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369 개

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찌찌(ちち)를 찾아서'

73lang
2003년 08월 03일 00시 34분 02초 2333 1 37
한 때 뇨자덜헌티 쌩깜얼 당허면스롱 신춘문예에나 한번 내볼라꼬 긁어댔었든 단편소설얼 약간 각색해서 올려봄미다.

심심허시면언 함 읽어덜 보씨요잉~!

약간의 스크롤 압박있슴!

재미있슴! ^^;;;;;;

우겔겔...냥...냥...





----------------------------------------------------------------------------
찌찌 (ちち) : (父) 아버지를 뜻하는 일어 또는 여자의 가슴을 지칭하는 ‘어린 은어(?)’
----------------------------------------------------------------------------




#1. 황폐해진 내장을 움켜쥐고 무진장한 배고픔을 느끼다가 잠시 정신을 잃고 우에노 공원에서 보루바꾸(box)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노)숙자들 사이를 부유하고 있었다. 그 때




“あなたの耳、どうしたんですか?”
(아나따노 미미, 도우시딴데스까? ‘당신 귀가 왜 그렇습니까?’)




너저분한 옷차림의 숙자 한 놈이 한 쪽 다리가 뒤틀려서 절룩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역겨운 냄새를 동반한 그 부랑자의 등장은 내 몸뚱이마저 같이 더러워지고 썩어 들어갈 것 같은 불쾌감을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부랑자 놈은 어쩐지 말하기가 거북한 듯이 힘들게 다시 한번



“あなたの耳、どうしたんですか?”
(아나따노 미미, 도우시딴데스까? ‘당신 귀가 왜 그렇습니까?’)
라고 말을 걸어왔다.



순간적으로 (나도 내가 왜 그러한 반응을 했는진 모르겠다. 단지 그 놈이 힘겹게 마치 레슬링 선수처럼 찌그러지고 화상을 입은 것 같은 내 귀의 흉터를 보고 호기심에 물어봤을 것이다.) 거기에 대한 내 행동은 그 놈의 배를 세차게 걷어찼었다.
그러자 그 부랑자는 한 쪽 어깨에 걸쳐져 있던 가방 안의 동전들과 함께 소리를 내며 길바닥에 쓰러졌다.
힘없이 거리에 내 팽개쳐진 그 놈은 길거리에 쏟아진 동전들을 주워담으려고 할 때 나는 다시 한번 걷어찼다.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놈을 올라타고서 짓이기던 나는 그 놈을 구성하고 있던 더럽고 초라한 육체의 물컹한 감촉을 느끼며 마치 밀가루 반죽을 짓개듯이 더욱 더 힘을 줘 밟아댔다.
뒤틀린 다리와 냄새 나는 몸이 그 놈을 구성하고 있던 존재 형태에 관한 진실이라면 이방인의 뫼르소의 살인동기보다 더 타당한 나의 폭력도 나를 구성하고 있던, 내 기묘하고 충동적인 인간성을 확인시켜주는 사회적 존재 양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놈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발신자 확인이 안 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잠시 후

떨면서 한참 동안 안간힘을 쓰고 전봇대를 짚고 일어나려는 것을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추호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단지 재밌다는 느낌만 들었다. 일어서려는 것을 포기한 듯 하지만 자동 재생 버튼을 눌러 논 카세트처럼


“あなたの耳、どうしたんですか?”
(아나따노 미미, 도우시딴데스까? ‘당신 귀가 왜 그렇습니까?’)
를 반복하는 그 놈을 내버려두고 뒤돌아서 마저 가던 길을 갔다.




#2. 난 늘 한쪽이 부족했다.

우측외이도 부족, 편모슬하, 오른쪽 갈비뼈 상실…

오른쪽 귀와 아버지와 6번째 늑골이 없(었)다.




#3.
…이 여자는 회교국 군주 같은 사내 앞에서 머리를 사내의 다리 사이에다 박고 무슨 짓을 하는지, 무슨 짓을 하기에 그렇게 좋은지 이따금씩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짧게 두 번. 진동으로 해놓은 핸드폰이

바들바들 떨렸다. 여자의 엉덩이나 다리에는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듯이 힘이 들어가 있어서 탄탄해 보였다. 사내는

다독거리는 듯이 손으로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 옆에서 아나이스 닌의 '사랑의 환희'를 읽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난장을 까기엔 밖은 너무나 춥고 쌀쌀한 날씨였기 때문에 근처 큰 서점에 들어와 이렇게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옆에 있는 커플들은 서점에 연애를 하러 왔는지 자꾸 쓰다듬고 비비고 하는 것이 눈 꼴 사나와서 못 보겠다.

