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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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그녀들의 뻑, <Sex and the Diary>

pearljam75 pearljam75
2004년 11월 14일 01시 30분 00초 5314 6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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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카일 맥라클란이 누구더냐?
지적이고 개성있는 마스크와 뭔가 있어 보이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또 진중한 머리칼 색깔과 멋지게 터잡은 진한 눈썹으로 <트윈픽스>와 <블루벨벳>에 등장하여
청소년 시절의 나를 흐뭇하게 만들었던 그 아니더냐.

그런데 이런... 야바야바 두... 어쩌구하는 유치뽕 아동영화 <플린스톤 가족>에
동물거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등장했을 땐 내가 다 민망했건만,

하지만, 사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의사 트레이로 등장하는 그가 더 깰지도 모르겠다.
몹시도 까다로울 듯 한 그 얼굴이 새침떼기 샬롯의 운명적 상대가 되어 등장하는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임포라니! 불능이라니!

샬롯은 결혼식 전날에서야 그가 불능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뉴욕에서 의사와 결혼할 수 있는 운좋은 30대 여성이 되기 위해 결혼식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녀는 밤마다 허벅지를 찔러야했는데...
불합으로 인한 갈등과 별거, 그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의 재결합 이후에도 선남선녀에,
직업도 좋고 완벽해 보이는 백인 중산층 커플인 샬롯과 트레이는 결국 삐걱거리다 깨지고 만다.

이혼 후 재산분할 과정에서 샬롯이 만나게 되는 남자는 변호사인 해리.
으... 해리...
짙은 색의 숱 많은 머리를 가진 잘생긴 트레이에 비하면 해리라는 남자는
아예 머리카락이 한 가닥도 없다. 대머리, 대머리, 대머리라니...

키도 작고, 온 몸은 털이 덥수룩하고, 매너도 꽝이고 게다가 유태인이란 말이지....
하지만 샬롯은 해리를 만나고서야 끝장나는 맛을 보고야 만다. amazing fuck.
남자는 외모가 아니라 밤실력이라는 건가?

사실, 해리가 실력만 좋아서, 그녀에게 사랑을 싹 틔운것은 아니다.
돈 잘버는 이혼전문 변호사 아닌가.
하여간 콧대높고 품위있는 척은 혼자 다 하는 샬롯은 해리와 결혼하기 위해
유대교로 개종하고 아이를 입양하기 까지 한다.

카일 맥라클란처럼 생기지 못했어도, 대머리에 털복숭이일찌라도 amazing fuck 의 실력을 갖췄다면
사랑을 얻을 수 있다. ‘변호사’라는 점을 기억하며.
<섹스 앤 더 시티>가 ‘사랑밖엔 난 몰라’가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버드 법대 출신의 (이 출신 성분과 변호사라는 직업이 그녀가 짝짓기 이벤트에 가서
남자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다,
항공승무원이라고 거짓말을 하자 남자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에피소드) 개인주의자 미란다.

성병에 걸려 도대체 누구한테 옮은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신이 옮긴 사람은 없는지 염려가 돼서 여태까지 자신과 잔 남자 리스트를 쫙 적어본다.
쉰 몇 명에게 전화를 돌리다가 스스로 너무 헤픈 여자 아닌가,
이러고도 변호사 업무를 해내갈 시간이 있었단 말인가, 한숨을 쉰다.
그녀에게 병을 옮기고도 말 한마디 안했던 범인을 찾아낸다. 제법인 미란다... 흘흘.

이 여인은 고환이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된 바텐더인 옛남친을 위로하다가 불쌍해서 한번 한다.
“난 하나밖에 없는 남잔데, 누가 나랑 자고 싶어하겠어...흑흑흑...” 그러자... mercy fuck.

그리고 덜컥 임신을 해버리고 아들을 낳고 싱글 맘의 생활을 하다 결국 그 남자와 결혼까지 한다.
한번 베푼 자비로 가장 도회적이고 혼자 살 것 같던 변호사가 애도 낳고 결혼도 한다.
음... 하지만 모든 자비가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정도는 아니라는 걸 기억해두자.

화끈한 걸... 사만다. 실제 <섹스 앤 더 시티>의 다른 세 여배우보다
여덟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이 역할은 킴 캐트럴 아니면 그렇게 당차고도, 매력적으로,
불타는 학습욕으로 귀엽게 모든 것에 도전하고, 고급스럽고 농염한 중년 아줌마일때도 있는,
언제 어디서나 모든 남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에너지와 육체를 소진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막강한 호텔왕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 I love you, too, but I love me more" 이라는 명대사를 날리고 그와 헤어진다.

정치인도 ‘인물값’하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진다는 그녀,
닉슨이 인물이 딸려서 조개가 따르지 않아 정치를 엉망으로 했다고 주장하는 그녀,
캐리의 오줌을 원하는 정치인 에피소드에서
‘정치인들은 누군가에게 군림하기위해 원래 수치심에 단련되는 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그녀.

그녀가 정치인들의 SM취향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있는지, 아, 작가가 알고 있는것이지! 나의 착각.

하여간 그녀에겐 그야말로 언제나 super fuck 뿐이다.
남자들이 바라는 남자 이상향, 언제나 울트라 바이오인 남자가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언제나 수퍼다.
어렸을 적엔 델리에서 죽어라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식당 안내대에서도 일하고
차근 차근 밟아 올라갔던 그녀는 이제 홍보업계에서 잘 나가는 여자, 솔직하고 대담하다.

그녀는 불행스럽게도 가슴 성형수술하러 갔다가 가슴에 종양이 있음을 알게 된다.
유방암에 걸려서도 (유방암은 출산경험이 없는 여자들에게서 발암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거칠 것 없이 시원시원하다.
가식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여자 시청자들이 그녀를 아끼는 친구처럼 생각했으리라.

