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봄바람", "캐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 "오~ 브라더스", "조폭마누라2" 휴...

cinema 2003.09.09 15:07:12
센스 있으신 분이라면 위의 나열이 어떤 순인지 아실 겁니다.

"불어라 봄바람"

제가 처음 영화를 하던 96년부터 알던 분이 있습니다.
참여하는 작품의 작가로 알게 되어, 감독으로, 지금은 친구 같은 분으로 알고 지냅니다.
99년 말, 한국에서도 괜찮은 판타지 영화를 해 보자는 그 분의 꼬임에 넘어가 연출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건 제 자신이 연출부인지 토크쇼의 게스트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시나리오 회의는 그 어떤 토크쇼를 방불쾌하는 유쾌함과 버라이어티함을 안겨 주었습니다.
작업도 행복했고, 뒤이어지는 술자리도 행복했습니다.
그 분은 어찌나 재미있는 분이시던지, 지금도 제가 하는 유머와 웃긴 말투는 그 분의 어설픈 흉내이기 쉽상입니다.
그러다 영화가 엎어졌습니다. 원화평이 무술감독을 할 뻔 했던 그 작품은 너무나 허무하게 엎어졌습니다.
시간은 흘러,
"빙우"의 프리프로덕션이 한창이던 작년 7월초경, 그 분으로부터 '원석아, 내 첫 작품("라이터를 켜라") 시사회 보러 와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빙우"의 포스트프로덕션이 한창인 9월초경, 그 분의 두번째 작품이 극장에 걸렸습니다. (만!감!교!차!)
저는 그 분의 형수님과도 친하고, 그 분이 아시는 분들, 심지어 한다리 건너 아시는 분들도 섭렵하고 있는 현재의 친분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불어라 봄바람"의 객관적인 감상은 애시당초 바라지도 마십시오. 어떤 평론가들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작품에 대해 엉뚱한 비평으로 독자의 눈을 흐리기도 하더군요. 저는 평론가도 아니지만, 그럴 일은 아예 없습니다.
그냥 보세요. 보고 즐기세요. 그냥 보시면 됩니다.
보시고 감동을 하던, 후회를 하던, 절망을 하던 저를 탓하지 마시고 그냥 보세요!!!
보는 게 곧 남는 거다... 제 영화철학입니다.

"캐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

오늘 어쩌다 보니 저랑 친분이 있는 분들 작품만 얘기하게 되네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되어 어설픈 영어로 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서 아는 체 하기도 민망한 분입니다.
세계 최고의 흥행 제작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그 분은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다정다감하신 분입니다.
언젠가 미국에 오게 되면, 자신의 전세기를 태워주겠다고 약속하시던 그 분...
이상 5줄은 순 '뽕'입니다. 뽕이라기 보다는 바램이겠죠. 죄송합니다. ㅡㅡ;

이미 미국에서 엄청난 흥행력을 검증받은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8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박스오피스에서 괴력을 과시하며 왔다갔다 하는 걸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디즈니에까지 실로 엄청난 흥행력을 뻗친 제리 브룩하이머의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조니 뎁의 명랑한 연기가 시종 웃음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겹지 않다는 시종잡배들의 말씀은 믿지 마세요.
솔직히 쬐끔 지겹습니다. 우리랑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구요.
영화로 따지자면, "미이라"가 훨씬 재밌죠. 박진감으로 보나 스릴로 보나 스케일로 보나...

이 영화의 꾸준한 흥행력은 무엇일까? 도끼눈을 뜨고 찾아봤지만, 없습니다.
다만, 추측하건대 "니모를 찾아서"처럼 온가족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사실이 관객들에게 어필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아, 정녕 헐리우드는 "인디아나 죤스"의 영광을 되찾을 수 없단 말인가...?

"오~ 브라더스"

99년, 군대를 제대하고, 사출공장에서 무찌요노, 악마드, 알리와 사이좋게 지내다고 복학을 했습니다. ^^;
뺀질하게 생긴 형이 학생회장을 하고 있더군요.
말빨이 장난이 아닙니다.
단편영화를 찍었는데, 이건 머리로 찍은 게 아니라 온몸으로, 그것도 피와 땀으로 완성한 영화였습니다.
2001년, 그 형은 백두대간에서 정말 괜찮은 스릴러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시나리오에 반한 저 역시 연출부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말빨은 이런 거구나...라는 걸  그 영화를 하며 배웠습니다.
말빨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에 대한 정확하고도 감각적인 비주얼은 모조리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영화가 엎어졌습니다.
역시 "빙우"를 준비하고 있는데, 투자사 케이엠컬쳐에서 공동제작(자체제작)하는 작품이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허걱! 백두대간의 멤버가 그대로입니다.
역시 "빙우"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한 발 앞서 개봉을 합니다.(만!감!교!차!)
한참 시사회를 진행하던 어느 날 그 형과 통화를 했습니다.
많이 초조해 하시더군요. 당연하죠. 첫작품이니...
홍보도 좋고, 반응도 짱이라며 몇 마디 나누곤 끊었습니다.
그러니 "오~ 브라더스"의 객관적인 감상 역시 없습니다.
그냥 보세요. 보고 즐기세요. 보시면 됩니다!
보고 나서 절망을 하던, 후회를 하던, 감동을 하던, 웃다 자빠지던 저를 탓하지 마시고 그냥 보세요!!!

"조폭마누라2"

원진 무술감독의 정반합은 그럭저럭 볼 만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허술함은 도저히 참을 수가...
1편을 보신 분이라면, 은진이 실종되면 가장 애타게 찾을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물론 수하의 오른팔(강원도 사투리로 뜬 그 개그맨)일 수도 있겠지만, 남편 박상면 아니겠습니까? 2편에서는 박상면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뭐, 논리적 당위성을 얘기하자면, 끝도 없는 작품입니다.
그저 생각없이 보면, 웃을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저도 생각없이 '헤헤' 웃었습니다.
근데 웃지 않고 욕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홍콩영화 한참 잘 나갈 때 막 만들어지던 말도 안되는 쌈마이 코메디 영화 같다는 느낌입니다. 왕정이 주로 만들었죠. ㅋㅋㅋ

즐거운 한가위 되십시오.
한 편의 영화를 보게 된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