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단편 - 제목 : 시대가 변해도...

tonyk66 2006.12.25 11:21:28
"잠시후, MBC 파워라디오 257.7Ph PM, 6시 뉴스가 시작 되겠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뉴스를 알리는 시그널이 울리면서 곧이어 앵커의 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2058년 10월 21일, 월요일, 경찰의 날

MBC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번째 뉴스, 금일 오후10시 30부터 행성간 운행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일제 음주단속이 있을 것이라고 경찰청이 발표하였습니다.

운전자들께서 이에 유의하시어 각별히 안전 운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뉴스...오늘 새벽 제3구역 운석 지역을 지나가던 승용차와

덤프트럭이 정면충돌 하여...."

국제 우주정거장 ISS에서 출발대기중이던 택시기사는 라디오를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젠장! 단속은 개뿔!!"

곧이어 뒷자석에 정장차림의 손님이 들어왔다.

"화성 공장지역으로 갑시다.조금 서둘러 주세요."

"네네 손님~"

미터기를 작동시키자 노란색이었던 택시의 도색이 순식간에 화사한 청색으로 바뀌었다.

택시가 두둥실 이륙하는가 싶더니 ISS내부의 사업자구역 차고지의 격납고가

비상음을 내면서 문이 열리자 택시는 우주공간속으로 빨려가듯 유유히 사라졌다.



2050년

태양계는 모두 정복 되었다.

"정복"이라는 의미는 전쟁으로써의 의미보다

개척이라는 뜻이 더욱 강할만큼 인류의 자취가 태양계 곳곳에 묻어났고

인류 특유의 원동력인 뛰어난 환경 적응력과 개발의지로

각각의 행성들은 차례차례 거주지가 형성되면서 급속히 발전을 거듭하였다.

물론 그 중심엔 "지구"라는 행성이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을 이용하여

ISS를 기점으로 각각의 행성간 무역로와 휴개소, 육지의 고속도로와도 같은,

좌표로 이루어진 교통항로가 개설되었으며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당연히 각각의 구역엔 법집행을 위한 경찰서가 들어섰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인간은 예전부터 질서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었다.

광활한 우주 어디를 날아다니던 그건 본인의 자유 의지였지만

좌표에 입력되어 있지 않는곳을 항해하는 조종사나 운전자들은 우주미아가 되버리는

사건이 부지기로 일어났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출고되는 모든 탈것들에겐 정해진 좌표로 운행되는 시스템을

적용하였고 그점에 도달하는 차량들은 좌표에 맞추어 자동운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우주미아가 되버린 분들은 아무도 찾지 않았다. 아니 찾지 못했다.

그만큼 우주는 너무 넓었다.





2058년 10월 21일 오후10시 30분

금성 제2구역 교통항로



편도 5차선의 항로에서는 5m간격씩 무중력의 힘으로 떠있는

빨간색 라바콘이 10개가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그끝에는 "서행 - 음주단속중"이라는

디지털 다이오드가 깜빡거리고 있다.

항로를 벗어난 지역에는 5대의 순찰차가 언제라도 단속에 불응하는 음주자들을

검거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자유로운 우주로의 항해시대를 맞이하여

지구를 벗어나는 모든 차량에게 "음주감지기"는 기본사양 이었다.

자동차 제작 업체들은 정부시책의 일환으로 감지기가 아닌 음주측정기를 옵션장치로

내놓았으며, 이에따라 자동차 옵션중 음주측정기를 설치하는 모든 오너에겐 세금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었지만 그것을 설치하는 운전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우주복을 입은 경관들은

중앙선과 단속통과지점까지 잔뜩 줄지어 서있는 전 차량을 상대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었다.

추진력이 있는 우주복에 부착된 긴 호스 같은것을 이용하여

운전석부근 해치에 볼품없이 튀어나와 있는 구멍에 그것을 장착하면

운전자는 차량내부에 설치된 감지기에 입김을 불어넣고

호스를 통하여 들어온 운전자의 그것은 경찰관의 왼쪽 팔에 부착된 컴퓨터로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한쪽편에서는 벌써 단속된 운전자와 경찰관과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경찰 아저씨! 아까 금성 메이베이에서 딱한잔 한게 다라니까요~

출발한지 30분도 넘었는데 내가 왜 걸려 내가!! 진짜~"

"선생님~ 술이란건요 30분이 지나던, 30시간이 지나던 체내에 축적이 되어 있습니다.