사내가 자리를 조금씩 옮길 때마다 여자는 재빨리 사내 앞으로 자리를 옮겨 무릎을 꿇었다

서점 안의 사내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여자의 다리 사이에 붙어 있었다. 여자가 배를 불쑥 내밀면서 다리 사이를 사내 얼굴에 들이댄 것이었다.

사내가 꼼짝 못하게 되자 여자는 뒤에서 감았던 손을 풀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서점 안 사람들은 모두 그 두 남녀를 쳐다보았고 남자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어대며 여자에게 뭐라고 투덜대고 있었다.
난 여자가 다리 사이를 사내 얼굴에 들이대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대목에서 책을 덮고 서점 안을 나왔다.




#4.
“한국엔 언제 돌아갈꺼냐?”

“내일……관광비자로 들어왔는데 너처럼 불법체류자 안 될려면 15일 전에 입국해야지”

“어머닌 아직도 못 찾았냐?”

나는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한국 돌아가면 뭐할껀데?”

“아버질 찾을꺼다……어제 다찌가와에 살고 있는 이모를 만났는데……왜 그 조총련계 반쪽발이랑 결혼한 이모 있잖아……나한테 친아버지가 살아계시다고 하더라……”


녀석은 짐짓 못들은 척 하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넌 꿈이 뭐냐?......영화말고”


"난 말이야 바다가 보이는 50평짜리 콘도미니엄에 볼 때마다 느낌이 틀린 나만을 사랑해 주는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죽을 때까지 마실 수 있는 시야시 확실하게 된 맥주랑 싸구려 위스키랑 그리고 스탠더드 락 LP 몇 장만 있으면 그만이야"


"겨우?...겨우 그런 꿈을 위해서 영화를 선택했다는 거야?...뭐 더 없어? 뭔가 영원히 충족될 수 있는..."


"그런 여자 하나 더!"


"여하튼 넌 싸구려야...차라리 다른 일을 해서 50평 짜리 콘도미니엄에 볼 때마다 느낌이 틀린 너만을 사랑해 주는 여자를 구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왜 꼭 왜 하필 영화냐?"


"달리 할 일도 없고...사람들한테 인정 받고 싶은데 암만 생각해 봐도 내가 할 줄 아는 일이 없어!..."


"내가 잃어버린 하루를 찾기 위해 따라나선 친구치곤 별 도움이 안 되는 놈이다 너는."


그 녀석은 내 말에 별 흥미가 당기지 않는 포부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실망스럽다는 듯이 거리에다 침을 뱉었다.
인간들은 저마다 각자의 꿈이 있는 법이다. 갑자기 어느 글에선가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뉴욕 양키즈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년 연속 우승이 평생의 꿈이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
누군 미국에서 가장 물이 좋다는 나이트에 입장하는 것이 꿈이라는데 내 꿈이 저런 놈한테 무시당할 만큼 형편없는 꿈이었나....
하긴 호밀 밭에 파수꾼이 되는 게 꿈이라는 놈도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내 꿈은 그래도 난 편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그 감독새끼가 떠 올랐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로맨스를 같이 불태우던 그 시절...'호밀 밭에 파수꾼'이니 샐린저니 하는 이름 들어본적도 없고 영화하는데 그런거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일관하던 그놈이.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이 친구 놈은 내 꿈을 비웃은 대가로 차비 몇 푼을 뺏긴 채 돌아섰다.
"세상에 돈 안 드는 일은 없어…….한국 돌아가면 연락하고……"라는 말만을 남긴 채.





#5. 내가 입국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일산의 어느 편의점이었다.

갈 곳이 있을 땐 뛰고 갈 곳이 없을 땐 걷는 법이다.

새벽의 신도시 편의점. 그녀는 그곳에서 일한다.

남들이 나의 꿈을 비웃듯이 아무도 없는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던

이곳 편의점까지 겨우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서

한 시간 되는 거리를 걸어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엔 그녀가 일하고 있다.

도무지 그녀한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저 여자는 이런 곳에서 일할 여자가 아닌데' 같은 남자들을 순진하고 바보 같은 자기 최면에 빠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커다란 빨통(가슴)이 무척이나 착한 여자다.

