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의 재발견 - 한 샷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laga 2008.04.18 22:09:15
#. 길고 허름한 복도.

복도 끝에 위치한 방.
열려진 문으로 격한 말다툼과 몸싸움을 벌이는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칼 한자루가 복도로 튕겨져 나오고,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나오는 남루한 옷차림의 남자.
칼을 집어들고 다시 방안으로 달려들어간다.

복도를 울리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방에서 나오는 남자.
방금의 남루한 옷차림이 아닌 고급스런 슈트를 입고, 고가의 시계와 목걸이를 차고 있다.

남자, 길고 긴 복도를 걸어간다.
당당하고 힘있던 걸음이 조금씩 느려지고 발이 끌리기 시작한다.
지쳐가는 남자.
걸어가며 넥타이를 풀고...마이를 벗고...시계를 풀고....목걸이를 풀고....셔츠를 벗고....
그것들을 양손에 모두 짊어지고 간다. 하지만 손에 힘이 풀려 하나 하나 바닥에 흘린다.

모르는지 퀭한 눈빛으로 쓰러질 듯 걸어가는 남자.

복도의 반대쪽 끝에 위치한 방.
열려진 문으로 새어나오는 빛에 문 뒤에 숨어 있는 남자2의 긴 그림자가 보인다.

하지만 남자, 지쳐 고개를 푹 숙인채 걸어와 보지 못하고...

남루하고 싸구려 옷차림의 20대 후반 남자2.
남자, 느린 걸음으로 방을 지나갈 때,
남자2가 거칠게 남자를 방안으로 끌어당기고...

잠시 후, 복도를 울리는 남자의 비명소리.
방에서 새어나오는 핏물.

세련된 옷차림으로 복도로 나서는 남자2.
휘파람을 불며 복도를 걸어가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