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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에 영화감독 공부를 하려 하는 이 입니다.

프로마인드
2013년 06월 05일 20시 54분 11초 3633 8
영화를 사랑하시는 모든분들께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긴글이지만 꼭 읽고 조언을 부탁드려요.


20대에 성직자의 꿈을 갖고 신학을 공부했지만 낮은 도덕성과 사명감 부재, 무엇보다 열악한 경제적 환경때문에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접고 다른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사교육인 학원가였습니다. 대학원에서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30대를 그곳에서 젊음을 다 보냈죠. 그리고 나름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국내 2위업계인 입시 어느 인강에서 스타강사도 해보았으니까요. 지금은 두 개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10년은 종교로 또 10년은 학원가에서 20대와 30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40대가 되었습니다.

작년이었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전 지금까지 꿈을 명사로 생각해온 나머지 여러 환경때문에 쉽게 접고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 모른 채 살아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알아가려고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되고 오직 생계때문에 일을 하게 되면서 무미건조한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죠. 그것도 40세까지~!

그러다가 어느 강사분으로부터 꿈은 동사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작년에 받은 충격!

신기한건 꿈을 동사로 생각하니 눈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내 꿈은 장착하는 것, 세상을 바꾸는 것, 활동적인 것,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작업하는 것.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무엇!

국,영,수만 아니면 되는 것.

학원강사는 꿈이 아닌 먹고 살기 위한 거였다는 것. 나름 보람도 있지만 내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이제는 영화라는 것을 선택해서 정말 재밌게 살고 싶은데 제 영화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저의 꿈(동사) 을 충족시킬수만 있다면 영화가 아닌 다른 그 무엇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글을 읽어보니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과는 게임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숙여지네요.

제가 여러분들께 여쭈고 싶은건 영화에 영자도 공부안한 제가 영화공부를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학교(예를 들어, 한예진 또는 서예종) 로 들어가서 수학을 받는것이 투자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나리오를 잘써서 스텝들과 함께 현장에서 단편이라도 촬영하면서 공모전에 나가 진출하는 게 시간을 줄일 수 있는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둘째로 어찌보면 무모한 자신감으로 시작하는 것 같은 제 자신에게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충고 또는 이것만은 꼭 기억하고 마음을 먹고 시작해라. 이런 류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언젠가는 만나겠죠. 고맙습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우홍홍홍
2013.06.05 23:18

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일을 시작한 지 5년된 사람입니다.

 

일단 학교를 나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생활이 안정되었다면 길게보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어느 영화라도 좋으니 좋아하는 영화 하나를 잡고 샷바이샷과 시나리오 작업을 꾸준히 하시다 보면 실력이 늘겁니다. 이건 이론적인 공부구요. 그리고 이론에 경도될 필요는 없지만 무시해서도 안됩니다. 이론은 토대일 뿐입니다.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장편상업에서 연출부로 받아주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두작품 현장을 경험해 보면 돌아가는 방식을 대충은 익힐 수 있으니 아쉬우나마 독립장편을 한 두편정도 연출부나 제작부를 나가보는 게 필요합니다. 이것도 힘들다면 단편 한두편정도 나가 허드렛일이라도 하면서 대충 분위기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많은 걸 기대하지 마시구요. 기회가 된다면 편집조수 일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쇼트로 시작해 쇼트로 끝나는 게 영화니까요.

 

그 다음부터는 꾸준히 단편연출작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일년에 두편정도. 열심히 하면 일년에 네편도 가능하겠죠. 그러다보면 자비로든 투자로든 독립장편 찍을 날이 십년 내엔 올겁니다. 뚜렷한 수상실적이 필요하긴 합니다. 날을 세울 필요가 있어요.

 

책은 흔히들 보시는 필름아트나 영화의 이해 정도만 보면 될 것 같구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영화책을 싹 쓸어 살 필요없습니다. 어차피 몇년만 지나면 영화책으로 가득찬 책장 두세개는 금방입니다. 영화의 이해가 좀더 읽기 쉬우니 영화의 이해를 사는 걸 추천합니다. 루이스 자네티가 쓴 책입니다.

 

좋지만 재미없는 영화보다는 만듬새가 별로지만 자기에게 재밌는 영화를 분석하는 게 더 좋습니다. 어느 영화든 기본은 하니까요. 그리고 의무적으로 공부하듯이 분석하면 질려서 그만두기 쉽습니다. 두시작 전체를 다 하는 것이 어렵다면 좋아하는 영화마다 중요한 씬만 분석하는 것도 답이 되겠죠. 분석하는 방법은 위의 책들에 다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구요. 하지만 어쨌든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샷바이샷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고생하세요. 힘들지만 재밌는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로마인드
글쓴이
2013.06.06 01:04
우홍홍홍

영화계가 이렇게 열악한 곳인 줄 몰랐습니다. 궁핍함속에서도 영화를 하고 싶어서 다들 고민하는 모습에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

 

긴 글을 이렇게 읽고 정성스러운 답변을 남겨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생하라는 말씀이 정말 와 닿네요. 고생하면 빛이 보일거라 생각이 듭니다. 재밌게 하는 고생! 막노동을 하고 참을 먹고 물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그 맛! 이겠죠? ^^ 감사합니다. 좋은 글.      

