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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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새해벽두의 커피한잔

ty6646
2008년 02월 12일 05시 00분 14초 1486 2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그 돈으로 갬블을 했다고한다. 다 잃었단다.
고향에 돌아갈 차비를 마련해 주어야하는데,
방세 내기도 힘든 나로서는 친구를 도와주기도 힘들고,
외지에 나 믿고 나온 그 넘을 외면하기도 힘들고...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예쁜 간호사가 내 발을 잡고 엑스레이를 찍어주었다. 이상 없단다.
머리 허연 의사가 다시 와서 내 발을 잡고 엑스레이를 찍어주었다. 골절이란다.
한이틀 깁스하고 지내다 발이 약간 축축한 거 같아 깁스를 풀어보았다.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고약한 냄새보다 더 고약한 새해벽두다...


국보 1호가 불타버렸다.
약간의 그으름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전소되어버렸더군..
뭐 어쩌겠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불에 탈 수도 있고
수백년된 거대한 목조건물 태워보고싶은 미치광이가 수백년동안 한넘도 없었겠나..
이미 타버린거는 타버린거고, 이제부터 잘해야 되지 않을까..
복원을 하던, 새롭게 건축하던 똑똑한 넘들 모아서 제대로 해주면 고맙겠다.


김상민 프로듀서에게 표절아니냐고 했더니 대답이랍시고 쒸부리길
더 적절하게 표현할 방법이 있다면 제시해 달라... 라고 했다는데
물건잡고 헛스윙하는 지랄하지마라. 그걸 알면 내가 영화찍고말지...
간단명료하고 확실하게 사과하고 판권료 지불하고 라듸오데이즈 그만 접어라...
똑똑한 머릴 옆구리 터진거 메꾸는데에만 쓰지말고 제대로 일하고서 돈벌어라..


하얀사이다가 있는 자판기는 흔치 않다. 세군데 봐 둔 곳이 있다.
며칠전 몹시도 미친 듯이 하얀 사이다가 마시고싶어서 자판기1을 방문했다.
자판기1에 있는 십수종의 메뉴가운데서 한개의 메뉴만이 다른 것으로 교체가 되어있었는데,
그게 왜 하얀사이다냐고.. 자판기2로 갔다. 자판기2에 있는 십수종의 메뉴가운데서 한개의 메뉴만이
품절이 되어있던데 그게 왜 하얀사이다냐고.. 열받았다. 자판기3으로 갔다.



자판기3은 철거되고 없었다.
자판기3이 있던 빈자리에 잠시 서서 하얀사이다를 마시는 상상을 해봤다.
돈도 없고, 다리는 골절이고, 국보1호는 불타버렸고,
나보다 머리좋은 넘들은 거저 쳐먹을려고 눈부라리고 지랄하는 세상에서
하얀사이다 하나를 마시고싶었던 순수한 내 소망은 이토록 이뤄지기 힘들단 말인가


기분 별로다..
따뜻한 커피한잔이 유일하게 텅빈 내 마음을 채워준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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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8.02.12 11:05
그럴때 저라면...
자판기4를 찾아서 먼 길을 떠날테지요...
moosya
2008.02.13 13:45
낱말마다 묻어있는 이 추적추적한 꿀꿀함.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켜 공시를 바꿔보고 싶어지는군요.
하지만 창문을 열면 무첩 춥겠지요.
애써 대워놓은 방바닥도 식어버리겠죠.
끈끈하게 붙잡혀 있는 꿀보다는 어디든 흘러내리는 물같은 삶이 수월하다고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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