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도 아는 최소한의 매너

rudwls103 2008.12.17 22:53:57
생각하다하다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소심한 제가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지금도 태클 걸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만, 정말이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별 것 아닌 넋두리고 개인적으로 속이 상한 일이지만 여기는 자유게시판! 한 번 써보겠습니다/

필커에는 독립단편영화 스텝이나 배우 모집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저도 이것저것 찔러보는 편인데, 이번은 참 잘못 찌른 편인 것 같습니다.
첫 글을 겸손하게 써두셨기에 그래도 어느정도 개념이 있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만...쩝.

아무튼 첫 단편작을 준비한다는 그 분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쪽지로 번호를 보내 드렸더니 문자를 하시더군요.
이것저것 따져보시고 나이를 물으십니다.
고등학생인 저는 당연히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말했고, 그 분 한동안 연락이 없으시더군요.

답장 와서 하신다는 말이,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조명 다룰 줄 아냐고 하십니다.
아 물론 조명파트 무시하는 거 아닙니다...조명은 화면에 입히는 옷이고, 중요한겁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조명..어느 정도 다룰 줄 알지만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되지 못한다고 말씀을 드렸죠.
사실이니까요.
사실 저는 조명이 제일 어렵습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환경에 맞춰 조명을 셋팅 하는 게 많이 힘들죠.
저는 촬영과 연출을 주로 하구요-이 부분도 잘한다 할 수는 없지만-, 조명은 주로 하는 분들이 잘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중학교 2학년 때 부터 영상을 접해서 이제 고3을 앞 둔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아보긴 처음이군요.

문자 몇 개 끄적거리고, 전화 통화도 안하고, 시나리오 물론 보지 못했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고, 서로의 역량을 모르고 상대방이 전문적으로 배운 분야가 어떤 부분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명 다룰 줄 아세요?' 라니요.파트를 정할 땐 구인 글에 직접 기재를 하든지, 아니면 전화 통화 하면서 작품 이야기 하고 나서 정하는 것 아닌가요...(틀리다면 할 말 없습니다만)

크랭크인이 얼마 남지 않아 촉박하셨던 건 이해하지만, 문자 서너통 끄적이고 뻘쭘한 상황에서 '내일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하시던 그 분 결국 지금까지 연락 안왔습니다.
이건 아니죠. 몇 편 작업을 해 봤다면, 고등학생들도 일처리 이렇게 안합니다.

사람을 구했을 경우엔 '이 부분에서는 다른 분과 작업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 분과 작업을 하기로 했다. 님과는 다른 작품에서 함께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간단하게라도 이야기를 하고, 서로 기분나쁘지 않게 끝내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전문 영화사에서 스텝 오디션 본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연락 드려봤을 뿐인데 이거 완전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제가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 연락을 드렸다면 그 쪽도 끝을 맺을 때 지저분하지 않게,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면 제가 지금까지 번거롭게 작업해 온 것인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아니면 익명성 뒤에서는 무례를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하신 걸까요?

배우 섭외때 배우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 처럼, 스텝 섭외때도 똑같이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혹 그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할 마음이 없다고 해도 말이죠. 거절 역시 정중하게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영화제작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 기분 상하게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궁금하군요.

두서없이 끄적였더니 말이 안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만...
배우 또한 중요하지만 함께 작업할 스텝들도 중요하고, 함께 작업할 것은 아니어도 연락을 해 온 상대방의 기분도 중요하다는 당연한 소리를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필커에는 이런 무지한 분들보다 상식있는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역시 작품 고를 때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들이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