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일을 시작한 지 5년된 사람입니다.
일단 학교를 나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생활이 안정되었다면 길게보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어느 영화라도 좋으니 좋아하는 영화 하나를 잡고 샷바이샷과 시나리오 작업을 꾸준히 하시다 보면 실력이 늘겁니다. 이건 이론적인 공부구요. 그리고 이론에 경도될 필요는 없지만 무시해서도 안됩니다. 이론은 토대일 뿐입니다.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장편상업에서 연출부로 받아주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두작품 현장을 경험해 보면 돌아가는 방식을 대충은 익힐 수 있으니 아쉬우나마 독립장편을 한 두편정도 연출부나 제작부를 나가보는 게 필요합니다. 이것도 힘들다면 단편 한두편정도 나가 허드렛일이라도 하면서 대충 분위기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많은 걸 기대하지 마시구요. 기회가 된다면 편집조수 일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쇼트로 시작해 쇼트로 끝나는 게 영화니까요.
그 다음부터는 꾸준히 단편연출작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일년에 두편정도. 열심히 하면 일년에 네편도 가능하겠죠. 그러다보면 자비로든 투자로든 독립장편 찍을 날이 십년 내엔 올겁니다. 뚜렷한 수상실적이 필요하긴 합니다. 날을 세울 필요가 있어요.
책은 흔히들 보시는 필름아트나 영화의 이해 정도만 보면 될 것 같구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영화책을 싹 쓸어 살 필요없습니다. 어차피 몇년만 지나면 영화책으로 가득찬 책장 두세개는 금방입니다. 영화의 이해가 좀더 읽기 쉬우니 영화의 이해를 사는 걸 추천합니다. 루이스 자네티가 쓴 책입니다.
좋지만 재미없는 영화보다는 만듬새가 별로지만 자기에게 재밌는 영화를 분석하는 게 더 좋습니다. 어느 영화든 기본은 하니까요. 그리고 의무적으로 공부하듯이 분석하면 질려서 그만두기 쉽습니다. 두시작 전체를 다 하는 것이 어렵다면 좋아하는 영화마다 중요한 씬만 분석하는 것도 답이 되겠죠. 분석하는 방법은 위의 책들에 다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구요. 하지만 어쨌든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샷바이샷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고생하세요. 힘들지만 재밌는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질문은 최대한 자세히 성실하게, 답변은 친절하고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