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등장해 무료 제작지원을 호소하는 감독님들에 대해

kissgoon 2017.06.21 21:36:24

 

 사실 감독이란 말을 쓰는 것도 조금은 애석합니다.

 어쩌다 단편 하나 찍으면, 갑자기 직업이 영화감독이 되는 걸까요? ㅎㅎ

 그래도 영화를 만들 때의 포지션이 감독이라면 현장에서는 그렇게 불러야 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판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그 어떤 영화 동호회에서 조차 활동하지 않던 분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나는 영화감독 누구누구 입니다' 라는 소개와 함께 기술자 분들과 배우분들에게 무료에 가까운 봉사를 호소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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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만들고 싶은데 돈은 없고, 있어도 내 돈 쓰기는 아깝고,

 어쩌다 대본은 하나 썼는데 누가 나 좀 천재라고 인정해줬으면 좋겠고,

 내 대본은 너희들이 알지 못할 만큼 엄청난 경지에 다다른 작품이니

 페이 없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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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략 그런 느낌으로 접근해 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렇게 접근하는 분이 쓴 대본이 정말로 

엄청나게 천재적이고, 위대하다 한들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잘못 되었다는 지적질을 좀 하고 싶네요.

 

누구는 영화가 좋아서, 누구는 유명세좀 타고 싶어서, 누구는 로또 좀 맞아보려고 영화를 한다지만

열정만을 앞세워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몇 가지 조건이 붙게 됩니다.

열정페이가 다 잘못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말이죠. 본인 영화 만드는데 열정페이를 제시한다면

본인이 먼저 시간과 공을 들여 이런 저런 영화에 참여해 봐야 합니다.

현장에서 일당 10만원 받고 촬영장비 옮기고 심부름 하는 분들은 뭐 감독하기 싫어서 안 한답니까?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몸과 생각을 섞어봐야 자기 인맥이 하나 둘 생기는 것이지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어요.

그런데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감독은 해야 겠어요.

그런데 돈은 없어요.

그런데 고생은 하기 싫어요.

그러니 여기다가 모집 공고좀 올려서 사람들 좀 데려다 써야겠어요.

 

그러지 마세요.

메이저에서도 능력 없는 감독들은 스탭들이 엄청 무시합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것과, 감독을 잘 하는 것은 아주 달라요.

 

열정페이가 되는 판입니다.

그런데 게시글 하나로 이룰 수 있다는 안일함은 좀 버려야 할 거예요.

정말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당장 내일부터 동호회라도 찾아봐야 할 겁니다.

영화 제대로 만드는 거 생각보다 까다롭고 어려워요. 배워야 합니다.

열정이 있다면 그것을 표현할 줄도 알아야겠지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