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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요?

감독PK
2020년 03월 20일 14시 33분 30초 9352 38 8

댓글은 여러 차례 달았는데 게시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네요. 현재 여러 작품들을 진행했었었고, 필름 메이커스에서 배우 모집도 여러 차례 진행했었습니다. 기획, 극본, 연출 등의 포지션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주 보이는 질문이 공고 지원을 하는데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 배우분들은 배우 선후배의 조언으로 지원서를 작성하기에 제작자 측 입장이 어떤지를 들어보실 기회가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모든 제작사가 동일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경험한 범위 내에서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우선 프로젝트 공고를 올리면 지원서가 평균 500~800통 정도 오게 됩니다. 그걸 다 보냐고요? 저의 경우는 모두 다 봅니다.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봅니다. 모집을 할 때 영상 첨부를 공지에 넣기에 영상물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봅니다. 이유는 제작진은 그 작품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제작사는 투자를 한 당사자이거나 투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진행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이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무언가 이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제가 있는 곳은 중소 제작사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지원서를 볼 때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분은 뭐가 안 좋네~ 이런 것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인지를 찾는 작업을 합니다. 한 가지라도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 분들을 따로 모아 놓는 것이 2번째 작업이 됩니다. 첫 번째 작업은 공고에 요구한 양식대로 지원이 된 분들을 추려내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배우 모집에 남성 배우분들의 지원도 많이 오고 30대 배우를 모집하는데 아역 배우 지원서가 오기도 합니다. 아마도 프로필을 보내주는 대행 회사가 공고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보내는 것이리라 여깁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배우 페이가 높을수록 지원자가 적어집니다. 일당 15만 원에서 60만 원까지 공고를 내보았는데 15만 원일 때가 가장 많은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거의 1000통이 넘는 지원서가 왔었습니다. 60만 원 이상에서는 100여 통 정도 지원서가 왔었습니다. 하지만 필름 메이커스에서 연예인 수준의 배우를 찾으러 오는 것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는 15만 원으로 모집했을 때와 60만 원으로 모집했을 때 거의 지원하신 분들의 연기력이나 기타 역량들은 비슷했습니다. 그러므로 좀 더 많은 배우분들 중에서 선택하려 한다면 어느 정도 적정한 배우 페이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게 얼마라는 것은 또 다른 분란을 만들 수 있으니 그 부분은 생략합니다.

 

이렇게 1차 양식 엄수 지원자, 2차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가진 지원자를 구분을 하고 나서 회의를 시작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입니다.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에 맞아야 합니다. 연기 영상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연기력을 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배우가 연기 중에 보여주는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혼자서 독백 연기 등의 연기 영상을 보내시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러한 영상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다른 배우와 케미가 발생할 때 표현되는 이미지를 보려고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생각보다 연기력을 꼼꼼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발성이나 목소리의 특이성이나 자세를 취하는 모습 등을 더 많이 살피게 됩니다. 제대로 대본이 전달 되도록 할 수 있는 배우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니까요. 이미지가 맞는다는 것은 이러한 부분이 맞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얼굴 생김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버릇, 표정 짓는 방식, 말의 빠르기, 목소리 톤, 그리고 풍겨나는 분위기 등등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는 신인 배우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원을 하고 오디션에 떨어지는 것은 실력 때문이 아니라고요. 단지 운일 뿐입니다. 그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배우가 이해한 것과 감독이 이해한 것이 달라서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단지 인연이 아닌 작품이라고 여기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

 

중소형 제작사에서 크지 않은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촬영일에 배우의 노쇼입니다. 재작년에 한번 있었는데 하루 만에 가볍게 600만 원의 손실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그 손실분을 소송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그리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자고 할 때 첫 번째로 보는 것이 의사소통이 원활한가 하는 것입니다. 대개 피디가 연락을 하게 되는데 피디와 지원 배우 간에 서로 이해하는 바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를 위해서 소통을 해서 잘 진행이 되는지를 보는 첫 만남이 오디션이 됩니다.

