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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치 (2015) 리뷰 - "터부를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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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06일 00시 14분 18초 *.84.120.240

더 위치 (2015) 리뷰

 

      비평가들 중 어떤 이는 이 영화를 보고는 "봐서는 안될 것을 본 것 같다" 라는 느낌이 든다 하였다. 영화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 분석하려는 이의 입장으로 볼때는, 이 짧은 문장은 참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처음 내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강렬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이다. 램브란트의 그림 같은 샷들이 밝고 어두움의 강한 대비를 사용하여 우리를 미로속으로 이끄는가 하면, 또 어떨때는 한치 앞도 가늠 할 수 없는 어둠속에 우리를 홀로 남겨 놓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을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화면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리고 드는 생각. 내가 지금 보는 것이 과연 내가 생각하던 그것이 맞는가? 확실하지 않고, 내 자신에게 의심이 드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짧은 몇 분도 잠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화면을 쳐다보면 쳐다볼수록 이상하게도 더욱더 도드라지며 서서히 분명하게 나타나는 이미지를 눈치채고 나서야 세상에 저게 무엇인가, 하는 충격에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남이 언젠가 지나가듯 말한 무언가가 머릿속에 다시 각인되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기전 별 의미없이 지나가듯 읽은 한 비평가의 리뷰 "봐서는 안될 것을 본 것 같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백발적중 한 사주 처럼 작용한 것이다.

 

     "더 위치"의 기분 나쁜 매력은 영화가 다루는 사회 속 "터부"의 기본적인 성질에서 나온다. 툭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모두가 쉬쉬하는 토픽이지만, 일단 한 번 생각하고 나면 겉잡을 수 없도록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터부." 또한 영화 속 불가해한 터부의 이미지들은 한 번 뇌리에 자리를 잡으면 마치 고장난 비디오 플레이어처럼 끈임없이 머릿속에서 리플레이 된다. "더 위치" 속 강렬하고 미스테리한 이미지들은 우리가 보고싶지 않아도 그러한 식으로 관객의 눈과 뇌를 혹사시키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처음 우리에게 비밀스레 공개된 "위치(마녀)," 혹은 늙은 여자의 나체도 그렇다. 저 허연 것은 분명 사람의 살갗 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까만 저것은 빛에 가려진 필시 그림자일 것이다 하고 내 생각을 의심하며, 또 내 눈은 나도 모르게 내가 보는 진실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계속 뚫어지게 어둠을 쳐다보고 나서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저 시꺼먼 것 모두가 종아리까지 늘어뜨린 축축한 머리카락 이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온 몸에 소름이 확 끼쳤다. 늙어 쭈글쭈글 한 몸의 이미지가 얼마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몇 분간 계속 쳐다봐야만 비로소 내가 바라보는 것은 노인의 나체라는 것을 깨닫는단 말인가. 자신의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것. 그것이 "더 위치"가 관객에게 갖는 매력이자 능력이다. 

 

     그리고 정말로 영화의 대부분이 그렇다. 분명히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난 후에도, 관객과 캐릭터 모두 본 광경을 믿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고, 제 눈을 의심하며, 혼란스러워 한다. "터부"를 직접 대치하기 보다는 늘 바위 뒤에서, 나무 뒤에서, 혹은 오두막에 숨어서 목격하고 지켜보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 눈 앞에서 희생당한 아기, 유혹당한 어린아이, 미쳐버린 어머니 모두가 언제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도 모르게 영화는 숨가쁘게 흘러간다.

 

     분명한 공포와 어디서 오는 건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에 캐릭터들이 멈칫하고, 제자리에서 떠는 사이, 우리는 이미 어느 순간에 다다른다. 이미 주인공의 가족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다. 홀로 무력하게 남은 소녀를 본 순간, 흥미롭게도 영화 내내 우리를 극한으로 몰아 넣으며 이야기의 주된 공기를 이뤘던 극심한 공포와 공황 상태는 마치 파도 부서지듯 잠시나마 모두 사라진다. 울 겨를도 없는 소녀의 가엾은 처지에 우리는 연민을 느낀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소녀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과연 위치(마녀)가 그랬구나!”

 

     하지만 우리가 안타깝다 하여 그녀를 위해 화면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터부"는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대면되어 싸워 이겨내야할 악의 끈 같은 것이 아니며, 연민으로 휙 하고 덜어내 사라지게 할 마음의 무게 또한 아닌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서로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쉬쉬 하면 할 수록 더욱 더 보이지 않는 미지의 곳으로 파고 숨어들어가 끈질기게 몇 세기 동안 그 명을 유지하는 바이러스나 벌레같은 것이다. 

 

     영국 과거 속 역사의 한 조각으로 남아있는 마녀 사냥이지만, 이 "터부"의 재해석과 발자취는 분명히 오늘날에도 충분히 충격적이다. "더 위치"에 생생히 재녹화된 제 눈을 의심하는 16세기 영국 시골인들의 감정이, 정말 알 수 없는 방법으로 그들의 두려움과 혼란을 우리 관객들에게도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같다.”

 

     이것은 소녀의 입장이기도 하며 관객의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객이란 무엇인가? “바라보거나 듣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관객이 가진 의미에 충실할때에 "더 위치"같은 영화는 우리에게 축복과도 같다. “더 위치”는 달릴땐 달리고, 멈출땐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램브란트의 그림 같은 샷들이 때로는 캐릭터들을 제한하고 또 놓아준다. 꽉 막혀 있는 클로즈업과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길을 잃을 것 처럼 무한대로 넓게 잡은 숲의 설정 샷이 서로 아름다운 배율로 섞여있다. 그렇다면 "더 위치"는 정지한 그림인가? 그것은 아니다. "더 위치"는 잘 배열된 아름다움에만 국한 되지 않으며, 감히 샘 레이미나 놀란 스러운 역동성이 돋보이는 액션 신 또한 포함한다. 그러한 면에서 볼때 "더 위치"는 자유로이 움직이는 마법에 걸린 그림이라 볼 수도 있겠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같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더 위치"는 분명 다시 보고 싶은 "터부"이다.

 

 

     The Witch (2015) 감독 by Robert Eg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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