담배 한 갑을 샀다.

그녀가 계산대를 두드리던 손짓은 직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활 습관에 가깝게 보였었다.

운전수가 핸들을 돌리는 몸짓으로 매춘부는 허리를 흔드는 식으로 주부는 그릇을 씻어내는 식으로...

단 한번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곳을 나섰다.

편의점 앞에서 담배 한 대를 태워 물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불빛 한 점 없는 새벽 신도시 거리를 밝혀주는 편의점 안에는 그녀가 있다.

내 안에도 그녀가 있다.








#6. 내 나이가 만으로 25살에 멈출 줄 알았을 때, 그녀는 미아리에서 몸을 팔고 있었다.


그 당시 줄기차게 전업 백수를 고집하던 난 어둡고 암울했던 세월들 속에서 그녈 단지 잠깐 동안 만났을 뿐이다.


난 천재였다...실패의 천재!...시험이라는 시험은 죄다 떨어져 보고 학번도 직업도 가족도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현실을 매우 피곤해 하며 툭하면 불평과 불만을 일삼던 그런 아이가 어느 날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자기가 혼자서만 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 습작품들을 들고 영화사에 돌아다녀보기도 했고 무슨 무슨 시나리오 공모전에 내본 것 빼고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우연히 16미리 떡 영화 현장에 입문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지만 제목이나 주연 배우 이름, 또는 개봉시기나 극장을 사람들에게 한참 동안 설명해 줘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그런 영화만 한 서너 편 한 게 내 영화 이력의 전부였었다.


그 동안 단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해 보았다.


파지(종이수거), 면허시험장 문제집 브로커, 싸우나 청소 아르바이트, 술집 삐끼(호객행위), 그리고 중국집 배달, 친구들이 하던 음악학원(에 빈대 붙어) 합주실 수위 생활, 잠깐 동안 부랑자 숙자 생활도 해 보았고, 그 동안 모아 온 돈으로 '무대뽀 정쉰! 헝그리 정쉰!'을 외치며 필리핀 마닐라에서 체류를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짧은 경험 이었지만 에로 떡영화 촬영부 막내 일을 시작으로 내 인생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질 못했던 연출부 생활들 (엎어진 영화 4작품/구두상품권 받고 일한 영화 한 작품/현장에만 참여했었던 조감독 타이틀 한 작품)이 있었다. 한번은 다시 학원가로 진출해볼 요량으로 때려치우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에잇 씨부럴! 드러워서 대학간다'를 외치며 대입시험과 영상원/예전 시험도 쳐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입만 열면 발 냄새가 났었던 어떤 놈은 내가 쓴 씨나리오에서 '생각을 훔쳐(?)' 화려하게 데뷔를 하고 (지금은 세번 째 장편을 찍고 있고 벌써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을 때 난 그냥 저냥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끌려 다닌거 같다. 약간 하향이다. 내 서른 한해 동안 살아온 인생에 대한 자평이다.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지극히 예외도 아닌 어정쩡한 하향이다.


갈 곳이 없어 종로3거리를 서성이다 문득 내 인생이 하나의 지도로 표현된다면 흰 종이 위에 떠 있는 외로운 섬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표류도...천천히 떠다니며 점 하나로 표류하는 외로운 섬이 1500원짜리 추어탕으로 허기를 채우고 나서 너무나도 술 생각이 간절해 유치원 같이 생긴 신촌에 있는 대학원을 다니던 친구 놈을 찾아갔었다.


내가 그 친구 놈을 만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배고픈 표정을 지어 보이거나 하면 자기 지갑 안의 돈을 아무 말 없이 털어 주거나 내 말을 귀담아 경청해 준다는 것 때문이다.


그 친구는 군대를 다녀오고부턴 예전의 총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무심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고 조금은 쿨하고 독특한 캐릭터로 변모해 있었다. 새벽 2~3시 쯤에 잠에서 깨어나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리는 듯한 표정으로 줄곧 나를 쳐다보던 그 놈은 나와 술을 마시면서 주절주절 약간의 자기 얘기를 했었던 것도 같다.



"나 이번에 대리로 진급한다......삼성 SDS니 ...LG EDS니 하는데 별거 없다 . 좆도 아냐!...근데 웃긴게 뭔지 아냐?....그런데서 말단 나부랭이나 하고 있는 나를 부러운듯이 바라보는 놈들 보면 웃겨......
유도해서 대학간 그 새끼 이름이 뭐더라?...."


