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재미있나 ^^ 재미없나 ㅜ.ㅜ

cinema 2002.01.25 19:17:59
공공의 적(公共敵)

나는 확실히 영화에 미친 놈인가 보다.

어제(목요일) 7시에 집합해서 오늘(금요일) 10시에야 촬영이 종료되었다. 꼬박 27시간 촬영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의 심신이 얼마나 피곤했을 지 상상해 보라.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내가 선택한 것은 달콤한 잠도, 따뜻한 사우나도 아닌 한 편의 신작(공공의 적)이었다.

극장에 들어서며 '졸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졸리지는 않더라.

재미있나? 재미없나?
영화를 보는 내내 자문해 본 질문이다.
분명한 건 영화를 함께 본 다른 이들보다는 재미없었고, 여느 영화들보다는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함께 보는 이들은 시종 웃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나는 가끔 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졸리지 않았던 걸 보면 분명 흥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었다.

회색분자가 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분명히 말해서 매우 훌륭한 혹은 매우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거나 범작수준에 머문 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재미있는 가운데, 때때로 아쉬운 영화였다고 하면 가장 적절한 표현일까?

설경구씨가 살려낸 강력계 형사의 캐릭터는 여지껏 어떤 한국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경찰상을 안겨주었다. (물론 "투캅스"의 안성기선배의 연기와 박중훈선배의 연기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성재씨의 악랄한 범죄자의 모습 역시 좋았다.
이성재씨는 본인을 희생해가며 상대방을 살리는 연기로 성실성을 인정받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악랄한 살인자 역할에 충실하여 설경구씨를 더욱 빛나게 했다.
다만 설경구씨의 캐릭터에 비해 매우 비현실적인 인물로 비춰졌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영화초반엔 가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별다른 동기도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약간의 설명부족으로 비춰졌다.

종종 등장하는 경찰내 감찰과 요원들은 영화의 재미는 높여 놓았으나, 완성도는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였다. 요원은 극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러한 타이밍이 썩 적절한 것 같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공의 적"은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목숨을 내걸고 민중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는 경찰의 모습을 흥미롭게 묘사해냈다.
사회 곳곳에 득실거리는 양아치를 법이 아닌 주먹으로 다스리는 경구아저씨의 모습에서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갈 때쯤엔 왠지 보수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미상관의 구조로(시작엔 나레이션으로 결말엔 화면으로) 비록 똘아이 같은 경찰이지만, 그 역시도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민중의 지팡이였다는 식의 설명이 왜 그리 거슬리는 지...

이상한 점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내가 똘아이 경찰관이라도 된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세상이 만만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뭔가 묘한 힘을 가진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ㅡㅡ;

영화를 다 본 후, 나는 또 다시 비디오방으로 향했다.
얼마전 "더 원"을 보고 실망한 이후로 이연걸의 전작 "키스오브드래곤"이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 영화도 보고야 말았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