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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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양심에 털 난 여자

pearljam75 pearljam75
2005년 03월 21일 00시 47분 54초 2709 11 78
그냥 아는 인간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젓갈 장사하는 어머니의 뒷바라지로
신림동 고시촌이나 자기네 학교 도서관에서 삼사년 버티더니 재작년 겨울 사시 2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지금은 연수원 2년차에 있는 인간이다.

올해로 서른 몇살이 되었는데 형들도 결혼을 못했고, 홀어머니는 젓갈 장사를 그만 두셨다고 했다.

그 오빠가 사시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판,검사라는 간판을 미끼로 부자집 딸래미와 결혼을 해서
팔자 좀 고쳐보자라는 거 였는데 - 참으로 힘들게 셔터맨의 경지에 이른다.-
진짜로 시험에 붙자마자 마담뚜들이 들러붙어 어리고 이쁜 준재벌급의 딸래미를 소개시켜줘서
둘이 사귀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판,검사, 변호사가 될 남자라지만, 그 기집애 참 비위도 좋지...
나, 약간 열받아서 결국 인신공격하게 되버린다.)

참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이 "훌/륭/한" 남자를 사랑하는 나는,

머리도 좋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지위에 올라 - 조영래 변호사처럼 꼭 뜨겁게 살 필요는 없지만 -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미면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보기에도 좋을텐데

대놓고 돈 많은 처가에 몸 팔아 어리고 이쁜 여자와 결혼해서 정치에 입문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그 뻔뻔한 속물주의를
견딜 수 가 없다.

여자들도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데 왜 자기는 자신의 사법연수원생 신분으로 조건으로
거래 할 수 없는 거냐고, 그게 뭐 어떠냐고 하는데...

사실, 매년 1000명씩 합격생을 내는 요즘
400등 안에 못 들면 판,검사 임용을 받지 못한다는데
그 인간은 판사가 목표였음에도 공부를 안 하더니 500등 밖으로 밀려났고 이제는 저기 하위권에 머물러서
로펌에도 못가고 혼자 변호사 개업할 것 같기도 하다.

과연 ... 어리고 이쁘고 돈 많은 여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말 것인가...
끔찍한 보상심리,
신실한 마음이 없는 이런 남자랑 결혼하게 되는 여자는 누구일까?

나는 그 인간과 연락을 원래 자주 안했는데
어제 친한 후배와의 통화로 알게 된 그 인간의 근황은 다음과 같다.

연수원 초년생 때 만난다는 그 준재벌급 딸래미와는 진작에 헤어졌고
얼마 전에 또 선을 보았다고 한다.
전화기에 대고 그 오빠가 후배에게 한 말:

"글쎄 지금 나 선보고 집에 가는 길인데... 어땠냐구?
참, 나. 이 여자 완전 양심에 털났어.
93학번이 어떻게 나랑 선보러 나오냐... 그 나이에. 진짜 양심도 없지."

음...

나는 가난한 연수원생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 속물근성를 고발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너무 없이 사는 사람들은 이래서 문제다 라고 한탄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청춘의 덫! 이런 드라마, 이젠 식상하니!-

서른 둘 여자가 선을 보러 나가면 양심에 털 난 여자라고
혀를 차는 이상한 대한민국 남자(들)을 갈구고 픈 마음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내년이면 서른 둘이 되는 나 자신에게 -넌 이제 결혼도 못하겠구나! 선보러나가는 행위는 양심에 털 난 행위야!
- 연민을 갖고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거대한 머리에 짧은 팔, 다리, 혀를 소유하고도
그까짓 사시패스 한 걸 가지고
어리고 돈 많고 이쁜 여자를 갖고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하는
탐욕스러운 지인에 대한 뒷다마를 까려는 게 아니라...


도무지

상식이나 인간의 도리같은 건 통하지 않는,

요즘에 특히나 심하게 나불거리는, 배웠다는 사람들의 막되먹은 뇌를 절개하고픈 욕구때문에

이 난잡한 에세이를 쓴다.

Don't look back in Anger.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diamir
2005.03.21 02:32
얼쑤!
(추임새를 넣고 싶었음)
73lang
2005.03.21 07:40
매순간을 힘겹게 패스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자에 대해서는 관심없으심까요?

펄쨈님 4천만 땡겨줘요~~!

우겔겔
aesthesia
2005.03.21 10:25
저는 돈만보고 자신의 인생을 팔아버리는 양심에 털난 여자들도 문제라고 봅니다.
오직 돈만 보고 19살 차이나는 남자와 일말의 애정이나 사랑도 없이 결혼은 해가꼬
애들 학예회에는 나오지도 않고 차는 그놈의 외제차 맨날 바꾸는데다..데다..
우..
토할 것 같은..
어떻게 결혼의 조건이 오직 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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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es
2005.03.21 13:44
에헤라 디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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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5.03.21 14:06
이 참에 사시나 공부해볼까.....?

배시시~~~~~~( '')

하긴 한문이 많아서 읽기도 벅차더만......

여튼......펄잼님 화이팅!!!!!
rpig72
2005.03.21 14:21
뇌를 절개하고픈 욕구에서 맨츄리안 캔디데이트가 생각이 나는군요.....으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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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jam75
글쓴이
2005.03.21 22:12
디아미르님/지화자!
14타님/ 4천... 먹고 죽을래도 없으요.
애스띠지아님/그런 여자들은 비위가 좋아서 그래요. 비위가...
보엠님/그 남자나 잘 꼬셔봐라.
키노손님/138回次 마치고 나니 映畵말고 다른 分野에 觀心이 가시는지?
알피그72님/그 영화 재밌나요?
rpig72
2005.03.22 13:36
리메이크작이라고 들었는데... 그냥 볼만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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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5.03.22 14:29
으아~~~한문은 시러라~~~

펄잼님 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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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5.03.24 14:38
첫사랑 못잊어 아직도 결혼 못한 판사 동창 있습니다....
관심있음 연락 주세요...
사람은 참 착하답니다....
진주잼님 글 처럼 결혼한 동창있습니다.
그냥 잘 산답니다.
꼭 그렇게 오버하는 것 같지도 않구요.
은희경 소설과 여러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너무나 사랑하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얘기 있소.
세상이 그렇게 흐르면 아무리 탓해도 되질 않은...
그렇게 만든 교육이 썩은 것이지...
정말 우리나라 교육은 참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웬 갑자기 교육문제로..)
그런 일로 가슴 아프면 님만 손해입니다...
우드 형님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람입니다....
hkchohk
2005.05.31 01:20
요새 돈많고 훌륭한 집안의 여성들, 그런 개천에서 용난 판검사 안쳐다봐요.
아마 그집 아부지가 포주이거나 ... 심한 신분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그런 아쉬운 구석이 있는 집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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