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나리오만은 때려 친 작가의 이야기 – 부제. 드림웍스 [완결]

사람ㅇ 2017.04.01 23:48:47

여러 사람 열 받게 한

영상시나리오만은 때려 친 작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말만 하고 미련 없이 떠나렵니다.

 

사람은 왜 꿈을 꿀까요?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서?

로또를 사기 위해서?

잘 때 심심해서?

심리학을 전공한 저는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꿈은 ‘해소’를 위해 존재합니다.

보물을 찾는 꿈,

영웅이 되는 꿈,

좋아하는 이성과 교제하게 되는 꿈,

사람들은 이런 꿈들을 꿉니다.

왜냐면,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풀어지지 않는 욕구를 꿈에서라도 이루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정신이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악몽은 뭐냐?

‘카타르시스’라고 잘 아실 겁니다.

쉽게 말하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라는 말과 비슷할까요?

일어날까봐 걱정되는 일.

그런 일들을 가짜로라도 체험하는 것입니다.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이죠.

매를 맞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꿈,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

이런 꿈들이 그렇겠죠.

 

인간의 마음과 몸은 하나입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고 하니,

 

우리의 꿈은 참 원시적입니다.

우리의 몸은 문명이 발달하기 전 그대로이죠.

 

인간의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했지요?

그래서 꿈도 원시적입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 복잡합니다.

원시적인 꿈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이라고 하죠.

영화 뿐 만 아니라, 소설 연극 등 모든 서사물은 다 꿈입니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피동적 꿈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기능적인 꿈을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영화를 보고 꿈을 꾸었듯,

저도 사람들의 마음을 해소시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영화판에서 그것을 염두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판을 짧게 압축시키면,

저는 ‘관심 끌기’ 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죠,

자본주의의 병폐이자,

미디어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슬프게,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어떻게 하면 더 웃기게,,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이게...

이것이 영화판이 저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닙니다.

기능적인 꿈을 만든다면,

적당히 슬퍼도, 적당히 멋져도, 적당히 자극적이어도 됩니다.

아니 적절히 자극적인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쉽게 매출액 1등 2등 영화를 예로 들겠습니다.

 

2등인 타이타닉은 세기말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밀레니엄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었습니다.

각종 사이비종교들이 판을 치고,

이상한 괴담이 퍼져나가던 그런 시대였습니다.

1990년대는 그랬습니다.

 

그때 우리의 젝이 등장하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고,

약혼자가 있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신분 차이도,

성격차이도 모두 떠나

로즈를 사랑해주고 지켜줍니다.

장렬히 목숨까지 버려가면서요.

그렇게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꿈을 꾸게 되어서,

우리는 밀레니엄의 공포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1등은 아바타죠.

2000년대 말은 우리에겐 수렁 같은 시대였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호황은 모두 무너졌고,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죠,

임금은 적고 물가는 높고요.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자살율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여튼 살기 엄청 폭폭했습니다.

 

그런데 아바타의 제이크는 어떤가요.

하체마비에서, 걷게 되고, 나비족에게 전사로 인정받고, 나비족의 리더가 되었으며,

원시적인 나비족과 첨단기술을 가진 인간의 전투를 승리로 이끕니다.

그리고 심지어 사랑도 이루죠. 정말로 나비족이 되어서요.

 

제이크의 모든 힘의 원천은 뭐였을까요?

의지였습니다.

하체가 마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량배에게 싸움을 걸던 제이크입니다.

그 정도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죠.

 

아바타는 우리에게 그런 꿈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무력하지 않다, 할 수 있다. 의지를 가지면 된다.

 

두 영화는 이러한 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

어떻게하면 ‘관심을 끌까?’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단지 각각의 영화가 가진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든 보직이 합리적으로 협업했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내 욕망만이,

돈과 권력과 명예만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는 영화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현재의 한국 영화판은 어떤가요?

그렇게 되고 있을까요?

 

현재의 영화판에 만족하고,

잘 적응하고 살아가시는 선배님들에게는 죄송합니다.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게시글에 마음이 많이 언짢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길이 있으면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있고, 그러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솔직한 심정으로 안타까움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기에,

이렇게 자신 있게 나선면도 있었습니다.

 

제 말에 공감가지 않는 분들은 그냥 사시던 대로 사시면 됩니다.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은 모두 인정받아야하며,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는 실망만 가득했던 영화판을 떠납니다.

 

제 글을 보고

같이 작업하자고 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영화는 하지 않습니다.

 

제 말에 동의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작가로서 계속 살아갈 것이고,

사람들에게 ‘기능적인 꿈’을 전달할 것입니다.

 

필커 여러분들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빌겠습니다.

 

기성분들에게는 죄송했고,

진보적인 분들에게는 감사합니다.

 

그럼 진짜 떠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