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연출분들, 식대제공~ 쓰지 마세요.

actorsir 2011.12.06 03:31:52

배우들이 페이를 요구하는 건 돈을 바래서가 아닙니다.
최소한의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한 존중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지요.

많은 연출분들이 학생이기 때문에 페이는 없다라고, 또 어떤 분들은 핸드폰 비도 없을 정도로 힘든데
어떻게 페이까지 생각하냐라고 하시는데, 묻고 싶습니다.
단돈 몇 만원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다들 그렇게 어렵습니까?

저도 어렵게 배우 생활하기 때문에 그런 어려운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말 배우들을 존중하고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면 그 정도 투자하는 게 아까운 건 아니지요.

대부분 학생이 주축이 되서 하는데 뭐 그렇게 까지 해야되냐라고 생각하신는 분들 물론 있겠죠.
아니죠. 학생이니까 말그대로 정말 학교내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면 모를까,
아무리 작은 규모로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온라인상에 공개모집까지 했을 때는

배우든 스텝이든 그 작품에서 요구되어지는 수준을 소화할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모집해 뽑겠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역량을 갖춘 사람에 대한 존중을 해줘야 함은 기본인 것이죠.
만약 그게 싫다면 말 그대로 학생 작품이니까 자신들 학교 사람들 불러다가

혹은 자기 친구들 배우로 쓰면서 작업하면 되는 겁니다.

학생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본인들의 입장은 간단히 합리화하고서 배우들을 존중해주지 않으면서
제대로 준비가 된, 작품에서 요구되어지는 수준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구하고 또 그 배우들이 본인들의
작품에 올인하기를 바랍니까?
그런 소흘함들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지 않을까요?

얘길 바꿔서 만약에

영화에 발레씬이 나와서 발레리나를 섭외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전문 발레리나 모집하면서 식대제공~ 차비제공~

이렇게 하실 수 있겠어요?

아마 없을 겁니다.

근데 배우는 왜 그렇게 뽑을려고 하나요?

배우도 마찬가집니다.

배우란게 그냥 되는 게 아니에요.

몇년씩 전공하고 졸업해도 현장에 나와서 수차례 깨져봐야

겨우 내공을 쌓고 연기를 할 줄 알게 되는게 배우란 겁니다.

이건 연기, 배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아직 많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배우보다 중요한 게 있나요?

가장 중요한 부분에 정성들여, 필요한 투자를 하는 걸

무시하면서 어떻게 좋은, 완성도 있는 작품을 기대합니까?

 

여기 글을 올리는 분들은 학생이라 할지라도 프로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거나 그렇게 될려는 분들 아닙니까?

그러면 그렇게 행동해야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건 최소한의 배우에 대한 확인도 없이 캐스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배우들을 모집한다 해서 지원을 해보면 단순히 보낸 사진 몇 장만 보고는 '이미지'가 맞다고 같이 하자고 합니다.
어떻게 그 작품의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를 뽑는데

그 배우의 캐릭터 창조능력과 그 캐릭터에의 적합성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해보지 않고서 사진 몇장에서 나오는 외적 이미지만으로 캐스팅할 수가 있는지

참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연출입장에선 그 캐릭터를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 절차로, 또 배우는 그 하나하나를 당연한 자기 배우 생활의
수련과정으로 생각하고 오디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페이를 안주니 오디션을 하기가 그렇다구요? 그러니까 페이를 주세요.

최소한으로라도요.

또 표정연기니 내면연기니 하는 말을 하는 분들도 너무 많습니다. 연기를 표정만으로 하는 것도 있나요?
내면이 없이 연기하는 것도 있나요? 연기는 다 내면으로 합니다.
이런 말들은 연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비상식적으로 들리는 말들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연출을 하는 분들이더라도 연기에 대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야 연기와 배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말이 길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식대제공~

이거 하시지 말란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