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369 개

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노무현은 정치9단?

cinema
2004년 03월 12일 14시 33분 24초 1049 5 4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딴 건 다 집어치우고,

4월 총선에서 부동표의 향방만 생각해보자...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표는 50%에 육박한다고 밝혀졌다.

1. 탄핵안이 상정되지 않았을 경우,

야당은 끊임없이 대통령 측근비리나 선거법 위반 행위 등을 문제삼으며 선거하기 전날까지 탄핵안을 들먹였을 거다.
이때 부동표들의 향방은 상당수가 투표를 하지 않았거나, 한나라/민주당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에 대한 환멸이나 무관심을 드러낸 많은 이들은 상식적으로 기존의 정치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의 적절치 못한? 행보가 연일 도마위에 오르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들은 대통령(권력)에 대한 반발심으로 야당을 찍었을 확률이 컸다. 물론 야당 설치는 꼴 보기 싫어서 여당을 찍거나 '에라' 혹은 '진짜 바꿔보자'는 심정으로 민노당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을 거다.

2. 탄핵안이 상정되어 부결되었을 경우,

보수세력의 집결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부동표의 경우 '국회도 어쩔 수 없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이지 노통 막 가겠다...'라는 우려가 들기 시작하면서 야당쪽으로 기우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와 함께 '다 꼴 보기 싫다'는 심리도 팽배해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3. 탄핵안이 상정되어 가결된 현재,

상당수의 사람들이 '야, 나라꼴이 이래서야 되겠나'라는 우려와 함께 여당을 찍어서 전국의 안정을 바라게 될 것이다.
또한 흥분한 친노세력이 여기저기 투표를 독려하고, 적극적인 선거운동원으로 돌변해 부동표들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마치 정몽준 의원이 막판에 노무현대통령과의 연대를 깬 뒤 친노세력의 투표참여율을 높여 놓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민노당을 찍으려던 사람들까지도 '야, 안되겠다. 일단 열우당을 밀어주자...'는 심정으로 열우당 쪽으로 돌아서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 그제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대국민 사과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노통의 대국민사과는 전국이 불안한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통은 서서히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탄핵정국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오늘의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결국 탄핵안 가결이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분명한 계산이 섰던 것이다.
헌재에 의한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한번만 스타일 구겨지고, 이후 4년이 탄탄대로이니 이전,이후의 정치적 행보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총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했다면, 탄핵안 상정을 한 뒤, 투표를 하되, 의도적으로 정족수에 모자란 인원을 구성했어야 했다. 160명이나 170명의 찬성으로 아깝게 탄핵안이 부결되었다면, 4월 총선에서 부동표의 상당수가 대통령에 대한 견제의 형태로 야당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총선이 기대된다.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 걸...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uni592
2004.03.12 15:57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 걸... 후비고~
73lang
2004.03.13 02:01
시나리오란 요로크롬 써야됨다 ^^;;;

무협지보다 더 재미난디요...우겔겔
Profile
sandman
2004.03.16 14:16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이 탄핵과 관련해

"이건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 대통령의 정략입니다.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하고 있었던 거지요"라고 말하자

손(손석희-100분 토론) 씨가 "알면서 왜 하셨습니까?"라고 되물어버린 것.
cinema
글쓴이
2004.03.16 19:05
장광근 의원 속으로,
(사실 우리도 노무현대통령, 열린우리당 팬이라서... ㅡㅡ;)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제목에서도 ?표를 했듯이 윗글은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탄핵안 가결은 한민자가 저지른 일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듯 한데... 그들은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칩거 중인 모습과는 아주 큰 대조를 이룹니다.
hani21c
2004.03.26 17:03
오우~~ 씨네마님 정말...^^;
이전
13 / 6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