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

bohemes 2004.10.17 00:05:53
부산까지 가서 놓쳐서 너무너무 아쉬웠던 영화중 하나가 바로 2046이다.
그래도 서울에선 영화관가면 개봉했다니까..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가 우연히 시간이 나길래
언제나 그랬듯이 "2046 한장 주세요~!!" 외쳤다. 친구들은 그런다.. 혼자 영화보는것도 좋지만..
절대로 혼자보면 청승맞을 영화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2046같은 사랑영화란다.. 그런게 어딨어.. 보면 되는거지..

암튼... 왕가위와 양조위를 화양연화땜에 알게 되고서는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2046을 보면서 그 매력은 농이 제대로 익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암튼.. 지대로 익어버린 새콤하고 달콤한
석류를 까먹은 느낌이였다.
주옥같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보는 내내 내가슴을 슬금슬금 녹아내리고
음악은 내눈에서 눈물을 만들어내려고 계속해서 귀를 자극시켰다.
2시간동안 보는 내내 어찌나 가슴 한쪽 구석이 팍팍하니 아려왔다. 맥주한잔 해줘야 좀 풀릴듯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해 집에 와서 찬찬히 정리를 해봤다.

일기장 두장을 빽빽히 써놓고 보니.. 이런...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였던거다. 내용은 전혀모르고 그냥 왕감독의 영화라고 기대하고 봐서 그랬는지...
그냥 아무 영화나 아무 소설이나 누구누구의 사람들의 연애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나오는 인물들의 연애이야기였던거다.

왜 그런거 있자나...
가슴아린 사랑을 했는데 이뤄지지 못한 남자는 진정한 사랑은 이제 없을거야 하면서 타락과 방황을 하다가
또 다른 사랑을 알게 됐는데.. 정작 그녀에게는 다가가지도 못하고 뒤에서 지켜보다가 그녀의 사랑의 완성에
살짝쿵 가슴아파해주고 자신을 사랑해줬던 다른 그녀를 만나면서 허전한 마음을 술과 함께 달래주고..
여자는 항상 진정한 사랑은 없어라면서 가볍게 남자들을 만나다가 이 남자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을거야 하지만
결국에 바보같이 맘을 뺏겨버리고는 역시 얻을수 없는 사랑이였어 하면서 상처를 받고는 떠나지만 그 사람이
허전한 맘을 달래고자 잠시 찾아왔을때 과감히 내치지 못하고는 그냥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술친구가 되어주고..

역시.. 사랑이란건 특별한게 없는가보다.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그 사랑의 포장을 얼마나 멋들어지게.. 처량하게 아련하게 만들어보이느냐의
문제였던것이다.
그 사랑이 그 사랑이고 저 사랑이 그냥 저 사랑이였던 것인가보다.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의 결말은 2047의 소설을 쓰는 Mr.Chow처럼 10시간 후에도 100시간 후에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는것 처럼 .. 해피엔딩이어야 하는지 불행한 결말을 가져야 하는지 모두 다 다르고 모르는 사랑을 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