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나도 쓸모있을 수 있을까

4pb131 2021.06.06 02:22:00

오늘도 나는 여러 감독님들의 풋내기 시절, 현실이 녹록지 않아도 기회를 찾고 잡은 무용담들을 읽는다.

영화일을 하겠다며 말할때마다 설레고 두근대는 마음과는 다르게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일은 어디에 있을지를 찾다보면 금새 심장이 시큰해진다. 현장 스태프들의 유튜브를 보고, 게시판을 읽고, 구인글을 뒤져봐도 내가 할 수 있는걸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모두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길을 닦고 있을까.

새벽까지 잠못이루며 괜한 짓만 하다가, 야간촬영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는 나를 상상했다. 사수에게 한 소리 듣고, 울컥하는 눈물을 훔치고 얼른 일을 하는 나를 그렸다. 작은 일들을 배워가는 내가 빛난다.

내가 정말 촬영일을 잡을 수 있을까. 고등학교 졸업에 군대나 막 갔다온 스물 네살에 모아둔 생활비마저 떨어져가는 와중에, 내 오늘 청춘도 먼 훗날 돌아보면 애틋한 추억이 될까. 내일, 누군가는 나에게서 빛을 발견해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언젠간 나도 지금의 나와같은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어야지. 대학도 안 나오고, 제대로 아는 것도 없어도, 세상에 도전해도 된다는 용기를 갖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경력을 보는 결과는 일이 편해지겠지만, 사람을 보는 결과는 일상이 즐거워질테니까. 나 역시도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지금 나는 작고 미약하지만, 반드시 잎을 틔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