그녀의 샘솟는 에너지는 결국 자신과 함께 유방암에 대항하여
투쟁할 연하의 남자를 만나 사랑하며 쓰게 된다.
머리는 빠졌지만 거추장스런 금발 가발은 휙 벗어던지는 그녀, 역시 시원한 여자다.

주인공의 남자로 등장하는 사람들로 특이한 이들은 마지막 시즌에 등장하는
멀더 요원 데이빗 듀코뷰니와 가을하늘처럼 파란 눈의 무용수, 미하일 바르시니코프다.
물론 중간에 “한번 잔 여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남자로 출연해 원나잇 스탠드했던 존 본조비도 잊을 수 없지.

하지만 그녀에게는 커다란 두 남자가 있으니 코 큰 미스터 빅과 그녀만을 사랑했던 에이든 쇼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프로듀서도 몇 번 했지만 - 캐리 브래드쇼가
500달러짜리 구두 100켤레를 보유하고도, 이사 갈 집 보증금이 왜 없는지 몰라 할 때가 있었다.
신발장에 있는 신발값 다 합쳐도 고작 5천 달러 일뿐이라고
자신의 생명같은 구두를 탓하지 말라며 오락가락 할 때,
그녀의 친구 미란다가 5만 달러 (6천만원 정도?)라고 수정을 해준다.

그런 그녀가 남자 -바르시니코프!- 하나 잘 만나 뉴욕을 떠나 파리지엔느가 되었을 땐 다소 꽈당이다.
결국엔 미스터 빅과 뉴욕으로 돌아오고 말았지만...
그녀는 fuck 을 하고 글을 쓴다.
그걸로 뉴욕같은 물가 높은 도시에서 먹고 살만하니 <섹스 앤 더 시티>는 얼마나 허구인가.

우리들의 어리버리 김선아는 fuck 하고 일기를 썼고 그 덕에 청구액을 정산하고 받아낼 수 있었으니.
그녀들처럼 fuck하고 나서는 꼭 글을 써두는게 어떨까?
체크 아웃 할 시간이 다 되도록 여관에 들러붙어 앉아 김치찌개나 배달시켜먹지 말고.


.....

써재낄 수 있는 소재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한국 작가들은 다소 불행하다.
만 해도 남자들의 정사장면은 가끔 쏠린 커플도 있고 충격적이지만,
드라마가 탄탄해서 즐길만한 시리즈물인데, 한국에서는 드라마를 제대로 꾸려나가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제약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동생과 밤늦게 즐겨보던 가 몇달전에 끝나서 요즘엔 좀 심심하다.

초등학교때 열혈히 사모했던 <맥가이버>나 다시 애청해야겠다.

Don't look back in Anger.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alien
2004.11.14 09:54
거의 모든 시리즈를 다 본것 같은데... 기억 나는 캐릭터 이름이 하나도 없네요. --;
아무래도 병인가 봅니다. 아... 빅은 이름이 간단해서. 쩝.

어쨋거나 이름은 몰라도 캐릭터 하나하나의 성격은 분명하게 생각이 나는걸 보면 그것이 작가의 능력인가 봅니다.
한국 작가들 뿐만 아니라 그 결과 관객들도 불행하다 생각합니다.

요즘은 CSI, ALIAS 를 즐겨봅니다.
얼마전에 CSI 에서 군중심리.라는 소재의 내용이 나왔는데요... 그 주제와는 좀 다른 내용이지만
한국이 갖고 있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군중심리.는 상상을 초월 하는것 같습니다.
가끔 길거리를 나가보면 똑 같은 인형이 돌아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같은 소재의 같은 내용의 주인공만 바뀐 드라마가 나오는 거겠죠 --;


Queer As Folk , CGV 게시판에 가면 아주 재밌는 관객들이 많습니다.
종교가 하나의 군중심리에 불과하다는 말을 인정 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
신이시여 ^^V
cinema
2004.11.15 00:31
정말 그렇게들 fuck 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fuck! ㅡㅡ;
aesthesia
2004.11.15 11:03
저는 예전에~~레밍턴스틸좋아했어요 ^-^
거기서 로라, 그리고 피어스브로스넌 둘의 환상콤비는 정말 재밌었죠,,ㅎㅎ
피어스브로스넌은 언제나 다급한 상황에, "이건 70년대 무슨영화에서 나왔던 상황과 비슷하군 그때는 이렇게~~"
하며, 늘 영화이야기를 했다는..ㅎㅎ
그리고 '브이' 외계인 시리즈도 너무 재밌었어요 밥으로 쥐를 먹고 눈을 빼서 보관한다는...ㅎㅎ
그리고 '키트'도 재밌었고, 맥가이버도 음..즐겨봤었죠..
아~예전엔 시리즈물 재밌는건 정말 재밌게 봣는데 요즘엔 꼬박꼬박 본게 없어요~
재밌는것도 모르겠고 <섹스 앤 더 시티>는 사람들은 다 재밌게 봤다고 하던데 저는 그것도 제대로 못봤어요

시리즈..제겐 이젠 추억속에나 존재하는듯 ㅎㅎ
73lang
2004.11.16 09:25
레밍턴스틸에서 피어스브로스넌의 대사를 기억하고 계신

aesthesia님은 30대 중후반으로 추측됨미다요...
Profile
kinoson
2004.11.16 22:43
저는 개인적으로 섹스 앤 시티보다는 프렌즈쪽이...
Profile
glgrim
2004.12.05 03:23
이거이거...넘 재밌게 쓰셨네요... ㅎ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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