그건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작용되는데, 지금 선생님께서는 알콜수치가 0.2니까 면허 취소에요.취소!

빨리 차돌려서 경관의 인도를 받으십시오."

두사람의 대화는 외부 마이크를 통해 의사가 전달되는 중이었다.

금성에 있는 "메이베이"는 유흥지구로써 이 운전자는 한눈에 봐도 만취상태인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경찰관의 인도를 받아 검거 트럭에 도킹될 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화성으로의 하행선 쪽 검거트럭 안에서는 또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주머니께서는 혈중 알콜농도 0.18로써 면허취소입니다. 간단히 조서 꾸미시고요,

잠시 대기하시면 관할 경찰서로 이동 될겁니다."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한채 심문을 받고있는 여성운전자는 남편에게 전화 한통화만

하게 해달라고 생때를 부리고 있었다.

"우리멋진 경찰아저씨~같은 식구끼리 이러지말구요, 저 딱한번만 봐주세요~"

"같은 식구요? 혹시 경찰관이세요?"

의심의 눈초리로 경찰관은 어울리지도 않게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잔뜩 꼬인 발음을 내뱉는 여성을 응시했다.

"아니~ 그건아니지만 제가 시청에서 근무를 하니까 그러는거지~"

이제는 이 여자, 어깨까지 배배꼰다. 대략 40살은 되보인다.

젊은 경찰관은 아침에 먹은 토스트가 목구멍을 타고 역류함을 느낀다.

여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차는 제께 아니라 남편꺼라서 저 걸리면 혼난단 말이에용~"

"그러니까 왜 약주를 드시고 운전을 하느냐 이겁니다.

그러다 항로를 이탈하면 바로 우주미아 되는거 모르세요? 그것도 시청에 있으시다는 분이!!

지난주에도 술마시고 정해진 교통항로 벗어난 20대들, 때거지로 우주미아된거 모르세요!?"

경찰관은 다소 짜증섞인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계네들은... 20대고 난 아닌데....그러니까 한번만 봐주세요~네?"

"안됩니다! 우선 면허증 제시하시고, 차량은 자동 압수되구요, 여기서 자꾸 이러시면

곤란하니까 저쪽으로 가 있으세요!"

경찰관이 손짓한 곳에는 작은 유리방으로 꾸며진 유치장으로

이미 상당수가 술냄세 풀풀 풍기며 갇혀 있었다.

중년의 여성은 울상을 지었다.



다시 교통항로 쪽에서는

방송국에서 취재나온 사람들과 경찰관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현장감을 위해 카메라맨과 리포터도 우주복을 걸치고 유영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에는 "생방송 현장을 가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일제 음주단속이 시작된다는 방송이 이미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운전자들이 단속에 불응하거나 이미 검거된 부분도 상당수인데요

왜 자꾸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지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리포터의 멘트가 끝나고 카메라의 모니터는 곁에 있던 경찰관에게 이어졌다.

"네. 점점다가오는 연말연시로 인해 들떠있는 사회분위기와 각종 행사등으로 인하여..."

그 순간 인터뷰중인 경찰관 뒤에서 단속중이던 차량한대가 뒷차를 들이받으면서 머물러있던 항로를

이탈하여 쏜살같이 도주하고 있었다.

근처에 대기중이던 경찰차들과 인터뷰를 하던 경관은 곧바로 그뒤를 추적하였다.

경관의 우주복에 장착되어있는 추진기의 빛때문에 카메라의 모니터에는 광선으로 비춰졌다.

카메라는 다시 리포터에게 향해졌고

그녀는 마치 이런일이 생기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멘트를 능수능란하게 이어갔다.



"얼마전에 방송해드렸던 -과거와 현재의 음주단속현장, 어디까지 진화했나-에서는

지금으로 부터 50년전이나, 그후나 전혀 달라진것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했어도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일것입니다."



- 끝 -



스토리 바이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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