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에서 도망쳤던 사람이 다시 영화판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미역남 2017.02.23 04:52:39

제목과 같이 저는 예전에 영화 스태프였지만, 도망쳤습니다.

젊었을 때, 운이 좋아 영화 소품팀에 들어갔지만, 결국 4개월만에 도망쳤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쓰러지면서 집안 사정도 안 좋아졌고,

현장에서 욕도 좀 많이 먹어서 전주에서 돌아오자마자 허무함이 몰려와서 여러 핑계되면서 도망쳤습니다.

얼굴보고 그만두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전화로 그만두겠다고 하였습니다...

당시에 실장님도 절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도 있고... 내가 널 잘라야겠냐? 그런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났지만... 역시 영화 말고는 제가 하고 일이 없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진짜 죽도로 힘들었고, 전주 산 속의 영하 30도 온도에 죽을 거 같았는데.

몇 년 째 그때만 생각나고, 사람들에게 그때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솔직히 좋았습니다. 정말 다 같이 열심히 했고, 욕은 먹더라도 밤에 술 한 잔 하면서 수고했다는 말에 버텼던 그때가...

서론이 길어졌네요... 갑자기 새벽에 감성이 차올라 오랜만에 들어와서 글을 올리네요.

이런 제가 선뜻 다시 영화판으로 못 돌아가는 이유가... 영화판이 워낙 좁다보니 여러 사람 이야기를 서로서로 하더라고요.

만약 다시 영화판에 취직했는데, 누가 제 이야기를 알고 저에게 뭐라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네요.

공익생활이 끝나면 취업을 해야 할텐데, 영화판에서 도망쳤던 사람이 다시 영화판으로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다시 돌아가서 그때부터라도 다시 열심히 하면... 인정 받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