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내 생일에 당신이 케이크 사왔잖아. 초에 불붙이고. 우리 영우는 태어나고 촛불 처음 보는 거였는데. 불을 엄청 신기한 거 보듯 골똘히 응시했잖아? 그날 내가 두돌도 안된 영우한테 ‘영우야, 오늘 엄마 생일인데 뭐 해줄 거야?’ 하고 물었는데. 그랬더니 잠자코 있던 영우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그 말도 못하던 아기가 잠시 뭔가 고민하더니 갑자기 나한테 막 박수를 쳐주더라고. 기억나, 오빠? 그 애가 나한테 박수를 쳐줬어. 생일이라고. (남편) 아내는 연주를 끝낸 뒤 수천명의 기립박수를 받은 피아니스트마냥 다시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던진 꽃에 싸인 채. 꽃에 파묻힌 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마냥 내가 받치고 선 벽지 아래서 훌쩍였다. 흰 바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아이보리색 꽃이 촘촘히 박힌 벽지를 이고서였다. 그러자 이제 그 꽃이 마치 누군가 아내 머리 위에 함부로 던져놓은 조화(弔花)처럼 느껴졌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악의로 던져놓은 국화 같았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했던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까 우리를 피하고 수군댔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쭈그려 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