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조급했던, 배우 김00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2023.03.16 23:47:18

1. 기실 입단 전

기실 입단 전의 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연기적인 면과 인간으로서의 면 두 가지를 나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먼저 연기는 정말 오랫동안 꿈꿨습니다. 연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보고 느껴지는 게 좋아서 마냥 좋았고, 환상으로 뒤덮여져 있었습니다. 무지함으로 인해 가졌던 동경이 제 환상을 더 크게 부풀게 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저는 정말 약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발로 밟혀 찌그러질 것만 같은 상태였습니다. 막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저는 제가 살아왔던 짧은 인생 중에서 제일 취약하고 불안정하고 조급했으며 계속해서 제 쓸모를 찾았습니다. 하물며 사람들이 정말 싫어하는 모기마저도 주사바늘을 생각하게 했다는데.. 나는 그럼 무슨 쓸모를 위해서 이 세상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도 쉽게 흔들렸고, 제가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상황인지, 이 정도는 내가 부탁을 해도 괜찮은 건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확신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정말 길거리의 비닐 봉다리같이 흔들거렸던 저는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으며 기실에 가게 될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냥 이름이며, 기간이 정해진 것이며, 칼럼들에서 느껴지는 강함이 좋아서 기실을 한때 목표로 하며 버텼습니다.

2. 기실 생활 기억나는 에피소드

너무 많아서 하나씩 나열해보려고 했는데 진짜 너무 소중했던 것으로 추려서 적기로 했습니다. 제가 정말 크게 변했던 지점들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공식스터디에 들어가서 선배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게 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알 수 없는 우울함을 끝냈을 때였습니다.

스터디를 하고 나서는 어느정도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었고, 우울함을 끝낸 이후에는 저 스스로 많이 단단해져서 제 기준을 조금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서 결정을 하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원래는 되지 않았고 많이 조급해하고 불안해했던 저였는데 우울해서 사라질 것만 같던 시기를 버티고 나니 끝이 있었고, 그 끝에서 뒤돌아보니 저는 성장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때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이 시기가 고맙습니다.

이때 코치님들께서 제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시고 제가 구덩이에서 머무르지 않고 나올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제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멘토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이때 많이 깨우쳤습니다.

이외에도 너무 신기한 경험들이 많았습니다. 죽어도 믿어지지 않던 제 죽음이 믿어지는 경험도 했고, 상대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느끼는 경험도 했고,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합의점을 찾게 된 경험도 했고, 무대체질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경험도 있었고, 웃어야 하는데 울음이 나오는 경험도 했습니다. 너무 소중하고 어디가서도 쉽게 하지 못할 것 같은 경험들을 많이 했는데요.. 그 덕분에 졸업하는 시점에서 후회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워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ㅎㅎ 저는 코치님들 앞에서 부족한 제 모습에 제가 못이겨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때마다 너무 자괴감도 많이 들고 어려보이는 제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코치님들께서 이해해주시고 다독여주신 덕분에 그 자괴감에 무너지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3. 본인이 생각하는 기실이란?

최근에 단장님을 찾아 뵙고 말씀을 드리면서 나왔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저는 기실이 꼭 고향같고, 제가 다시 태어난 곳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반 동료배우분들, 기코치님, 실코치님, 그리고 오며가며 친해졌던 다른 동료배우분들, 청강으로 찾아뵈었을 때 큰 깨우침을 주셨던 코치님들까지도 너무 다 가족같습니다.

(특히 같은 반에 있던 동료배우분들은 1년을 함께 하면서 정말 제가 저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소중해집니다.. 각자가 가진 고민들을 서로 진솔하게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1년 동안 서로 잘 보듬으며 같이 끈끈하게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향같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제가 많이 배웠고 기실의 1년을 마치 3년 혹은 그 이상으로 치열하게 보냈고 기실에서 제가 정말 많이 변해서인 것 같습니다. 기실은 단순히 연기를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본인이 본인을 더 잘 알게 하고 더 파게 만들어주실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나 사고력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연기도 물론 너무 잘 알려주십니다. 정말 몇 년이 걸릴 커리큘럼을 압축해서 확 늘게 만들어주시니까요..! 하지만 졸업하는 시점에서 그것보다도 인생을 배우고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저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더 감사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기실에서는 인생을 관통하는 개념들, 사고들, 태도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게 됩니다.