"누구?.....아...유도부 전형이? 그 꼴통새끼!"


"어...그래 전형이...작년 은숙이 결혼식때 그 새끼 봤는데...국정원 들어갔다더라..."


"어 그래?...옛날 안기부말야?...거 참 오래살고 볼 일이다...ㅎㅎㅎ....국정원 들어가서 뭐한데?....국정원 들어가면 쉬리의 한장면 처럼 그렇게 멋지게 일한다냐?"


"그냥 낚시나 하고 등산이나 다닌댄다...그 말만 하더라......아 그때 결혼식때 성우도 봤다....그 놈은 우리 고등학교 영어선생으로 발령났대"


"이야 거 씨발넘 출세했네~! 매냥 당구만 치구 보라매에서 여상애들이랑 떡치던 그넘이?"


"만약 참이슬 소주병을 우주선 가득 싣고 밤하늘의 어느 이름없는 별에다가 쏘아 보낸다면 그 별 이름은 참이슬 별이 되겠지?? ㅋㅋㅋ"



이상하다.
난 이놈을 만날 때 마다 내 안에서 그 까닭을 알 수 없는 묘한 울림이 생기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도 잘 하고 음악을 좋아했던 이 친구와 같이 있다 보면 나 같은 부류 조차도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곤 한다.
예전에 그 친구 놈을 따라 갔었던 나이트에서 부킹이 들어온 걸레 같은 여자애들이
’오빠는 몇 학번이야?'하고 물어오면
'난 학번이 없어...아니 나도 80년대 학번이다 강남 중학교 86학번 ㅋㅋㅋ'이라고 응수하는 현실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난 이 친구를 만나기 10년 전 까지만 해도 한 때 '운동권'이라는 말이 '체육특기생'을 지칭하는 말인 줄 알고 지냈었고 가슴도 절벽인 애들이 두꺼운 책이나 파일 같은 것을 감싸 안고 남자 선배들에게 징그럽게 '형'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를 오래도록 고민하면서 지독한 열등의식에 고개 숙인 채 그 당시 가는 곳마다 '학번'으로 무장한 채 운동을 한다는 새끼들 앞에서 금새 무기력 해 졌었다.


"야...나도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다. 그 치열했던 격동의 80년대에 난 뽄드를 불구 있었다구!"


나의 엉뚱하고 서툰 농담들을 잘 받아주긴 해도 도무지 이 놈은 자기가 군대에 끌려가기 직전에 했었던 지난 시절의 그 '운동'이라는 것과 군대 시절을 이야기 하는 법이 없었다. '구영탄'이라는 만화 주인공 같이 생긴 졸린 눈으로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는 저 놈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난 술에 취해 쉴새 없이 주절대며 떠들어댔었다.


“야…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가슴이 착해야돼!...동물들 중에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다른 동물 암년들이 배 밑에 빨통이 달려있거나 아래를 향하고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가 않거덩....다리가 착한 여자도 좋지만 여잔 가슴이야......가끔가다 나 혼자 술먹고 쏠리면 내 가슴을 만진다 ㅡㅡ;;; 근데 이상한게 내가 내 가슴을 만지는데 기분이 야릇해져 ㅡㅡ;;;;;;......"



"ㅋㅋㅋ 너 그말 하니깐 생각난다.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아가리랑 가위 바위 보 해서 진 놈이 서로 젖꼭지 빨아주기 했다가 교련선생 피바다한테 걸려서 피터지게 맞던거 ㅋㅋㅋ.....너 전치 8준가 나왔지 아마"



"말마라 그 피바다 씨박새끼 한테 맞은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다니깐"
오른쪽 바지를 걷어올리면서 다리에 난 상처를 보여주자 이 놈은 또 다시 알듯 모를듯한 그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이 놈이랑 술을 먹다보면 날 새는 줄 모르게 된다. 그래서 즐겁다.


그 밖에도 이웃해 있는 서울기계공고 애들이 학교 축제때 보라매공원에서 집회를 마치고 도망치던 대학생들이랑 따구리가 붙는 바람에 전경들에게 끌려 갔었던 얘기, 그 당시 여고생들 한번 꼬셔보자고 금옥여고 행 버스를 무작정 올라타고 가다가 특지고 운암애들이랑 패싸움이 붙었던 이야기등 등 수많은 이야기 꽃을 피웠던거 같다.


