말이다.

영웅의 길을 가자니, 아르바이트는 짤리고 집세를 못내 공동 화장실 사용도
눈치주는 집주인에게 양보해야하고 성적도 떨어진다하고,
교수 눈밖에도 나고 여자도 못만나고 모든게 뒤죽박죽이다.
(피터 파커가 살고 있는 누추한 방문을 열었을때 나는 왜 연출부 사람들 생각이 났던가!)

이런 현실(생활)적인 문제가 미국영웅에게 투영된 적이 있었던가?

고뇌하는 영웅? 팀 버튼이 이미 만들었었잖어??
고뇌하는 영웅은 보여주었지만, 고생하고 배고픈 영웅은 별로 못봤다.
배트맨은 돈이라도 많지, 생활고에 찌들일은 없다.
대니 앨프먼의 음악때문이라도 자꾸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이 비교되었다.

재벌에다가 자폐성 짙은 영웅 vs. 가난하고 되는 일 없는 영웅.....이렇게 말이다.

우리의 다정한 이웃, 피터 파커는 돈많은 사업가 브루스 웨인이 아니므로
비싼 배트카나 장비, 의상 없이 자신이 만든 스판 가면에 스판 원피스one piece를 입고
뉴욕의 빌딩 사이를 날며 29분 피자나 배달하고 있어야한다. 그나마 곧 해고를 당하지만서도.

내가 초등학교때 보고 우와, 디게 야하다! 남자랑 여자랑 옷을 벗고
황금욕조안에 나란히 누워있다니! 했던 <수퍼맨2>에서 수퍼맨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수퍼맨의 갈길을 버리고 평범한 인간의 길을 택한다. 피를 흘리는 인간...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인간.....
허나, 때마침 나타난 외계악당들은 백악관을 장악하고 무릎꿇은 대통령은
방송 카메라에 대고 ‘수퍼맨 어디있는거요? 지금 뭐하는거요! 우릴 구해주시오’ 절규한다.
크크크..... <람보>나 <코만도>, <수퍼맨>같은 것을 만든 아메리칸들은 정말 골때린 존재들이다.

<스파이더맨2>에서 피터 파커는 생활고와 피로, 많은 오해들에 지쳐 스파이더맨이라는
직업(칼뱅은 ‘직업 occupation' 을 하늘의 부르심, 즉 ‘소명calling'이라 했다지?)을 때려치우고
성실한 대학생, MJ에게 자상한 남자친구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려고 결심한다.

소명? 나를 희생하며 영웅짓을 해서 얻는게 뭐냐? 나, 피터 파커로서의 인생은 완전 개판인걸!
거미줄도 잘 안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 스파이더맨, 위트있는 장면이었다.

하여간 소명의식이 없어지자 거미줄 안나오는건 둘째치고 눈도 침침하다.
다시 안경을 찾아 끼는 피터 파커,
똘똘한 공대생으로서의 생활,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룰루랄라 배경음악으로 깔려준다.
아, 발랄해!

뭐, 며칠 그래봤지만, 미국 헐리우드는 언제나 영웅이 필요한 곳 아니던가,
MJ가 닥터 옥에게 납치를 당한다. 사랑을 위해 다시 스파이더맨 스판 원피스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우리의 피터 파커!
닥터 옥토퍼시에 부착된 기계촉수는 그 철제의 둔탁하면서도 날렵한 운동감과 날카로운
소음 때문에 영화보는 내내 심장을 쿵쿵 뛰게 했다. 징그럽고 또한 막강했다.
으..... 한대 맞으면 정말 중상이상이겠다.

이 시대 최고의 꽃미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임스 프랑코가 2편에서는 좀 아저씨틱해져서 나온다.
다소 실망했지만 그는 3편에서 더 큰 역할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하여간 멋진 샘 레이미 감독의 유머감각이 곳곳에 잘 베어나오는 기똥차게 재밌는 스파이더맨2 즐감하시길...

사족1.
눈돌아가는 화려한 화면을 입벌리고 보고있자면 역시 돈이 좋다는.....
제작비.....2600억원이면 .... 별 재미도 감흥도 없는 <태극기 휘날리냐>를 250편 정도
만들수도 있고.
대한민국에서 로또 1등당첨을 30번이상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데...

또....긴 사족...
6월 하순은 지옥같았다.
그의 죽음으로 늘 맘이 무거웠고,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아무 때나 문득 문득 생각이 날때마다 질질 짰다.
눈이 가려진 그가 느꼈던 공포를 생각할때마다 눈물이 났다. 너무 끔찍하고 무서웠다.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수작들인가?, 알 수가 없다.)

Pearl Jam의 새 음반을 샀는데, 미국밴드 음악을 듣는것도 죄스러울지경이었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다. 에디 베더가 마이크앞에만 서면 환장하지.
너무 흔한 나의 눈물..... 미친년마냥...생리적 현상이니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어째꺼나 미국문화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고, 좋아하고, 즐기고, 동경하는 것 조차도
껄끄러웠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아일랜드 밴드 음악만 들었다.
지금은...U2. Bloody Sunday도 있는 앨범... 유치한 발상이지만...... 하여간 그랬다.

7월을 맞이하야 나는 다시 스며들어간다. 미국문화로 말이다... 이질감은 사라질것이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911>을 보고는 열광하겠지.
미국인 한명이 이루려는 자정작용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여간 나는 오늘, 조금 이상한 미국영웅영화를 보았다.
좋아하는 미국감독이 만든, 귀여운 토비 맥과이어와 은근히 매력있는 커스틴 턴스트
(내눈에는 여전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여성이 되지 않는 꼬마여자아이다. 송곳니땜에 그런가?)
그리고, 눈이 너무 반짝반짝 빛나는 꽃미남 제임스 프랑코가 나온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