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벼룩시장 동네 뒷이야기

leeariel 2002.10.28 19:11:40
황학동 벼룩시장은 이상한 물건들 사기에는 딱인 곳이죠.
토요일, 일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복작복작
아침부터 길거리 자판들이 인도부터 시작해서 차도까지 슬금슬금 먹어들어옵니다.
그런 황학동에서 귀여워는 촬영합니다.

청계고가를 따라 주욱 늘어선 20여동의 아파트가 귀여워의 배경입니다.
그 아시죠?? 쓰러질듯한 아파트...
그 아파트는 태생도 참으로 슬픕니다.
어느날 촬영기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지연아, 삼일아파트가 왜 생겼는지 아니?"
"ㅡㅡ 모르는데염.."
"외국에서 손님이 오는데, 고가 옆으로 보이는 동네가 너무 지저분해서 그걸 가리려고 만들었단다. 이 동네는 그 태생도 참 슬프다" 하십니다.
"ㅡㅡ 우움..." 슬퍼집니다.

철거가 가까워져 이제는 몇집 살지 않는 황학동 삼일아파트..
그곳에 아직까지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황학동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좁은 복도 빼곡히 쌓여있는 푸대자루들 속에
우리가 토요일 일요일에 볼수있는 물건들이 가득가득합니다.
한번은 우리가 청소한다고 그 물건들을 싸~악 치웠다가 큰일날뻔했습니다.
그것들이 파는 물건이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다.
우린 청소해줬다고 칭찬받을줄 알았는데... ㅜㅜ

청계로를 따라 길 양옆에 있는 찻길 주차장들 아시는지...
그곳에 주차관리 노란딱지를 팔에 붙이고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아저씨들....
혹시라도 그 아저씨들과 싸우지 마세요... 건달입니다.. ㅡㅡ
제비출신 아저씨, 사체업자도 있고, 속리산관광호텔 카지노 살인사건의 주인공도 있습니다.

밤 촬영마다 7개동 아파트에 조명을 올려야하는 귀여워..
매번 청계로 2차선을 막아서고는 사다리차로 작업을 합니다.
처음에는 꼬깔 세워놓고는 3,4명이 붙어서 차도 막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주차관리 아저씨들과 친해집니다.
"아저씨.. 아저씨는 여기서 얼마나 일했어요?"
"아저씨 몇살이에요??"
그러다가 사체업자 아저씨한테
"아저씨 나 카드값 갚아주라..."하기도 하고
"아저씨 빵(교도소)은 어떻게 생겼어요? 몇명이 같이 살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번을 촬영하고 나니..
이제는 "아저씨..나 여기서 또 사다리차 올려야되는데.... 여기다가 탑차들 세워야 되는데.."
하면 다 알아서 해줍니다.
시장 아저씨들이 모라 그럽니다.
그럼 주차관리 아저씨가 인상을 씁니다.
그럼 지연이는 "아저씨 그러지 마요... 우리가 생업을 방해하는데..."
하믄 시장아저씨도 주차관리 아저씨도 인상을 풉니다.

이제는 사다리차 올려야하면 지연이 혼자만 주차장으로 보냅니다.
주차관리 아저씨가 말합니다.
"야.. 이제 너 오지마.."
"에이...왜 그래요... 해줄거면서.. 씨익 ^^"

장사하는 아저씨들이 슬금 옆으로 와서 말합니다.
"감독이 여자야?"
"아뇨 남잔데..."
"그럼 그 여잔 누구야?"
"아..조감독님이에요.."

장사하는 아줌마들이 슬금 와서 말합니다.
"아까 예지원이 뻥튀기 들고 가던데... 오늘도 저기 공터에서 촬영하나벼.."
"으흐... 예.... 시끄럽죠?"
"에이..시끄럽긴...오늘 김석훈이는 안와?"
"좀 있다가 올거에요.."
"오늘도 밤에 그 커다란 달 띄우고 하는거야?"
"예... ㅡㅡ;"
"조금있다가 가봐야 쓰겄네.."
"좀 있다 뵈요... ㅡㅡ;"

철거 아저씨들이 와서 말합니다.
"오늘 미술감독 출연하더라?"
"아..예.. ^^"
"넌 출연안하냐?"
"시켜줘야 하지.."
어느새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귀여워 스탭이 되어갑니다.

아침에 청계로를 걸어갑니다.
장사를 준비하는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이 우리를 알아봅니다.
"언제까지 촬영해? 아침 일찍 왔네... 오늘도 밤새? 추운데 고생하네..."
하면서 따뜻한 꿀차를 주십니다.
이제는 어느새 우리도 황학동 주민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