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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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엄숙해서 우스운

vincent
2002년 10월 23일 01시 41분 31초 1049 3 8
kbs2 7시 뉴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으니 뇌졸중을 조심하라는,
해마다 이 맘 때면 나오는 똑같은 내용의 뉴스다.
화면이 나오기 전에,
남자 앵커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외출할 때 주의해야한다며
하나마나한 멘트를 하는데,
옆에 있던 황정민이 자세를 남자 앵커 쪽으로 살짝 틀더니
귀엽게 눈을 흘기고는
"흥(나는 분명 '흥'으로 들었다).. 꼭 남 얘기하시듯 하시네요..."
캑.
남자 앵커 얼굴, 당황으로 얼룩졌다.
아무리 황정민이라고 해도 이건 정말 히트다.
뉴스보다 이렇게 웃어보긴 정말 처음이었다.
잠시 후, 매년 같은 화면을 쓰는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취재 화면들이
나온 후, 스튜디오를 비춰주니 황정민의 표정이 조금 굳어있다.
뭐라 한 마디 들은게 아닌가, 걱정된다.

요즘, 홈cgv에서 알리맥빌 씨즌2를 방영하고 있다.(케이블의 수혜를
못받아본 나는 요즘에서야 본다).
오너(아시다시피, 주무대는 로펌 사무실이다)가 아끼는 개구리가
오너가 물살이 약한 변기를 성능좋은 변기로 바꾸는 바람에
그만, 그 힘찬 물살에 휩쓸려내려가는 참사를 당했다.
회사에 공고를 붙이고 소박하게나마 장례를 치뤄준다.
정성스레 마련한 조문,
읽으면서도 멈칫거린다. "베풀줄 아는 개구리였습니다-"
베풀줄 아는 개구리라니...
개구리 얼굴 뒤로 후광이라도 비추는 듯 하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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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2.10.23 17:14
아.. 그 재미난 광경을 혼자 본다니...
황정민 아나운서 시말서나 부장이나 국장한 테 한소리 당했을 듯 하군요 ㅎㅎ
다시 보기에 그 동영상 있으려나....
그 개구리는 있죠...
혼자만 아세요(귓속말...)
과수원 집 개구리 였습니다...
배 를 재배하는...
그래서 가을이면 배를 나눠주곤 했죠...
(아.. 날씨 추우니 나까지 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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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9000
2002.10.23 17:35
황정민씨 일은 참 유감이네요. 보아하니 그 방송때뿐 아니라 스튜디오 들어가기 전부터 흐르던 감정의 연속 일것 같기도 한데.. 쭙. (그 개구리.. 시골집 할머니의 베틀(battle X)위를 뛰어다니던 개구리가 생각납니다. 할머니가 한줄한줄 짜 엮은 삼베를 확 풀어버릴것 같았던 그 개구리. 그 개구리를 주세요!)
applebox
2002.10.24 11:05
왜 난 글을 보면서 뉴스에 영화배우가 나왔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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