 

오디션에 오시면 대개의 경우 시험을 보러 오신 것 같은 기분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에 말한 그대로 제작사는 제작 외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작품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찾기 위해서 보자고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기를 지적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배우의 연기를 챙겨줄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그 프로젝트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입니다. 관심은 오직 이 배우가 우리 작품의 그 캐릭터인가를 찾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지요.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방향성에서 지원서에서 보여준 그 모습이 안 보이면 다른 방향성을 제시해서 연기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이야기하는데 절대로 절대로 연기력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앞의 연기가 틀린 연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고 이해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연기"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 배역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해서 합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그냥 운이라고 여기셔야 한다는 것이 이러한 부분입니다. 이제 각 배역당 2~3명 정도로 압축을 합니다. 그다음 단계는 각 배역의 배우들의 케미를 상상으로 조합하는 것을 합니다. 오디션이 끝나고 인사하고 배우분들이 나가시면 제작팀에서는 작은 회의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지금 배우의 태도나 연기력이나 그런 것을 이야기할까요? 전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 앞의 배우와 이 배우와 케미가 어떤지 어떤 부분이 잘 맞고 어떤 부분이 안 맞는지 이런 것 이야기하며 매칭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연기와 그 배역에 잘 맞는 이미지라 해도 다른 배우들과의 케미가 안 맞으면 아쉽게도 그 배역을 잡지 못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미 어떤 배역이 내정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내정된 배우와의 케미가 거의 전부가 됩니다. 

 

그러면 무언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요령이 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물론 있습니다. 다만 대개의 배우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부분입니다. 우선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이 표현되면 가장 좋습니다. 과거에 어떤 지원자는 소품을 여러 가지 종류로 준비를 해오셨습니다. 당연히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무려 이미지도 안 맞고 다른 배우와의 케미도 망설여졌지만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바로 작품을 우리만큼 좋아해 주는 배우이니 이 배우라면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 외에 간단한 것으로는 작품 자체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좋은 인상을 줍니다. 대개 오디션에 오시면 긴장을 하시기에 질문하실 것이 있는지 물으면 없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면 정말로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관심이 없으면 질문도 없으니까요. 이렇게 오히려 오디션 장소에서 제작진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지원자도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도 사람입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같이 못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드릴 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때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으셨겠지만 상당히 좋은 글로 답을 주신 배우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다음에 그 배우에 어울리는 배역이 나왔을 때 오디션도 없이 우선적으로 연락을 했습니다.

 

길게 썼는데 배우 쪽 입장에서의 오디션에 대해서는 글이 여럿이 있는데 캐스팅을 하는 제작사 입장의 글은 없는 듯해서 하나 올려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 안에서의 이야기이지 전체 업계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각 제작사에는 제작사 나름의 캐스팅 매뉴얼이 있습니다. 그게 정리되었건 내부 분위기로만 있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든 제작사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성공이 되는 것 외에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여기시면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끔씩 얘기가 들려오는 연기를 지적하거나 연기를 가르치거나 하려는 제작사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좀 이상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모두 원하시는 배역에 캐스팅이 되셔서 성공하는 배우가 되시길 바랍니다.

3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감독PK
글쓴이
-1
2020.03.23 10:59
나미

제가 쓴 글이 모든 오디션 현장에서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꺼예요. 원하시는 배역 꼭 캐스팅 되시기를 바랍니다!

hch90
2020.03.24 15:02

오우.... 너무 좋은 말씀을 해주셨네요.!!!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는 것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팁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PK
글쓴이
2020.03.24 15:06
hch90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
봄이왔다다다
2020.04.02 17:40
항상 궁금했는데 좋은 글로 친절히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감독PK
글쓴이
2020.04.03 13:47
봄이왔다다다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Profile
장꾸들
2020.08.19 11:16
정말 도움되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디션 보고 떨어지는 날이면 아이가 풀이 죽어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아이에게 잘 설명해줄수 있을 것 같아요^^ 오디션 준비도 잘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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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시켜줘
2021.12.03 00:07
정말 궁금했던 갈증들이 이제서야 해소가 되네요... 이런 글들이라면 돈을 주고도 읽고싶습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배우이재환
2022.12.13 17:1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실제 매체씬에서의 캐스팅 비화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생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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