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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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하루 하루 영화로부터 멀어져가는..

winslet
2003년 06월 01일 02시 27분 33초 1238 10 16
영화사가 문을 닫고

영화가 중단되고

다시 1년의 시간은 무가 되고

다시 돌아온 학교는

너무나 낯설고

빚갚느라 힘에 겨운 어머니의 한숨에

생각하기 싫은 취업을 해야될 것만 같고

술에 취해 잠이들고 그다음날 핸드폰을 보면

조감독오라버니들,감독님께 온통 전화한 흔적들.

'무슨 일있냐? 힘든 일 있냐?'고 묻는 그 사람들에게

'그냥 술먹고 꼬장부리려고;;'라는 대답만 할 뿐

영화를 못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은

목구멍에서 넘어오지 못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영화로부터 멀어져가고

그렇게 하루하루

내 열정은 죽은 것이 된다..





축구 이겼다는 핑계로

술을 마셨는데

전혀 기쁘지가 않네

내 웃음은 웃음이 아니다.

불쌍한 내 위장.

불쌍한 내 폐.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ncent
2003.06.01 03:18
그 때 같아선, 지금 당장이 아니면, 그러면 모든 걸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하고 조금은 조급했던 시절...
마음만 잃지 않으면, 조금 늦어도, 조금 돌아가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생각하기 싫은 취업을 해야될 것만 같다고 했나요?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저도 회사원 출신.
어쩌면 스스로를, 영화를 좀 더 물러서서 점검해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갈증이 끝간데 없는 곳까지 갔다가 더 큰 오기와 에너지가 되어 돌아올 수도.
힘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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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somina
2003.06.01 03:19
취업준비를 하던 어느 날. 겨울이었죠. 졸업을 앞둔 .. 나 28살때 .. 전화가 한통 왔었습니다.
너 영화한다고 했었지? .. 나 취직해야돼요.
그리곤 취직을 했고 일년을 지냈습니다.

월급도 타보고, 그 월급으로 술도 사 먹어보고 옷도 사보고 ..
집에 빚갚으시라고 도움도 좀 드리고.. 바다 두번 밖에 못보신 엄마랑 여행도 가보고 ..
회사 여직원들하고 야유회도 가보고 .. 그럭저럭 회사생활을 했어요.
그렇게 일년이 지날즈음 어느날 출근을 하는데 .. 사람들에 떠 밀려 내린 전철역이었던가 ..
하늘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하루 하루 멀어져 가는 무언가가 있었나봐요 ..그리고 사표.
그리고도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던 영화라는 일.
그 날 이후 1년을 더 방황하다가 영화공부하는 곳엘 들어갔죠. 영화를 생각만 해봤지 멀 알아야 할것 같아서..
내 나이 그때 30살.

그리고 3년인가 있다가 내 친구가 영화공부를 끝내고 돌아왔어요
내 친구 나이 그때 33살 ..
그리고 나랑 팀이 되어 같이 준비하던 영화 "정인"을 꼬박 2년 만에 접으면서 없던 일이 되버렸습니다.

때론 최악의 일들이 생기기고 합니다. 역시 최선의 일이 생기기도 하겠죠.

언제나 시작일수 있고 언제나 끝일수 있는것 같습니다.
영화일이라는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살아낸다는거, 때로 힘들겠지만 ..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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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ong
2003.06.01 03:48
우리 젊은 피들이 지녀야 할 주요 덕목중에 '썅정신'이란게 있습니다. (욕으로서의 '썅' 과는 혈통이 다른.)
수년전, 웃음을 잃고 살던 시절에 만들어 이제껏 전파해오고 있는데,
따르는(척 하는) 벗이 두명쯤.

좋아, 썅!
확 해버려, 썅!
안되면 말어, 썅!
다 덤벼, 썅!
두고봐라, 썅!

그렇다고 '막가자는' 정신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그저 '썅정신'일 뿐이예요.

저요? 저는.... 잘 못지키죠. 전파에만 열을 올릴뿐.
이런식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도 하지만.

(대단한 팀웍입니다. 마치 짠 것 같군요. 제가 글을 쓰는 사이에 두분이 어느새....)
marlowe71
2003.06.01 04:47
'썅정신' 아주 좋군요. 이름도 왠지 맘에 들구... sadsong님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구.
퍼뜨립시다, 21세기의 중요한 덕목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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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va
2003.06.01 14:55
초라하다고 느낄때 더 초라해지는 겁니다.힘들다고 생각할때 더 힘들어지는 겁니다. 정말 원하고 원한다면...마음과 생각의 차이....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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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9000
2003.06.03 01:25
운 좋은 사람있고 운 나쁜 사람이 있는데 내가 자꾸 운나쁘다고 생각하면 그 쪽으로 가지더라.
요즘 날씨도 좋던데 사람 많은데 가서 팔벌리고 광합성 좀 해라. ---> 이건 나한테 한 말이다.
며칠전에는 술마시고 개지랄떨다가 음주단속 걸렸다. 흠.. 요즘 인생 장난이 아니다. 나부터 좀 위로해 주라.
술 좀 그만 마시고! ---> 이것도 나한테 한말이다 신경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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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ong
2003.06.03 05:46
문득 떠오른 기억에 의하면, 불쇠님께 'Brother, Can You Spare a Dime' 에 대한 보답 떡을 아직도....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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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3.06.03 07:15
크으... '불쇠'... 검색해보니, 그 현장에 저도 있었군요.
younsil
2003.06.04 00:21
기다리는 고통은 ...머라 말할수 없는 그런것들이죠
어쩔때는 세상에 혼자 남아 있는듯한 기분까지,,,
주변에 눈들에게 언제나 나는 하고 싶은걸 하고 있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때는
그저 쓴웃음만이 나올뿐이죠
저 역시 지금 영화에게서 잠시 도망아닌 도망을 쳐버린 상태지만,
다시금!! 기필코 돌아가리라 언제나 다짐을 잊지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만 돌아보면, 다른게 보이기도 하더군여
영화만 생각하면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지 못할꺼라고 그렇게 위안을 삼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님, 힘내세요^^
변두리
2003.06.07 22:27
so be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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