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촬영분량들

jelsomina 2001.06.10 01:15:19
상우(우리 주인공인 지태씨 극중 이름)집 촬영을 끝내고
이러 저러한 이유들로 인해 서울분량을 끝내기로 하고 일정을 짰는데 ..
역시 몇씬이 뒤로 다시 밀렸네요

수색역뒤 ..철길 옆동네 (박하사탕 광주 기차역 찍엇던곳) 에서
"할머니를 자전거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확정 헌팅 갔을때만의 기억으로 나무아래 그늘이 있으려니 하고
조금은 안일한 마음으로 갔었는데 ..
나무 그늘이 하나도 없더군요
촬영감독님이 전에 가셨을때 정해놓으신 앵글에서 보면 그늘이 카메라쪽이 아닌
그 반대편으로 다 넘어가 있더라구요
시원한 그늘이 있는 여름풍경이 아니라 찌는듯한 살벌한 여름만 남아있는거죠 ..

감독님이 해질녁 느낌(소위 말하는 스카이 라인)으로 찍자  하셔서
그럼 기다려야 겠구나 했죠 ..그때가 3시 정도 였으니까 ..
7시까지는 놀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

근데 뒷동네 헌팅이나 가보자고 갔던게 화근인지 다행인지 ..
괜찮은 골목 .. 상우집 헌팅할 때에도 막강 후보로 남아있던 동네이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다시 갔던 건데 ..역시나 괜찮은 골목이 있었습니다
겨울에 갔던때랑은 전혀 다른 울창한 숲(?)을 옆으로 낀 아담한 골목이 있더군요
아래에는 작은 언덕이 있고 옆 담벼락에 는 마침 6월 6일이라 태극기가 주욱 나붙은 ..
그중에 한 집 앞에 리어카가 서있고. 어떤 아저씨가 고물들을 늘어놓고
이것저것 손보고 계시더군요

평상 갔다 놓고 .. 동네 할아버지들 섭외해서 바둑두시게 하고
구경나온 아이들 데려다가 골목길에서 놀라고 하고
조기로 걸려있는 태극기들 바로 잡아 놓고 ...  
구하기도 힘든 리어카 아저씨랑 ..
훌륭한 촬영지로 금방 바뀌더군요

여러장면을 즉흥적으로 찍었습니다
하도 열심히 해서 본 촬영분을 놓칠뻔했을만큼 ..
다시 원래의 헌팅지로 돌아와 무사히 마치기는 했지만 ..

뒤에 배경으로 기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
마지막 take를 남겨두시고  감독님 촬영감독님 .. 다른길을 보러 가시면서 ..
"기차오면 찍어" 하시더군요

감독님은 나에게 .. 촬영감독님은 최현기 기사(first)에게 ..
뭐 그럼 찍지 하고 기다리는데 .. 기차가 오나 안오나 보러 나가있던
다른 조감독이 기차온다고 무전을 치는겁니다

우리 팀은 슛 사인이 "하나 둘 셋"이거든요
하나 - 준비
둘 - 카메라 ..딱딱이
셋 - 액션 ..

프레임 안에 기차가 들어오기 직전에 .."하나" 햇죠
근데 인원씨가 슬레이트를 안올리는 거예요 ..
급한 마음에 다시 "하나"...
그래도 안올리더라구요 .. 순간적으로
"아차 둘에 슬레이트지 " 기차는 이미 들어오고 있고 ..

급해진 최기사님이 "슬레이트 쳐" 하면서 동시에 카메라 돌리고 인원씨 슬레이트 치고
기차는 이미 들어오고 있고 ..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 왜 "둘"에 슬레이트라는걸 잊었을까요 ...

감독님이 나중에 모니터 확인하러 오시면서 "잘 찍었어 ?" 하시는걸
그냥 "보세요" 했죠
모니터를 확인하신 감독님 :  "괜찮은데 ..근데 ... 좀 늦었네 .. "

고개 돌리고 담배만 피웠죠 ..


뭐 그리고 그날밤 .. 술집 앞씬 ..택시 기사하는 친구가 도착하는 씬 등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엔  키스씬 ..터미널 씬을 찍었는데
쓸 거리가 생각나면 또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