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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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나이 마흔...

ty6646
2009년 06월 26일 23시 49분 40초 1952 1
모델하우스 입구에 서서 들어오는 손님을 맏던 그녀를 보고서.... 아...
때마침 오후의 저물어가는 석양이 머릿결을 살랑거리며 흩날리던 그녀 얼굴을
비추어 주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 하다.

함께 같이갔던 나이트에서 나를 향해 김영삼정권이랑 다를게 없다며
침튀겨가며 술취해서 떠들던 그 어리던 그녀를 바라보던 난 그때,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에 짓눌린다.






골목길을 뛰어올라가다 뒤돌아 손을 한번 흔들어준다
어스름한 가로등불 아래로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나서
천천히 발길을 돌린다. 한기가 느껴진 탓인지 어깨를 부르르 떨듯 움츠리며...

한두걸음 후에 문득 다시한번 뒤돌아보았다.
어스름한 골목길위에서 손을 흔들어 보여주던 그모습이 어른거린다.
언젠가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난 그녀에게 글을 띄운다
친구들 틈에 섞여있는 나와 눈을 맞추어준 그녀에게...
대화에 끼지 못한채 커피만 홀짝이고 있던 나를 보고 보조개 짙은 웃음보여준 그녀에게...
해가 바뀌고 설날이 오고, 신년인사겸 연하장을 준비하던 난 그녀에게 이런 글을 띄웠었다

"전 당신에게 바라는게 딱 하나가 있습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10년후에도, 20년후에도
내가 글을 띄우면 당신이 받아볼 수 있는
딱 그자리에만 있어주면 좋겠다라는..."






노을에 새겨진 그녀의 모습이 내 안에서 굳은지 17년이란 세월이 지나가버렸고
난 그녀로부터 침세례를 받은 그날이후로 그녀를 볼수 없었다

어스름한 골목길로 사라져간 그녀와의 사이에 14년이란 시간의 강물이 흐르고있다
알티와 결혼한건 결혼한거고 너와 난 친구쟎아, 내가 언제 티한번 낸적 있냐
왜 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 꽁꽁 숨어살고 그러는거야

그리고 11년전 내가 보낸 그 연하장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난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좋아하면서 티안내려고 노력했던 모든 그녀들에게서
난 이렇게 잊혀지고 버려졌나보다





나이 마흔, 가끔 생각난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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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9.06.27 13:56
내 나이 마흔이 되면...

나도 그럴테지요..

누군가 가끔 생각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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