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다

vincent 2001.07.14 01:37:04

<영혼의 집>의 저자, 이사벨 아옌데를 인터뷰한 김광일기자의  기사 일부를 다이어리에 옮겨 놓았었다. 오늘, 어느 순간, 너무 무력해져서 다시 다이어리를 펴보았다. 거기, 이렇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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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소설집인 ‘에바 루나의 이야기’를 보면 때로 리얼리티, 환상, 혹은 역사적 도큐의 성격이 모두 강하다. 창작 기법에서 당신의 정수는 무엇인가.

“진실이다. 무엇인가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때로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판타지를 통해 도달되기도 한다. 그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그 진실은 인간의 심장과 인간의 조건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서 출간되는 ‘운명의 딸’은 ‘서구·백인·남자’ 대 ‘제3세계·유색인·여자’를 강렬하게 대비하고 있다. 주인공 엘리사는 전통에 맹목적으로 굴종하는 사회에 대항한다. 엘리사는 아옌데 당신 자신이기도 한 것인가.

“내가 쓰는 모든 작품들은 자전적 요소를 갖고 있다. 왜 나는 어떤 것을 쓰려고 작정했는가. 왜냐하면 그것이 나에게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다시말해 자기자신 안에 있는 어떤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엘리사는 내가 아니다. 그러나 엘리사가 자유를 찾아나서는 것, 그리고 자유를 향한 엘리사의 갈망은 내 것이다.”

-당신이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하는 것에 대해.

“나는 단 한번도 문학을 공부해본 적이 없다. 나는 리뷰를 쓰지도 읽지도 않는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10권의 소설을 썼다. 나는 나의 음조를 가지려고 했고, 나의 언어를 가지려고 했으며, 나는 나 자신이려고 했다. 나는 매우 다양한 독서를 했으며, 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았다.”

-당신은 어렸을 외교관의 딸로서 외국에서 살았고, 또 한때는 정치적 탄압을 피해 당신 가족이 외국에 망명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었으며,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는 영주권을 가진 이주민으로서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인 남편과 살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라틴 아메리카의 작가로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는가.

“나는 미국인이 아니다. 나는 더이상 칠레인 처럼 생각하지도 세상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작품에 속해 있다. 나는 내 세계를 책 속에 창조하는 것이고, 나의 정체성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