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를 들어 주세요...

ghddk84 2006.01.13 17:24:57
안녕하세요..

제 고민은 여타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진로에 관한 것입니다. 어쩌면 뻔한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읽어 주시고, 조언까지 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 혼자서 고민하는 건 아무런 답도 낼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전 지금 서울의 한 대학교 공대에 다니는 여학생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기억나는 건 7살때 부터죠)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부모님의 불화로 전 아주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로요..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계속 연기에 대한 꿈이 사라지지 않더군요.
혼자 고민하던 어느 날, 저희 동네에 처음으로 연기학원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날마다 그 건물 앞을 지나가며, 이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참 가진 후에 엄마께 말씀드렸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소심한 저는 그렇게 묻혀버리고 말았지요..

제가 그래도 연기라는 것을 할 수 있었던 곳은 교회였습니다. 교회가 크지는 않았지만 매 절기마다 성극을 하면 전 항상 하겠다고 지원했구요..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면서도.. 연극영화학과라는 것이 눈에 밟혔지만, 전 공대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했구요.

그러다가 작년에 큰 폭풍을 경험했습니다. 도저히 이제는.. 연기라는 것이 마음 속에서 사라질 수 없는 것이란 걸 알았고, 자꾸만 사그라 지지 않고 더 커지기만 하는 열망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제 나이 올해 23입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지 않으면 안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도전해 보려고 했습니다.

먼저, 예전부터 자주 들어와서 시나리오를 읽고 혼자 연기연습하고 했던 이곳 필름메이커스 연기자 게시판에 제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단편영화를 촬영할 기회도 얻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과 주변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헀지만요..) 하지만, 제가 연기를 배운 적이 있는 건 아니라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좀더 공부해 보고 싶었고, 정말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기획사 오디션에 지원도 했고, MBC 아카데미에도 지원했습니다. MBC쪽에는 오디션에 붙었는데(아카데미라서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심사하신 분이 그러시더군요.. 연기 배운적이 있냐고.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중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했었냐고. 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하고는 싶었지만, 너무 내성적이라 들지 못했거든요. )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것 치고, 연기력이 꽤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나가는 말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저한테 큰 용기가 된 말이었어요.. 경제적인 이유로, 아카데미에 다닐 수는 없었지만, 계속 포기하지 않게 한 말이었거든요.

이후에, 방송사나 영화 쪽에 단역배우를 공급하는 회사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현재 저의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의 공통된 고민인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저는 ‘하느냐’를 선택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라구요.. 이유가 뭐냐면.. 저는 너무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제 키는 160 조금 넘습니다. 늘씬한 것도 아닙니다. 몸매에도 자신이 없고, 외모도 그저 그렇습니다. 단역배우라면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할테니 걱정말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배우로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잘하는 운동이나 악기도 없고...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습니다. 제가 등록한 회사에서 그러더군요.. 돈을 벌게되면, ‘특기부터 키우라’고.. 요즘 춤,노래는 기본이고, 째즈댄스라든지 하는... 특기를 배워 놓으라구요..

개인적으로도.. 배우고 싶은 거야 많지요.. 하지만, 그동안 제가 연기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어렵게 말했을 때 거절되었던 것처럼, 제가 다른 것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배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기억나기로는.. 어렸을 때 저는 검도도 하고 싶었고, 택견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싶었고, 노래도 잘 하고 싶었고,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었고, 중국어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요리, 컴퓨터 음악, 이런 것들도 배우고 싶었구요.... 전혀 내성적이지 않아 보이죠. 제 속 마음은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고, 나를 표현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는데, 그걸 표출해 낼 수가 없었던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래서 조금 용기를 내서.. 하나씩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생활은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 아니면 영영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기에... 그런데, 솔직히 너무 비싸네요.. (참고로, 대학에 합격한 이후, 저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습니다. 핸드폰비, 책값, 옷값, 교통비...전부 아르바이트로 제가 벌어서 쓰구요, 등록금 외에는 받지 않습니다. 받을 수도 없구요.)
운동 중에 가장 하고 싶었던 검도.. 학원비도 비싸고 호구를 사는 데도 그렇고.. 택견도 마찬가지구요.. 학원 말고, ‘**구 생활체육센터’ 이런 곳을 찾아갈까 생각중입니다. 이런 데 가면 깊이 있게 배우지는 못하겠지만, 수강료가 1/3이라...ㅠㅠ 연기자로서의 특기를 키우는 데 이런 곳도 괜찮은 걸까요...?

최근에 개봉한 왕의 남자 ‘이준기’씨는 연기를 하는 데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 택견, 합기도 등을 배웠고, 왕의 남자 캐스팅 된 이후로는 쿵푸도 배우고, 얼굴 성형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준기씨도 부모님이 반대해서 힘들게 일하면서 돈 벌어가며 연기 배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열정이 있으면 돈까지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배고파도, 밥을 굶어도... 연기를 위해서 배우는 택견은 포기하지 않을만큼..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연기자로서 필요한 특기를 키우는데 뭐가 좋을까요... 검도나 택견도 좋지만, 연기를 먼저 공부하는게 더 우선이란 생각도 드는데.. 그렇다고 학원에 다니기엔 너무 비싸고.. 지금 혼자서 책 사고, 시나리오 보고 연습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3월에 개강하면.. 연극영화학과 부전공을 할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희 학교는 한양대 서울캠입니다.) 연영과에서 배우는 것이 이론적일지는 몰라도.. 제게는 이론이건 실습이건 너무 목 마릅니다...
아... 두서 없이 이말 저말 쓴 것 같아요.. 너무 답답해서 그럽니다..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그리고, 어떤 조언이든 감사하게 들을께요... 한마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