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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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그들의 죽음 뒤에는....

sadsong sadsong
2003년 10월 01일 16시 45분 10초 999 1
비오는 날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미끄러운 길 때문이거나 시야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이겠지.

그런데....

비오는 날, 차안에서 갖게되는 느낌은 어떤가?
하늘마저 어둡거나 이미 해가 져버린 시간이라면,
거기에, 빗방울 부서지는 모습, 그 소리에 어울릴 쓸쓸한 음악이라도 흐르고 있다면....

'분위기 있다'는 정도의 느낌을 가지는 건강한 사람들 틈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여러 감정선들을 슬픔이라는 꼭지점으로 몰아가는 '슬픈 재능'을 타고난 그들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그 순간의 감정을 도저히 참아내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속에 충동적으로 핸들을 꺽고 말았던 것은 아닐까....



몸을 던지는 것은 어떤가?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그곳에 오른 이들도 있겠지만,
그저 '조금 갑갑하고', '조금 슬플' 뿐이었던 그들이 우연히 내려다본 평온한 그곳에는,
그들을 향해 손짓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었으리라.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 보도블럭 한조각, 행인들의 행복한 웃음, 시원한 바람 한줄기....
그 눈부신 손짓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 부름에 몸을 맡겼던 것은 아닐까.....



깊은밤 티비에서 하는 <날씨@생활>이라는 짤막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름아니라 죽는다는건, 아무것도 아닌 저런것까지도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그런것이겠구나.'하는 생각이
기습적으로 떠올라 잠을 설쳤던 날이,
이제 십일쯤 지났다.


참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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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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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ncent
2003.10.03 12:53
"정말 죽여주는 날씨"와 "정말 죽기 좋은 날씨" ... 그렇다면 오늘의 날씨는 ...
정말 "죽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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