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연출가로서 배우님들께...

perproxy 2005.10.27 04:52:05
며칠 전에 배우 모집 관련 글을 연속으로 두개를 올렸습니다.
모두 제가 쓴 시나리오라서 뿐만 아니라 열악한 제작 환경이라서 PD를 따로 구하지 않고 제가 직접 제작을 담당하고 있어서 제가 배우 모집도 하고 있습니다.

허나 두 작품에 배우 모집 공고를 내면서 느낀 점을 배우분들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두 작품의 배우 모집 글을 적고서 글 내용에 제작비 사정상 오디션 진행을 할 수 없어 오디션 없이 프로필만 메일로 받아보고서 결정을 하겠다고 글을 올렸고, 두 작품이라서 메일 주소를 같은 곳으로 받아서
제목에 "어느 작품 어느 어느 배역 지원"이라고 표기해 달라고 하였으나,
그런 제목으로 지원하시는 분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출연료는 제가 지금 너무 가난하여 얼마 정도 밖에 못드리겠다고(차마 출연료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라서... 궁금하시면 글 찾아보시구요..) 하였고, 다른 작품은 추후 협의하겠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허나 몇몇 분들은 출연료 문제도 다시 되 묻는 메일을 보내시더군요.

간단한 시놉시스 와 어설픈 캐릭터 설명만을 가지고 불충분하셨는지 시나리오 먼저 보내면 출연을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보내신 분도 계셨습니다.

대부분 배우님들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같이 작업해 본 분들 중에서 이런 배우분들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대부분 캐스팅을 하고,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리게 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다른 작품에 적합한 배역이 있어 연락을 드리게 되는 경우에는 위에서 열거한 내용에 해당되는 분이 한 분도 안계셨습니다.

작품에 지원을 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배역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시켜만 주시면 무슨 배역이라도 하겠습니다. 라는 몇몇 배우님들..
모집 공고 제대로 읽지 않고서 지원하시는 몇몇 분들...
역시나 마찬가지로 모집 공고 제대로 안읽고서 오디션 언제입니까? 페이는 얼마인가요? 라고 물으시는 몇몇 분들...
시나리오 보내면 검토하고 출연 결정하지요~ 라고 보내시는 몇몇 분들.. 이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겠죠?
보조출연했던 기록까지 A4 몇장은 될만한 경력을 보내시는 분들... 그렇게 치면 저도 프로필 A4 2장 이상 나올 것 같습니다.


전체 메일로 보내면 기분 상해 하실까봐 어차피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지만, 한 분 한분께 메일 따로 보내는 것도 솔직히 귀찮습니다.

물론 연출하는 입장에서 배우님들의 많은 관심에 참으로 행복합니다.
간략한 시놉만 보고서 연락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를 지경입니다.
내 작품의 내용이 주목받는 내용인가 싶어서 자신감도 생깁니다.

허나 오랜만에 제가 직접 배우 모집을 하면서 잠시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로 언급했던, 배역은 상관없습니다. 아무거나 시켜주세요~ 라고 하시는 배우님들..
저는 이 분들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알릴 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건방진 소리일지 모르지만 배우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연출하는 입장보다 경력도 더 많으시고, 오랜 기간 일을 해 오신 분이 왜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굽신거리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연기 교육 받을 때도 보통 자신이 잘하는 연기, 잘 할 수 있는 배역을 강조하라고 하지 않나요?
아무런 배역이나 시켜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일을 배우님들께서 먼저 하고 계시진 않으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번째로, 모집 공고 제대로 안 읽고서 지원하시는 몇몇 연기자님들.
어떤 작품인지 언제 촬영하는지, 배역은 무엇무엇인지.. 제대로 알고서 참여하시는 건가요?
작품 준비하면서 배우 캐스팅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나머지 것들에도 신경을 쓰느라 몸이 열개라도 부족합니다.
여유있는 Pre 단계를 가진다면 그럴일이 없겠지만, 워크샵 작품이나 학생들 작품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학생 단편 작품에 참여해 보신 분들은 많이 느끼실 겁니다. 준비가 많이 부족한거.. 그래서 촬영 기간도 길어지고, 현장에서 트러블도 생기는 거구요...
저 돈 없어서 오디션 진행비 없으니 오디션 못 봅니다.라고 글 올려봤자 오디션은 언제 보나요?라고 물으시면...
제가 돈이 없어 오디션도 진행하지 못하는게 참으로 한심스럽게 여겨집니다.
배우분들께서 미리 한 번만 신중하게 글을 읽어주신다면..(세세한 내용까지 안적혀 있는 경우도 태반입니다만..)
배우분들과 연출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촬영 전부터 신뢰가 더 쌓이지 않을까요?
연출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로 좀 더 세세하게 몇 글자 적어주는게 작품 준비하는데 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셋째로, 시나리오 보내주면 출연 검토해보겠다고 하신 분.
이글 읽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시나리오 미리 못 보여드린 것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원하신 분들에게는 시나리오 공개했습니다. 아마도 그 분도 보셨겠죠...
시나리오를 미리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제 잘못이기도 하지만, 아래 어느 글에서 어떤 분이 글 쓴 내용을 보니
누가 미리 시나리오 배껴서 촬영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어서 입니다.
물론 시나리오를 공개한 다음부터 누가 배끼더라도 저보다 촬영 일찍 끝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아직 스탭 구성도 못했을테니까요... 배우 모집도 늦을 게 분명하구요...


연기자 모집 글을 올리면서 저에게도 분명히 문제가 있었고 지원하시는 연기자님들에게도 분명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서로의 신뢰를 잃지 않는 단편영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래 출연료 문제로 소란스러운 게시판에 낄자리 안낄자리 구별 못하고 이렇게 주절주절 떠들어대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배우분들께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일은 스스로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정말 능력있고 소양이 있으신 분들은 글도 꼼꼼히 읽고 제작자가 원하는 형식에 맞게 지원하시더라구요.

함께 큰 꿈을 꾸는 모든 영화인들이 서로 의기투합하여 좋은 영화 많이 찍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만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나리오 여기에 올렸습니다. 좋은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읽어주실 분들이 계시면 좋겠네요.
www.cyworld.com/soulspire 게시판 "배우님드을 위한 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