"3관왕 챔피언 감이다 넌"


"어???....뭔소리야?"


"신용불량자에 주민등록 직권 말소에 기소중지자잖아 ... 너 같이 삼박자가 잘 맞는 놈도 없을꺼다...아...또 하나 있구나 지명수배자 ㅋㅋㅋ...검찰청에 있는 정훈이 형이 뭐라디? "


"정훈이형은 술만 잘 사줬지 아무 도움이 안되더라 ㄲㄲㄲ......그 형 검사 되구 나서 7년동안 쫓아 댕겼던 형수님이랑 금방 결혼하더라 ...고시의 힘이 쎄긴 쎈가봐. ㄲㄲㄲ 한때 고시촌에서 폐인생활 하면서 정훈이형한테 형이 모래시계의 강우석 같은 검사가 되면 난 씨네마써비스 강우석 같은 감독이 될꺼라구 약속했었는데......ㅋㅋㅋ"


이 쯤되면 엉뚱하게 화제를 바꾸는 수 밖에 없다.


"난 여자들이 정말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여자는 한 달에 한번씩 멘쓰를 하지만 남자들은 하루에도 올챙이 같이 생긴 정자를 수 억 마리씩 만들어내잖아……그런 남자들이 술 먹고 쏠려서 바람 피우거나 여러 여자한테 껄떡 대는게 오히려 정상 아니냐 ”


실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 친구는 나에게 차비에 쓰라며 6만원을 쥐어 주면서 집으로 향했다.




#7.
"블루벨벳!"

"뭐?..진짜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블루벨벳'이야?"

인형으로 둘러 쌓인 그녀의 음침한 방안에 누워 그녀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놀라고 있었다.
인형 수집이 취미라는 이 MIT(미아리 텍사스) GIRL은 가끔가다 사람을 놀래키는데 뭔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생긴 것은 구로공단이나 신림동 어디쯤에서 흔하게 마주칠 것 같은 원조교제를 하는 10대 소녀 같이 생겨 가지고 박상륭의 '칠조어론'이나 무라카미 류에 대해서 얘기하곤 하는 정말로 독특한 캐릭터였다.
그녀를 만나고 이곳을 자주 찾게 된 나는 단 한번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을 빨면서 찌찌는 몇 번 조물딱 거리며 만져 봤다.
그녀는 갓난 아기한테 젖을 물리듯 가슴을 내 맡기곤 하면서 나와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난 그녀에게 '블루벨벳'의 테마가 뭐라고 생각 하냐는 질문을 던지며 빨리 대답해 보라고 재촉했다.


"그냥...달리 표현 할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애...무라카미 류가 단 한마디로 정의 했듯이 <SEX는 상처를 중화 시킨다>는 뭐 그런 주제였던거 같애...오빠, 정말 멋지지 않아?"


난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녀의 가슴을 조물딱 거리며 대답했다.


"뭐가 멋진데?"

"SEX는 상처를 중화 시킨다는 말"

"아니, FUCK이 상처를 중화시킨다는 말이 더 올바른 표현이겠지"



#8
글쎄, 뭐라 해야 하나? 너무나 파래서 원래는 파란색이 아닌 듯한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고 해야 하나...분석하기 보다는 아니 분석 될 수 없는, 느낌이나 분위기로 봤을 때만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영화였던거 같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맛이 간 상태고 뭔가 결핍된 듯한, 저마다 잘려진 귀 한 쪽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듯한 무언가 비어있는 그런 느낌. 그 새디스트 사이코로 분했던 데니스 호퍼의 연기도 그렇고, 약간 맛이 간 카바레 가수 도로시도 그렇고, 어딘지 멍청하고 얼빵해 보이는 제프리도 그렇다. 그게 뭘까?


