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배우 출연료 문제는 그만 토론하시는게..( 그리고 elitlee 님 보시오!)

k9342104 2005.10.21 03:33:09
얘전에 제가 배우 출연료에 관한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 글 덕분인지는 몰라도 배우구인광고글이 상당히 개선이 되었더군요..
요즈음 nahnnah님이 올린 글이 센세이션(?)을 일으켜 무려 30개가 넘는 답글이 달리며 난상토론을 벌였습니다..
문제에 관해서 토론을 한다는건 참 좋은 일이지만 그게 돈에 관련된 문제라 참 꺼림칙하네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자면 저(저의 경우는 과대평가 받아서..ㅋㅋ)나 nahnnah님은 그런대로 적당한 대우를 받으며
단편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런 글을 올릴 필요도 없지만 문제는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도 홀대 받는 연기자분들이 의의로 많아서
올리는 겁니다.(물론 지망생급의 연기자는 출연료가 문제가 되진 않지요..)
그리고 출연료 문제 이면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점들이 간과되어서입니다..

---- 왜 배우 출연료가 항상 문제가 되는가
1. 출연료는 돈으로 환산되므로 경제 논리에 적용될수 밖에 없습니다..
원인은 간단하죠..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단편이 아무리 많이 제작되도 배우가 항상 많게 마련이고..
연출자가 배우를 찾으면 출연료를 원하는 배우를 택하지 않더라도
무보수라도 하겠다는 배우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출이 실력은 좀 떨어져도 무보수를 지망하는 배우을 쓴다면 모르지만
실력과 경험이 출중한데도 무보수로 하게 되면 문제가 좀 있다고 봐야겠죠..
더구나 연기자가 출연료를 받고 싶은데도 얘기를 잘 못하는 타입이라면 문제는 커집니다.

2. 주고 싶기는 하나 강제성이 없을 때 누가 과연 자발적으로 돈을 줄까요?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단편영화는 거의 다 학생들이 자비를 들여 찍습니다.
물론 당선이 되어 영진위나 기타 단체의 지원을 받거나 아카데미처럼 예산의 상당액을
지원받는 경우도 있으나 그건 아주 일부의 경우고 대부분은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쏟아붓더군요..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돈모아서 자재 경비 아껴가며 찍는데 솔직히 배우출연료부분은
견딜 수 없는 유혹이지요..
더구나 시장논리에 따라 무보수가 상당히 확산되어 있는 상태인데
배우가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겁니다..
물론 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겠죠..

3. 배우들도 맘 같아서는 안 받고 하고 싶습니다..
배우들이 단편 하는 이유는 말 안해도 아실겁니다..
좋은 경험 쌓고 좋은 인연 만들어서 나중에 장편 가게 되면 같이 가고 싶은거..
이런 큰 목적이 있는데 돈.. 안 받고 싶습니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힘든 배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 바닥 돌아다니다 보니 참나 왜 그렇게 가난한 집안 놈들이 많은지..
( 하긴 있는 놈들은 기획사나 기웃거리다 돈 쏟아붓고 바로 배역 따겠죠..)
그래도 아직 나이가 안차서 결혼 안한 미혼은 괜찮습니다..
결혼하고 애까지 있으신 분들은 어떻겠습니까..
그 돈 받아서 생활비에 크게 보탤려고 하는거 아닙니다..
사실 장편에 비하면 회차당 택도 없는 금액입니다..
문제는 큰 일거리가 항상 있는 게 아니니까 비는 시간에는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되는데 그 시간을 투자해서 단편 찍으니
그 정도의 보상이라고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무보수의 경우에는 연출만 돈 쓰는거 아닙니다..
연기자도 자잘한 경비들로 자기 돈 써가면서 찍습니다..


---- elitlee 님 보시오

1. 남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시오..
일단 패기는 상당히 높게 삽니다..
배우란 자고로 자존심이 있어야 하고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단 그 넘치는 자신감은 연기에다 쏟고 일상에선 좀더 부드러워지시오..
강함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합니다.
님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그 의견이 상대방 의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보다는
강함으로 일변할 때에는 좋은 호응을 얻어내기 힘듭니다.
더구나 그 토론에서는 나머지 분들이 거의 다 나이도 더 많으시고 현장 경험도 많으신 분들이셨습니다.
물론 그 분들의 모든 의견이 다 옳다는 건 아니지만 님은
그 분들에게 얻을수 있는 여러 귀중한 지식과 경험들을 다 놓치는 우를 범했습니다..
완곡과 타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좀더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될 겁니다.

2. 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추측해 봅니다.
1. 집안이 부유한 연기 지망생이다..
- 물론 아르바이트 등으로 자급 자족을 강조하는 걸로 봐서 아닐 가능성도 있으나
글의 전반적인 성향으로 볼 때 경제적 어려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걸로 봐서
가능성이 있음
2. 집안이 부유한건 아니나 여러 방법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별로 없는 연기 지망생이다..
- 모델 생활도 하는 걸로 봐서 좋은 외모로 여러 방법으로 부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3. 집안도 넉넉하지 않으나 정말 죽을 고생을 하며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
( 그래서 연기자란 예술 직업에 자부심이 큰 편이다..)
- 개인적 느낌으론 크게 가능성이 없는 거 같은데 제발 3번이길 빕니다..