(근데 이런 경험들을 직접 하시기 전까지는 이게 왜 얼마나 어떻게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인생에서 오로지 저 스스로 생각해서 했던 첫 선택이 기실이었는데요. 과장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죽을 때 정말 많이 생각날 거 같습니다.

4. 기실 후배들에게 조언

후회되는 게 없어서 딱히 뭐를 더 했어야 했다 라고 말씀드리기가 뭐하네요.. 음... 그렇다고 매 순간 정말 미친 듯이 파고 미친 듯이 살았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나태해지기도 했고 나약해서 기어다닌 적도 있었고.. 저는 코치님들 속을 끊임없이 많이 썩였던 수련배우였던 것 같습니다.

근데도 왜 후회를 하지 않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일단은 자기 상태, 자기 선에서 최선을 하고 놓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 최선은 다른 때의 본인의 최선보다는 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돌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열심‘이나 ’최선‘은 없으니까요.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세요! 그냥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끝까지 파고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실에서 제일 많이 생각을 바꾸게 되었던 것은 상처에 대한 것입니다. 예전엔 상처가 두려워서 많이 피했는데요.. 솔직히 여전히 상처는 아프지만 상처를 받는 삶이 고귀(?)하다는 알 수 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거 그냥 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준비하면서 저도 모르게 과제에 틀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만 움직였었는데요..! 최대한 그런 것 없이 최소한의 것을 지키되,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코치님들을 믿어주세요.. 음....기실을 다니다보면 왠지 자립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본인의 단단함을 너무 믿어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실 수도 있는데요..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고민이 있을 때 찾아가는 용감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절대로 의존적인 것이 아닙니다. 아니 좀 의존적이면 어떻습니까!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죠!! 수학에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선생님께 여쭤보는 것처럼, 연기나 인생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잘 알고 계신 멘토님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보같은 질문은 아닐까.. 이런 고민으로 혼자 속을 썩이시지 마세요! 제가 코치님들을 찾아갔을 때마다 왜 이제야 말씀을 드렸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런 생각을 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

기실 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쨌든 그 무너짐에 완전히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구 천천히 차분하게 생각하시면 뭐든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파이팅!

5. 앞으로의 계획

저는 이번 년도에 복학했습니다. 너무너무 가기 싫었고 마주하기 싫었던 학교였지만 막상 가니까 또 나름 괜찮더라구요..!

제 계획은 병행할 직업을 마련하는 것과 연기를 혼자서 하는 것을 몸에 베게 만드는 것 이렇게 두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 연기 관련된 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현재 루틴을 고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발음, 발성과 당일대사, 기실에 매일 도장 찍기 이렇게 세가지를 졸업 이후 일단 매일같이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게 어느정도 루틴으로 고정되고 기계적으로 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나면 조금 더 한발짝씩 나아가볼까 합니다.

그 외에 연기를 계속 놓지 않고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 기존에 하던 스터디도 놓지 않고 추가로 촬영하는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포토폴리오를 발전시키고, 제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도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공격적으로 지원해보려고 합니다. 어떠한 결과를 기대하면서 하기보다는 이 또한 하나의 루틴으로 삼고 지원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시장에 대해서도 알고 제가 되는 것이 무엇이며,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채울 것들에 대해서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용!

 

졸업하고 나니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 잘하고 싶은 것, 경험해보고 싶은 것 등 너무 많은데 시간도 없고 몸도 없습니다. 이게 너무 답답했는데 단장님께서는 이게 좋은 원동력이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진짜로 좋은 원동력으로 사용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단단해지겠습니다.

[122명의 1년 변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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