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노래, 이상한 놀이

vincent 2002.09.24 19:20:34
어릴 때 가을이 좋았던 이유는,
고무줄하기 정말 좋은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
지금도 그렇지만 운동신경이 너무 둔해 고무줄을 잘 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인간관계에 신경을 써, 아이들은 주로 깍두기로 붙여줬는데...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깍두기가 있어, 너무 잘 해 누구든 자기 편으로 데려가고 싶어하는
그런 깍두기가 있는가하면, 너무 못해 아무도 데려가고 싶지 않지만 의리상 빼고 할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서로 공평하게 약점을 나눠갖자는 의미인.. 그런 깍두기가 있는데...
나는 당연히 후자였다.
언젠가 딴지일보에도 소개된 적이 있지만 고무줄 놀이 때 부르던 노래들은 지금 생각해봐도
의미가 아리송하거나 아이들의 고무줄 놀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곡들이 꽤 있다.

"월화수목금토일!!"처럼
심플하고 의미가 확실하긴 하지만, 왜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요일이름을 대야하는건지 아리송해지는 경우,

이의 변형으로 보이는 "월계 화계 수수 목단 금단 초단 일"처럼,
왜 "토단"이 아니라 "초단"이냐는 일부의 의혹을 사는 경우,

"월남마차 타고 가는 캔디 아가씨"처럼,
뜬금없이 '월남마차'나 '캔디 아가씨"라는 이국적인 풍물이 등장하는 경우,
(월남마차=>아마도 '씨클로'를 말하는 거겠지, 쩝...)

"일!!(이, 삼, 사...) 공주마마 납신다!!"처럼,
공주마마가 납셔서 뭐 어쩌라는건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또, "살랑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대요
      지지배배 지지배배 노래를 한다
      간질간질간질 발가락이 간지러워 병원에 갔더니 무좀이래요
      엄마엄마 엄마엄마 나는 어떡해"처럼,
1절과 2절의 유기적 연관관계가 없고, 과연 '무좀'이라는 소재가 아이들 고무줄 놀이에
적당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하긴,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를 부르면서 폴짝폴짝 고무줄을 뛰어넘었으니)
"고무줄을 많이 하면 발가락에 무좀이 생기니 적당히 하라는 교훈을 담았다"는
억측스런 해석을 낳기도 했다.


황당한 노래의 백미는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스 마요네스 케키는 맛있어
                                인도 인도 인도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오 땡큐"라는 노래로,
별 연관 없어 보이는 단어들을 고르고 골라 절대로 의미 파악이 안되도록 만든
외계인의 암호문 같은 노래도 있는데,
'마요네스 케키'라는 상상만해도 느끼한 음식을 만들어내곤 맛있다고 하는 이 엽기적인
가사는 부를수록 속이 느글느글해진다. 고무줄을 하면서 불러야만 속을 진정시킬 수 있는
노래였지 않을까.

기억이 잘은 안나지만 "망가망가망가씨! 망가망가망가씨!"라는 주문같은 인트로를 넣은 후
시작하는 노래도 있는데, 열대과일 '망고'의 씨앗을 뜻하는건지.. 추측해본다.

고무줄 놀이 때 부른건 아니지만, 손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신데렐라'라는 노래도
이상한 여흥구와 마무리로 유명한데,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미움만 받았드래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슬펐을까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천구백팔십이년."
'샤바샤바 아이샤바'는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얄라' 못지않은 낯선 음운들의 조합이었다.
게다가 노래를 부른 해를 명시하면서 마무리로 하는게 신데렐라 이야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요즘 부르면 정말 어색할 듯.  "샤바샤바 아이샤바 이-천이-년")

고무줄과 손놀이 외에 여러 사람이 모이면 하는 '4박자게임'이란 것이 있는데
(요즘도 하는진 모르겠다)
가장 많이 했던 것이
"아이 앰 그라운드 자기 이름 대기!"로 시작하면서 갖가지 상표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삼아
"(쌍권총을 쏘듯이 하며) 뱅뱅!" "(손가락으로 나이키 표식을 그리며) 나이키!"
"(한 손의 검지와 중지를 모아 안대처럼 눈에 대었다 떼며) 캡틴 큐!"
"(샤워 타월로 등을 닦듯이 마임동작을 하며) 킹콩 샤워!"등을 외치며 소개를 한후
불리워진 사람이 자기 이름을 댄 후 다른 사람을 지명하는 식으로 쭈욱 돌아가는 놀인데,
"아이 앰 그라운드~"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될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킹콩 샤워"라는 상표가 있는지, 그 때나 지금이나 알 수 없다.

또다른 4박자게임으로 "누가 꿀떡을 먹었나 항아리에서"라는 게임이 있는데
다함께 "누가 꿀떡을 먹었나 항아리에서"를 외치며
'항아리에서 꿀떡을 먹은 사람이 대체 누군지'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 후엔 "빈센트가 먹었지 항아리에서~"라고 누군가 하면, 빈센트가 받아서
"내가?" 라고 반문을 하면 모두 다 함께 범인은 너다!라고 지목하듯이 "그래 너!!"라고 외친다.
그러면, 당연히 지목받은 사람은 "난 아냐"라고 발뺌을 하는데,
그러면 또 다 같이 "그럼 누구?"라고 위협적인 질문을 던진다. 흡사 심문하는 형사들처럼.
그러면, 지목받은 사람은 "@@이가 먹었지 항아리에서"라고 다른 사람을 걸고 넘어진다.
이 게임은 얼마만큼 억양을 많이 꺾어가며 흡사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을 할 수 있는가, 가 관건인데
옆에서 게임을 안하고 지켜보는 사람은 닭살들이 많이 돋는다.
왜 꿀떡을 항아리에 넣어두는지, 꿀떡을 먹은 사람은 항아리안에 들어가서 먹은게 확실한지,
아무도 토를 달지 않고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온갖 동물의 발바닥이름을 하나씩 걸고 '손바닥'을 내밀고 뒤집으면서 하는 "발바닥놀이"나
(하긴, 발바닥으로 이 게임을 하면 실감은 나겠지만, 정말 고난위도 게임이 될 것이다.
급하면 다들 "발따박"이라고 발음해서 걸려 맞는다)

"디비디비딥! 딥딥딥!"도 출처가 불분명하다.

또 "공공칠 빵!"은 왜 총 맞은 사람이 아니라 옆사람들이 양손을 번쩍 치쳐들면서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도 알 수 없고,

"3, 6, 9"게임은 왜 어깨를 붙이고 날개가 작아 날지 못하는 중닭처럼 퍼득대며 해야되는것인지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여간.... 의미야 어쨌건...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놀이들을 하며 깔깔대던 그 때가 그립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