글이란게 그 사람의 심성, 현재 상황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 한번 추측해 봤습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단.. 님의 가능성이 객 관 적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1번이나 2번의 상황이라면..
님의 말하는 가치관으로 봐선 연기하시는걸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려하시는게 나을 거 같습니다..
만약 3번의 경우이거나 아님 어떤 조건이든지 간에 실력이 출중하다면
제말은 흘려 들으십시오..
건투를 빕니다.


3. 님의 의견이 좀 일관성이 없어 정리하기가 힘듭니다.
개인적 판단으로 정리해 봅니다..
1. 단편은 원래 예산이 열악하니 받기를 기대하진 말고 주면 고마운거다..
- 윗단락에 그게 힘든 이유가 있습니다
2. 솔직히 말해 단편에서도 실력이 있으면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가..
- 윗단락 1.2번을 읽어보시오
3. 배우란건 예술가다.. 돈에 얽매이지 말라... 딴일 해서 벌면 되지 않는가..
- 님이 아직 어려서 그렇습니다.. 더크면 돈에 얽매일거고 결혼을 한다면
더 심해질 겁니다..
현장 경험을 많이 해본다면 딴일을 해서 번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될 겁니다.
이 모든것도 집이 넉넉하다면 기우겠네요..
4. 가족이 있는 분이 돈 걱정을 한다면 실력 문제 아닌가..
- 이건 정말 심한 모욕이군요..
어떻게 어려운 길을 택하신 분한테 그런 망언을 하다니..
실력만 있으면 다 유명배우 되면 제가 아는 수많은 무명 연기자하며
대학로에 숨은 인재들 다 잘 되서 유명배우가 넘치겠네요..
그리고 그 분들이 다른 실력( 인간관계...등등) 이 없는 줄 아십니까..
현장 경험이 전무하니 그런 무모한 배포가 나오는 겁니다.
이건 답이 없네요..
현장에서 몇년 굴러보면 뼈저리게 느낄겁니다..

4. 서두에도 말했지만 님의 패기를 높이 삽니다..
제 말에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이 글중에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주위를 넓게 둘러 볼줄 아는 연기자가 되십시오..
건승하십시오..


----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1. 어려운거 압니다.. 하지만 능력과 경력이 검증된 배우라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기 위해
좀 더 애써 주시기 바랍니다..
2. 제 경우에는 연출자 분들이 저를 과대 평가 해주셔서 미리 출연료를 다 제시해 주시더군요..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이런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돈도 돈이지만 더 중요한게 뭔지 아시죠
작업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배우의 스케줄을 고려해주는 함축적인 사전 작업
최대한 좋은 연기를 끌어낼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배려
인간관계를 떠나 배우란 사람에 대한 존중심
가장 중요한거! 작업후 씨디나 테이프로 결과물 꼭 전달해주기..

마지막 꺼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잘 나가다가 왜 결과물은 항상 배우가 신경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4. 시나리오의 좋고나쁨으로 출연료를 결정하는건 아니지만
작품이 정말 맘에드는데 죽어도 출연료를 지급할 상황이 안된다 그러면
연기자는 합니다..
( elitlee 님..걱정하시는 거하고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도 무보수로 한 10회차 넘게 찍고 추가촬영 기다리는 거 있습니다.
( 지금 연출이 돈 벌고 있습니다.. 그건 못 도와주고 있습니다..)
5. 대다수의 좋은 분이 있는 반면에
기본도 안되있는 구인광고 올리는 연출하며
무보수 시류에 편승하여 배우 출연료는 아예 제쳐놓고 시작하는 연출도 상당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거의다 출연료를 주셨는데 오디션 보다는 거의 제 시간에 맞추어 주셔서
편한 미팅 정도 갖고 캐스팅을 확정했습니다..
근데 구인 광고 글들을 보니 임의의 날짜에 큰 오디션을 갖는 글들을 보면 거의
다 끝에 출연료는 없다고 명시돼 있더군요..
물론 무보수에 오디션 보는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씁쓸하네요..



----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1. 분명히 연출자의 입장에서도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겁니다..
그런데도 별 말씀이 없는 걸보면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어려움과 배우들에 미안한 감정이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일겁니다..
2. 이런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고 해서 너무 배우들에게 감정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힘들어서 토로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는 거 같습니다..
연출분들이 배우 사랑하시는 것 만큼 배우들도 연출분들 사랑하고 잘되시길 바랍니다..
3. 서로 잘되서 도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힘냅시다.. 화이팅!!!



---- 출연료문제는 그만 하시는게...

1. 제가 말씀드렸듯이 더이상 출연료에 관해 얘기하는건 본질을 떠나 감정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나이가 더 많으신 연기자분들도 하고 싶으신 얘기가 많으실텐데 어린 제가 종결을 지으려 해서 죄송합니다..
2. 출연료는 돈에 관련된거라 할 수없이 시장논리에 적용되고 배우 개인의 능력치, 제작비 규모 등등 수많은 요소 가 작용하기에 두 당사자의 이해 관계에 의해 조정되어야 할거 같습니다..
물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가장 큰 요소가 되어야 겠지요..
따라서 선배 연기자 분이 제시하신 금액의 하한선을 정하는 문제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3. 출연료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배우에 대한 예우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제작하시는 분들은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상대에 대한 배려] 입니다..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