 

 

필름마니아
2013.06.06 00:44

영상 미디어 센터나 아카데미 같은곳에서 짧은 교육받고 자신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바로 영화작업하는것을 추천합니다. 이른나이도 아니시고 영화학교를 나와야 꼭 영화를 찍을수 있지는 않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연출수업한번 받아본적없이 공모전에 당선된 자신의 작품 조용한가족을 첫 연출을 했었고, 이창동감독은 학교선생과 소설가를 왔다갔다 하다가 늦은나이에 시나리오와 함께 곧바로 조감독생활을 했고,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세를 가지더니 곧바로 데뷔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때는 가장큰 교육은 직접 영화를 찍으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라고 생각됩니다. 반복되는 실수를 가늠하고 다음 촬영현장에서는 실수를 줄여나가면 완성도도 자연스레 올라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신 급하게만 하지 마세요.

프로마인드
글쓴이
2013.06.06 01:07
필름마니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야죠. 그게 현장이었군요. 나이가 정말 걸리네요. 처음엔 어디서 난 마음인지 모르지만 무모한 자신감.^^ 이게 절 여기까지 이끌고 있네요.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 첫 글에 답글을 달아 주신 모든 분들을 잊지 못할겁니다. 축복합니다. 그럼.

leesanin
2013.06.06 23:22

저랑 비슷한 시기에 출발하시게 되는군요.

짧은  독립영화워크숍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영화테크닉이라는 게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일주일이면 다 마스터 할 수 있거든요.

영화를 비롯해 모든 예술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하여튼 부럽습니다.

제작비가 이미 준비되어 있을테니 말입니다.

행여 영진위 같은 데서 지원받아 제작할 수도 있지만 꿈을 깨시는 게 좋습니다.

 

프로마인드
글쓴이
2013.06.07 15:44
leesanin

그러신가요? 비슷한 시기에 출발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군요. 정말 반가워요. 하지만 먼저 경험하신 분이시니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겠죠. 독립 영화워크숍 코스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도 유선상으로 제게 조언을 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비싼 학자금을 대고 시간투자를 많이 할 뻔했는데 시행착오를 통해 얻으신 지혜를 제게 나누어 주시더라고요. 벌써 감독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었는데 어떤 지병을 앓고 계신분이셨어요. 시각도 잃으시고. 이런분들의 열정을 따라가지도 못할것같아요. 어떤 도움도 바라지 않고 얼굴도 모르는 저에게 정말 애정이 담기신 말로 힘이 되어주시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말씀해주신 '~모든 예술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말에 공감을 합니다. 그리고 제작비는 없어요. 준비된 자금도 없고요. 학원 운영한다고 해서 큰 돈을 만지는 건 아닙니다. 제작을 위해선 지금부터 모아야지요.

 

원래 잘사는 집안의 자녀로 태어나지 않아서 그런지 20대~30대까지 경제적인 궁핍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죽도록 일하니 30대 말부터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어요.

 

이 말은 버스값 아끼려고 4~5정거장은 그냥 걸었는데 이제는 고민안하고 그냥 버스 탄다는....길 걷다가 마시고 싶은 음료수가 있지만 꾹 참았는데 이제는 몸에 좋은걸 골라서 사먹는다는...그런 거지요.

 

대학때 책을 사서 보고 싶은데 없으니까 점심 사먹으라고 주신 돈 1000원 모아서 책사서 보고 주중 내내 수돗물로 배 채우거나 돈 좀 있어서 뭐 좀 사주겠다고 하는 학우나 선배(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쫓아가 자장면을 얻어 먹는 신세였는데 이제는 페스트푸드점에 고민안하고 간다는 것.... 이런 거지요.

 

잠시 감상에 젖은 말을 했습니다.

 

이보다 더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 많을 텐데 말이죠.

 

암튼 열정과 수고에 비해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무페이지만 오직 영화에만 몰두하신 분들의 열정을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요?

 

벌써 영상미디어센터 이런곳에 개설된 강좌 신청하려고 물색하고 있습니다. 워크숍도 알아보고 있고요. 좋은 말씀과 정보 감사드립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언젠간 한 번 만나겠죠?^^ 고맙습니다.

kineman
2013.06.10 13:03
 

축복 받고 싶어 몇 마디 적습니다. ^^

.

혹시 제가 저를 감독이라고 소개했던가요?

단편영화 만들고 있다 소개 한것 같은데...

아직까지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는게 뻘쭘하고 죄송스러 그냥 처사라 불리우는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다음에 거론 하실 일이 있으면 감독이란 호칭을 빼주시면 복 받으실 겁니다. ^^

.

지역 미디어센터를 가보면 우리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들도 영화를 만드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니 너무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풍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생활비에 대한 부담은 없거나 적으실테니 그것만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환경입니다.

생활비와 작업비를 동시에 벌어야 하는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대부분 이거든요.

그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자신이 영화적 재능이 있는지를 파악하지도 못하고현실로 돌아가는 것 같더라구요.

이제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걸어가기만 하면 되리라 봅니다.

파이팅입니다.!!!

지금의 마음에 금연까지 하신다면 금상첨화 일 텐데...^^

.

.

새로 블로그 하나 만드셔서 영화 공부하는 것들을 정리해 올려 보시길...

나름 정리도 되고오다가다 글을 보고 조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파이팅입니다.


프로마인드
글쓴이
2013.06.10 14:51
kineman
어! 안녕하세요^^ 하하. 나타나셨네요. 네 알겠습니다. 호칭은~^^

흡연은 하지 않습니다. ^^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영화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기운이 나지 않을 때 파이팅이라는 말은 언제나 힘을 불어넣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네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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