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사수를 외치는 분들께 드리는 짧은 소견

besthammer 2006.02.11 22:56:10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는 일수를 줄이자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영화계가 단식투쟁을 벌이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유별나게 애국심이 강한 우리 국민들은 왠일인지 이들의 주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영화가 개방되면 국내 문화산업 전체가 외국자본에 잠식될 것이라며 자신들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 국민들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영화인들은 최근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국수주의라 일컫을 만큼 유별나게 애국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한국민이 왜 당신들에게 유독 냉담한지 자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국내 영화관에 외국영화가 판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낸 돈 일만원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로 흘러가기보다 열악한 국내 영화계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하지만 내가 낸 돈 일만원은 국내영화계 발전을 위해 합리적으로 씌여지지 않았다. 십 수년 전부터 한국인들은 영화계가 주장하는 바를 믿고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를 반대하고 그들이 만든 영화를 사랑해 주었으나 그들은 오로지 개인적 치부에만 열중했다. 한국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마련 등 공익에는 등한시 한 채 스크린쿼터제의 안주아래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개인적 향락에 몰두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정부가 스크린쿼터제의 축소방침을 밝히니 또 한국문화산업 위기 운운하는 핑계를 대고 있으니 누가 귀담아 듣겠는가 말이다. 그들은 스크린쿼터제의 안주 아래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기보다 오로지 돈 되는 영화에만 열중해왔다. 그들은 작품성보다 흥행하는 영화 만들기에만 주력해왔고, 그래서 몇몇 특정배우들의 엄청난 캐런티가 영화산업 전체를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정도로 만들어 버렸다.

반면에 그들은 스텝 등 영화산업 하부 종사자들의 권익보호에는 등한시 해왔다. 영화 한 편 흥행시켜 기획자와 주연배우는 수억 수십억씩 버는 동안 스탭들은 몇 십 만원의 최저 생계비도 못되는 돈으로 삶을 영위해야만 했다. 극단적으로 말해 한국 영화계는 그동안 정부와 국민들의 보호 아래 몇몇 영화기획자와 특정 배우 몇 명만이 배불리우는 구조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판이 이러니 국민들의 냉담한 반응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는가. 한국영화계가 개혁을 외면한 채 소수만 배불리우는 구조에 안주한 채 문화산업 운운하며 철야농성을 하는 자체가 국민들은 역겨웠을 게 분명하다. 외제차에 기사까지 농성장 밖에 대기시켜 둔 채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 반대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국민들을 원망하는 그들의 외침은 가소로워 헛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이들 중 혹자는 스크린 쿼터제와 영화종사자 처우개선 문제는 별개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이에게 묻는다.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가 부각되기 이전에 당신은 영화계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어떤 목소리를 냈느냐고.

이런 주장들을 아는 때문인지, 철야농성장에 그렇고 그런 인물들만 모습을 보였다. 영화계 종사자들 중 감투 쓴 이를 제외하고는 알만한 유명인은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진실로 이르고 싶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종결되던지 간에 당신들 몇몇 소수만 배불리우는 짓은 그만하고 한국 영화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라는 암초를 만난 한국 영화계가 할일은 국민들을 혀로 설득하기 보다 자성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