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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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굴레..

jhwj99
2002년 02월 16일 00시 13분 28초 1064 2 2
... 난 도망쳐 왔다.
사회적 부분에서 여자라서.. 라는 굴레가 싫어 도망쳐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도망칠것을 예상하고 이곳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난 또 여자라서... 또는 여직원이라는 명찰을 달 수 밖에 없다.

하긴... 나이가 몇인데...

여자라서... 여직원이라는 명찰을 달기싫어서 그동안 얼마나 독하게 살아왔는가...
웬만한 남자들과 비교도 안되게 열심히 뛰어다니고 나의 치장엔 관심도 없었고
오직 일을 시작하면 그 일 하나에 목숨걸어 왔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참고 또 참고...
화장할 시간도 없고 옷사러 다닐 시간도 없이 일에 열중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옷도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만 입고 긴 머리도 작은 검은 고무줄 한가닥에 의지했다.
그런게 좋았다.

여직원이라는 명찰..
그것은 여자로서의 나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고 도망치고 거부하고.. 그랬지만 여자라는 굴레는 좀처럼 그리 쉽게 벗어지지 않는다.
다른 남자직원들처럼.. 또 그보다 더 독하게 일을 하고 해도... 난 여자일 뿐인걸...
남자직원들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갸녀린 몸으로 하루종일 뛰고 무거운 물건 나르고..
그냥... 남자직원의 자리를 채우려 독을 썼는데.. 결국 그 자리를 메꾸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아직은 여자이기에...
하고싶지만 못하는 일이 너무도 많은듯 하다.

하고싶은 일을 위해 여자로서의 삶을 버리고 억척스럽고 독하게 변한 나지만...
모르겠다.

아직... 난... 너무 어린가보다.

하지만.. 그래도 남들보단..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경계선을 이제 막 건넜지만...
갈길은 멀고 바쁘지만...

P.S
남자를 뛰어넘으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자가 되고 싶은것도 아니다.
남자들의 세계에 끼어들고 싶은것도 아니다.

난... 단지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싶기에...
내가 아니면 안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에...
남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기에...

아직 이 사회는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할일이 더 많기에...
할일을 찾아...
불을 쫓는 불나방처럼 겁도없이 그곳에 뛰어드는 것이다...

내나이... 방년 22세...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inefall
2002.02.20 04:14
젊은 님에게 화이팅.
이세계가 남자들의 세계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내가 움직이고, 내가 살아가고 싶은 세계가 있을 뿐이에요. 거기서, 누군가가 님을 필요로 하고, 님도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님이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이 생겨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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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I
2002.02.20 18:31
겁나는게 뭐있습니까...방년 22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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