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예 연기예술학부 고승수 교수 칼럼
한국어의 표준발음
- 3. 우리 표준말의 모음과 자음 - 9
표준어와 관련된 칼럼을 계속 연재하면서 본인의 대학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인에게도 이 표준어 발음과 관련된 과목은 아주 어렵고 힘든 과목이었다. 또 스스로도 ‘꼭 이렇게 까지 하지 않더라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 않은가?’, ‘구시대적이고 어색해!’라며 자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에서 드는 생각은 그 반대이다. ‘의미를 전달하기만 하는 배우가 과연 좋은 배우인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말 훌륭한 배우라면 대사에서 의미 이상의, 듣는 소리의 즐거움까지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보는 사람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배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개인적인 소회는 이정도로 하고 지난번 칼럼에서도 계속해서 언급하였듯이 표준발음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아야한다. 자신의 문제를 파악한 뒤에 발음연습을 통한 교정을 해야 좀 더 나은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꾸준한 연습과 발견, 이것이 정답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긴/우:/와 짧은/우/의 차이에 대하여 알아보자.
1.23 짧은 /으/
짧은 /으/는
“을”, “글”, “쓰기”, “끈기”, “그믐”, “금”,
“은”, “흐르다”, “뜨게질”, “스님“, ”느티나무“,
“흐리다”, “느리다”
따위의 말에서 나오는 모음이다.
<짧은 /으/ 의 발음법>
1. 긴 /으:/를 낼 때와 마찬가지로 턱은 거의 닫혀 있다.
2. 뒤혀는 여린 입천장(연구개)을 향해 높이 올리되,
긴 /으:/보다는 조금 낮고 앞으로 전진해 있다.
3. 입술은 펴진 채로 아랫니가 조금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벌어져 있다.
짧은 /으/는 “뒤혀, 닫힌, 펴진 입술 모음” (후설, 평순, 폐모음)이다.
<발음 연습>
굵은 글자로 쓰인 짧은 /으/에 주의하면서 발음해 보라.
1. 은, 금, 을, 틀, 늘, 틈, 끌, 흙
2. 음성, 극한, 스님, 여든, 아픈, 니은, 쓰레기
3. 슬기, 쓸개, 그들, 아득, 득남, 득세
4. 끓이다, 틀리다, 쓰다, 느리다, 흐리다, 예쁜, 기쁜
5. 금은방, 늠늠한, 서늘한, 그득하다, 터득하다, 받들다
6. 음성군, 금강산, 시흥, 장흥
1.23 긴 /으:/와 짧은 /으/의 비교
긴 /으:/와 짧은 /으/를 구별해서 발음하지 않으면 뜻이 혼동되므로
다음과 같은 낱말은 주의해야 한다.
* 주 의 *
경상도 방언 사용자는 긴 /으:/와 짧은 /으/를 모두 표준발음의 긴 /어:/에 해당하는
짧은 모음 즉 /?/로 낸다. 경상도 방언의 /?/가 서울 표준말의 긴 /으:/와 짧은 /으/로
쓰이면 뜻의 혼동을 일으키므로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연습해보라.
1. 경상도 발음 /?/는 중설 반폐모음이고 표준발음의 긴 /으:/와 짧은 /으/는 모두
후설 폐모음으로 우선 뒤혀를 여린 입천장을 향하여 높이 올려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랫니와 윗니가 맞닿도록 아래턱을 완전히 다문 다음 혀를 뒤로 잡아당기면서
동시에 위로 올리면 표준말의 /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발음을 익힌 다음에는
아래 윗니가 맞닿지 않도록 아래턱을 약간 열고 연습해 보라.
2. 다음에 긴 /으:/를 정확히 낼 수 있도록 길게 발음하는 훈련을 해보라.
경상도 방언 사용자는 긴 /어:/와 짧은 /어/도 경상도 방언의 /?/로 내는 일이 많다.
그런데 경상도 모음 /?/는 표준말의 긴 /어:/와 소리값이 유사하고 길이만이 짧으므로
이를 길게 발음해 주는 훈련만 하면 된다. 그러나 경상도 모음 /?/가
표준말의 짧은 /어/와는 음가가 다르므로 근본적인 교정이 필요하다.
어색하기만 했던 발음들이 입 안에 붙게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낼 때까지.
(高低長短, 强弱緩急)
위의 내용에 나온 발음법과 예시들은 본인의 대학 은사이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명예교수이신
이현복 교수의 저서 <한국어의 표준발음>에서 발췌하였음을 밝힌다.
가끔 들려보시면 자기에게 꼭 필요한 어떤것을 건질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