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후기,,,,기분이 너무 안좋아요

anonymous 2021.11.08 19:51:39

안녕하세요 

배우를 꿈꾸며 2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27살 청년입니다 

오늘 강남에서 오디션을 봤습니다 

2페이지 지정대본을 일주일전에 받았고 

정말 열심히 분석해서 나름 자신감도 있는 

상태였으나 역시 도착하고 나니 떨리긴 했습니다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자기소개도 나름 재밌게 준비해서 

앉아계시던 분들도 모두 빵터지고 센스있다고 칭찬받으면서 훈훈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앉아계시던 한 분이 말씀하시길 

리딩배우가 사정으로 자리에 없으니 

저 혼자 대사를 쭉쭉쭉 뱉으면서 연기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바로 큐사인이 떨어졌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당황할 기색도 없이 

연기를 시작했어요,,,


물론 집에서 연습할때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대사를 이어나가지만 

독백도 아니고

배우는 씬대사를 준비하면 아무래도 

상대방대사에 리액션을 어떻게 할지도 다 생각을 하는데 

2페이지를 마냥 혼자서 쭉쭉쭉 다 하라니,,


이 대본은 상대방과 꾸준하게 티키타카로 

이어지는 대본입니다 


제 대사를 칠려면 상대방 대사를 먼저 생각해야 했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상대방 대사까지는 디테일하게 생각이 안났습니다 

물론 대사를 외울때 책읽듯이 한줄 한줄 외우지 않았고 대본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외웠기 때문에 

못할껀 없죠 


그렇지만 긴장된 상태에서 갑자기 그런 요구가 들어오니 

머리가 정말 새하애졌습니다 

상대방 대사가 기억이 안나니 제 대사를 까먹은것처럼 

당황스러웠어요....

당연히 준비한거에 10분 1도 못보여줬고 

자괴감과 비참함이 공존하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집에 가는길이 너무 속상하네요

지금은 혼자서 쭉쭉 해보니깐 너무 잘됩니다 

그래서 더 화가나요...

씬대사를 오디션장에서 혼자 쭉쭉쭉 이어나가야 하는것도 배우의 역량인건가요.......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까요?

연기를 그만둬야되나 싶습니다 

연기를 시작하고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던 

술이 먹고싶네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