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길

kinoson 2009.07.15 15:07:29
친구와 술을 마셨다.

당연하겠지만 술자리에서 별별 대화가 오고 간다.

국제정세. 남북문제. 미국경제. 코스닥. 부동산. 4대강...

같은 대화 말고는 다 했던 거 같다.

그러다 결국 여자에 대한...

나 : 난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친구 : 넌 여자가 싫어하는 것만 좋아하니까.
나 : 뭔 헛소리냐?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는 말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사전에 시나리오를 쓰고 말하는 듯 막힘이 없고 거침이 없었다.

용의 눈알을 찍은 장승요의 붓놀림 같다고 할까....아~~~아~~~

일단 넌 야구시즌에 야구 봐. 야구 중계 할때 거의 나가지도 않지..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시즌에는 축구봐. 대부분 새벽에 경기가 있어.
그럼 넌 대낮까지 쳐 자지.

넌 멀리 나가는 걸 싫어해. 사람 많은 곳도 싫어해
시끄러운 곳도 싫어해. 스파게티, 피자, 팥빙수 안 먹어

나 : 친구야 거기까지...

그리고 넌 게을러. 니가 열심히 하는 건 빨래와 설겆이 뿐이지.
넌 패션감각도 퐉! 이고 쉣! 이지..옷도 안 사잖아
그 돈으로 맨날 술 처먹지...

나 : 고마해라.

타고난 몸매가 좋은가 그건 절대 아니지..
완전 새끼곰처럼 동글동글 하게 생긴게..
그렇다고 운동을 하느냐. 그건 절대 안하지.

나 : 고마해라 했다..

소개팅 하러 나가서 삼겹살집에 가서 야구중계만
미친듯이 봤다며...뭐..평소엔 거의 히키코모리에
밖에 나가면 술집...성격도 파탄에..그런 널 누가......

나 : 고마 확! 쎄리 확 마! 오늘...

우리의 대화는 아름답게 끝을 맺었다.

집에 돌아오는길. 길 바닥에 떨어진 피자집 전단지를

줏어들었다.

남자의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