#9
유용하고 실용적인 가족 구성원을 갖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난 단 한번도 '가족'이라는 것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지독한 자기 연민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줄곧 생각해 왔던 내 과거를 떠 올려 보았다. ‘재수없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영화 판에서 만난 여자 스텝들한테 껄떡 대 보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진심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별로 믿어주질 않는 눈치지만 나에겐 첫 돌 이전의 기억이 남아있다. 비록 눈에 눈물이 고였을 때처럼 영화에서 보여지는 포커스 아웃 된 상태의 흐물거리는 영상이긴 하지만 생후 몇 개월이 지난 시점의 기억들이 가끔씩 떠 오른다. 누구는 뇌 생리학상 유아기 때의 뇌 구조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뇌 구조와 틀리기 때문에 그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돼먹지도 않은 과학적 근거를 들어 나의 말을 반박하곤 하는데 누군 전생도 기억한다는데 그 까짓 것 쯤이야 눈감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어렴풋하게 보여지던 사내가 있었다. 언젠가 허니문 놀이 기구에 같이 올라탔던 그 사내 주위엔 검정 세일러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나 빡빡 밀은 중대가리에 무식하게 생긴 남학생들이 항상 근처에서 파리떼같이(그렇다. 후에 좀 더 자라 서너 살 쯤 때인가 어머니가 불쑥 불쑥 나타났다가 어디론가 사라지실 때 마다 나의 외할머니가 귀찮은 짐짝 취급을 하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가 버리시면 맨밥 위에 파리떼가 엉겨 있던 것처럼) 들끓었었다. 지금 와서 추측해 보건대 그 사내는 꽤나 잘 나가는 고등학교 선생이었던 것 같다. 그 씨불놈이 나의 아버지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난 25살이 넘도록 추측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나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내 삶이 정말 우스웠다. 우스운 놈! 그래, 넌 우스운 놈이다. 성격이 약간 지랄 맞긴 해도 꽤 미인 축에 속하는 어머니 밑에서 나 같은 놈이 나왔다는 것도 우습고 어린 시절 모유는 커녕 이유식도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그 아기 때의 결핍을 마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뭇 여자들의 찌찌를 그리워하는 것도 우습다. 그리고 더욱 우스웠던 것은 내일 모레가 환갑이시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직도 젊은 날의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타국에 계신 어머니의 연락처를 잊어버리고 지난 10년간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내 인생이 우습다. 어머니 생각에 가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이상스레 눈물이 흐르진 않는다. 몸이 약해 자주 편찮으셨던 어머니를 이빨이 나고부터 '엄마'라고 불러 보지도 못하고,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어머니'가 아닌 뚱뚱하고 못 생겼지만 건강하고 푸근한 '엄마'였으면 하고 꿈을 꿔 본적도 있었다. 엄마...

‘엄마!’

비디오방 화면에 엄마라는 자막이 뜬다. 이쯤에서 데니스 호퍼가 병적인 변태 섹스를 하면서 도로시에게 '엄마!'라고 부르짖는 장면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골골대시던 어머니가 지금까지도 악으로 살아오신 것을 보면 당신을 그렇게 버팅기게 했던 그 힘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를 무력한 아들이 반문하곤 한다. 그것은 어쩌면 '회환'일 수 도 '미련'일 수도 아니면 '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머니도 그렇고 그 씨불놈은 더더욱 그랬다.


#10.
기묘하게도 두 번째로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 극중의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가족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했다. 도로시와 프랭크, 제프리와 샌디가 마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가족 구성원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남매 사이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구나! 평범하게 보여지는 것,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이 영화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영화 속 초반부에 잘려진 귀가 보여지는 장면을 다시 리와인드를 해서 돌려보았다. 반 고흐는 그 놈의 예술적인 광기 때문에 지 귀를 잘랐다지만 난 왜 오른 쪽 귀가 잘렸던 것일까?
그때서야 난 알 수가 있었다. 평화롭고 한가로워 보이는 것 이면에는 무언가 결핍된 기괴함이 공존하는 것 같다고 느낀 것이다. 마치 잘려진 귀처럼.



#11.
“오빠!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영화가 뭔줄 알아?”

“응?...뭔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그 영화 보면 맨 나중에 블랙홀 같은 빛 속으로 빠져드는 장면 있잖아……그게 무슨 의민지 이젠 알 것 같아”

“무슨 의민데?”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여기 언니들이랑 약을 먹은 적이 있거든…그 때 환각상태에 빠져서 봤던 장면들하고 똑같더라……왜 사후세계를 체험해 봤다는 사람들 얘기나 뽕 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말하는게 ‘빛’이잖아……어떤 종교는 신을 광명으로 묘사하기도 하고……오빠는 왜 사람들이 환각상태나 죽을 때 빛을 보는지 알아?”

“왜 빛을 보는데?”

“동공이 확대되기 때문이야”



#12.
꿈을 꾸었다. 커다란 식탁에서 어머니와 그녀가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 그런 꿈을.


