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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었던 지난 날을 반성.

2022년 09월 22일 00시 01분 20초 5114 6 5 1

처음 영화를 만들 때 뭣도 모르고 너무 취해있었습니다. 

내가 만든 세계를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뿌듯했죠. 그래서 그만 창작인으로서 취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시절은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도 영화를 잘만들고 열정적인

사람이 더 나아보인다는 일종의 신자유주의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죠. 

 

배우도 영화제에서 수상하면 상금을 나눠 주겠다고 모집을 해서 

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신을 차리고 그 배우분에게도 다시 

연락을 해서 출연료를 드렸습니다.) 

같이 일하는 스텝들에게도 열정이 부족하거나 모자라 보이는 

녀석들은 속으로 엄청 무시하고 싫어했어요. 

 

부족한 영화를 만든 감독을 모여서 씹기도 하고, 

참 모자란 짓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영화의 스텝으로도 일해보고, 

면접도보고 하면서 상처를 받게 되더라구요. 

그 사람들에겐 그저 의식도 없이 무신경하게 

하는 행위일지 모르겠지만, 거친 말도, 무성의한 태도도 

임금을 체불하는 이기적인 일들도 너무 짜증이 났습니다. 

 

그후로 스스로 반성이 되더라구요. 영화란 무엇인가. 

사람을 이렇게 소모품처럼 쓰고서도 만들어져야 하는 것인가

란 생각을 먹게 됬죠. 그리고 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디션을 보면 교통비도 지급해 드리고, 

오디션에 떨어지신 분들에게도 응원하는 연락을 드렸죠. 

그리고 스텝들에게도 모두 적은 금액이지만, 최저임금은 넘는 돈을 드렸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이 너무 부끄럽고 돌아가고 싶지 않네요.

이런 저의 모습을 영화로 만들었고, 

올해 영화제에 출품도 해봤습니다. 

 

앞으론 당당하고 공정하고 따뜻하게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도 꼭 성공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부족하고 이기적인 저의 행동으로 상처드린 분들께 죄송합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2022.09.22 02:08
꼭 당당하고 공정하고 따뜻하게 영화 잘 만드셔서 원하시는 형태의 성공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이룰수 없는 꿈을 꾸고 견딜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으려한 돈키호테처럼 살고는 있지만 저도 누군가의 고통들을 발판삼아 성공하는 파렴치한 위선자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미친 돈키호테가 낫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당당하고 공정하고 따뜻하게 성공하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봤기에 더욱더 글쓴이님를 응원합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실패한 패배자의 넋두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약자에게 냉정하고 비열하며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망설임없이 약자를 잘라냅니다. 능력의 유무보다는 인맥과 경험의 유무를 더 우대해서 아예 기회조차 못 받았던 제 지인은 결국 정신의 약함으로 인해 낙향을 했습니다. 제 지인의 약함을 보호해주지 못한 죄책감에 휩싸여 저마저도 약해져서 여전히 어두운 안갯속을 혼자 걷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글쓴이님의 말씀처럼 공정하고 따뜻한 생각들을 가지신 분들이 더 많이 계실것이라고 믿으며 조금씩 조금씩 힘을 내겠습니다. 최근에 본 영화에서 내 자신을 증명하는데 돈과 명예따위는 필요없어 라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저도 돈과 명예보다는 그저 어머니께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될 수 있기를 제 자신에게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기를 희망합니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돈키호테처럼 미쳤더라도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가보겠습니다.
anonymous
글쓴이
2022.09.22 10:49
anonymous
감사합니다. 선생님 우리 꼭 성공해서 만나요.
anonymous
2022.09.23 14:27
anonymous
두 분 다 멋진 인격을 가진 선배님들 이라고 느껴집니다. 저는 배우로서 연기와 내면을 계속 갈고 닦아서 운을 한 번 잡아 보겠습니다. 언젠가 현장에서 뵙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화이팅하십쇼!
anonymous
2022.09.22 02:30
너무 다행이다 대단하지 않아서
anonymous
2022.09.24 20:46
일종의 신자유주의 이야기하는거보면 아직 정신 못차린거 같은데
anonymous
2023.01.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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