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식탁과 여우계단 *,*

cinema 2003.08.11 03:37:00
나는 공포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한 때 공포영화 마니아로서(지금도...) 희귀 공포영화들을 찾아다니며 보곤 했다.
아직까지도 공포영화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다.
혹자는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이유는 억눌려 있는 인간의 악한 본성이 공포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는 억눌려 있는 악한 본성이 너무 많나 보다...  

각설하고,

"4인용식탁(이하 전자)"은 반드시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00양이 연출부로 고생한 작품이라 꼭 봐야한다는 사명감이 없지 않았다. ㅡㅡ;

"여우계단(이하 후자)"은 꼭 볼 생각은 없었지만, 흥행도 잘 되고, 00형이 조명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챙겨봤다.(얘기하자면 좀 복잡한데, 어쨌든 지면을 통해 먼저 알게 된 그 조명감독님이 "박봉곤가출사건" 때 조명부였던 그 형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챙겨봤다.)

전자와 후자는 주(主)가 되는 공포의 종류가 다르다.
전자가 폐부를 조여오는 공포를 주로 한다면, 후자는 '워이!'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를 주로 한다.
전자를 보고 있으면 오싹한 한기가 느껴지며 살이 떨리지만, 화들짝 놀라는 맛은 덜하다.
후자를 보고 있으면 종종 화들짝 놀라지만, 오싹한 한기가 느껴지는 맛은 덜하다.

공포영화로서 품질을 따진다면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지만) 전자가 후자보다 낫다.
전자는 씬과 씬 사이에 여백을 두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반해, 후자는 씬과 씬 사이를 비약하여 관객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한다.
전자가 현실을 바탕으로 공포를 추구하는데 반해, 후자는 판타지를 바탕으로 공포를 추구한다. 물론 전자도 판타지가 있고, 후자도 리얼리티가 있다. 현실 속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많지만, 소원을 이루어주는 의식을 통해 뭔가를 이루었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 차이다.
전자가 그물망처럼 촘촘한 연기력에 바탕을 둔 공포라면, 후자는 쇼윈도의 마네킨처럼 눈요기 연기력에 바탕을 둔 공포이다.
전자는 뒷얘기가 궁금하게 만들지면, 후자는 극중인물이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전자는 조용히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후자는 시끄럽게 떠들며 엉덩이를 떼게 만든다.

사실 후자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탄생한 작품이다. 전작의 후광에 기대어 기획되었지만, 전작의 한계 또한 떠안아야만 했다.
전자는 기획부터 참신했고, 참신한 기획을 받쳐주는 배우들로 채워졌다.
그래서 전자와 후자의 질적 차이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두 영화 모두 여성감독이 연출하였다는 건데... 잼 없음 말고. 난 재밌는데... ㅡㅡ;

전자와 후자의 공통점도 있다.
살짝살짝 지겨운 거... ^^;

아직 '까지(까다;개봉하다의 충무로 속어)' 않은 "거울속으로"가 기대된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