#13.
인형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커다란 인형을 사 들고 미아리로 향했다.
새벽이고, 고함치는 사내, 말리는 사람, 병 깨지는 소리, 지금은 다시 잠잠하다. 시끄럽던 그곳이 금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졌다.
그 때 내가 느낀 것은 어떤 '부조리함'이라고 해야 하나?...전혀 공존할 수 없는 '경계의 이면'은 서로 동전의 양면처럼 되어 있다는 사실을…



#14.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공원 벤치에 버려져 있던 반 쯤 찬 소주병을 한 모금 마셨다.

그녀를 다시 찾았을 때, 처음 보는 이모가 그녀는 이제 여기에 없다며 상호가 바뀐 채로 변해버린 그곳에서 최대한 그녀와 닮아 보이는 여자애와 긴 밤을 지새웠다.
뱀이 탈피를 하듯 란제리 같은 얇은 홀복이 스스르 벗겨지자 금새 알몸이 된 그녀에게 그냥 팔베개를 하고 누우라고 했다. 치명적이게도 그녀는 얼굴만 닮았을 뿐 가슴이 없었다. --_--;;;;;

미성년자 단속에 걸려 가게 자체가 없어지기는 처음이라는 얘기만 들려올 뿐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럼 그녀가 미성년자였다는 말인가? 흔히 이런 곳에서 몸을 파는 직업 여성들 중에는 뻔한 스토리가 있었다.
너무나 흔하고 상투적이어서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그런 경우와 사연들……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부도를 맞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어떻게 하다 보니깐 이런 곳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는 그런 뻔한 사연들...
그녀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 였을지도 모르지...아니 그냥 카드문제 때문에 몸을 팔게 되었을지도 ...
또는 알콜중독에다 집안에서 가족들에게 술꼬장에 구타만 일삼는 무능력한 아버지를 피해서 가출을 했던, 정말 어둡고 꿀꿀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가출소녀일수도 있겠지...
요즘에도 인신매매가 있나?...
아무튼 내게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블루벨벳'이라며 영화나 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던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난 아침 녘에 그곳을 나오면서 새파란 호스로 미아리 골목길을 청소하는 아줌마 뒤로 눈이 부실 정도로 샛노란 옷을 입은 유치원생들이 지나가는 장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좁은 미아리 골목길 베란다 위로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왔을 때

눈이 따가울 정도로 쨍쨍내리쬐는 햇빛 아래 자극적으로 비쳐지는

새파란 화분 위의 붉은 장미, 새파란 호스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새찬 물줄기 뒤로

천진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노란 옷의 유치원생들...

그 뒤로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지나치고 문득 나는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에 빠져들었다.

마치 '블루벨벳'의 영화 속 첫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그녀를 떠올렸었다. 또 다른 이면의 '일상'을 맞이하는 그곳을 벗어나자

지명을 알 순 없지만 어딘지 낯이 익은 거리를 활보하다가 공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페인트 칠을 새로 했는지 작렬하는 아침 햇살을 받아 눈이 아프도록 반짝이던 공원의 벤치 위에 걸터앉아 어느 숙자놈이 버리고 간 듯한 반쯤 찬 소주병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들이키고 있었다.

평범하고 평온한 것들의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그 이면에서 꿈틀거리는 불결하고 음침한 것들 속에서 '가족'을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그녀의 영화 얘기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조금씩 몸이 떨려 오면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빈속에 갑자기 들이킨 휘발성의 액체에 자극을 받은 위장이 놀래서 자꾸만 '꾸륵꾸륵' 소리를 낸다. 마치 내 육체와 정신까지도 휘발성의 물질이 되어 날아가 버릴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했었던 말, 무라카미 류가 말했듯이 섹스는 상처를 중화시킨다는 그런 주제일 수도 있겠지. 그 말을 기억하며 영화 속 '블루 벨벳'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바비벤튼'의 노래 '블루벨벳'이 들려오는 것 같은 환청을 들으면서.......



THE END




...........................................영화럴 꿈꾸며 뇨(女)자럴 꿈꾸넌 당랑타법 1분에 14타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kinoson
2003.09.13 06:14
흠흠...이곳에서 형의 글을 보다니...잘 지내죠? (8월3일글에 9월13일날 리플달아서 이런말하는 나도 우습네요..흐흐)

언제 술한번 더 하자구요
이전
30 / 6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