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pearljam75 2005.03.04 0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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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jpg

나, 고백하자면,
나, 참 눈 높다.

절친한 친구들은 안다. 내가 주제도 모르고 눈이 너무 높다는 것을....

나, 또 고백하자면,
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97년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아니 그전에 <퍼펙트 월드>나 <용서받지 못한자>를 보고서였나 - 남자로 좋아했다.

저런 남자라면 매일 밤 발을 닦아주고 영원히 신실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으리.
존경할 수 없는 남자랑은 결혼할 수 없어!
그래, 결혼을 한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은 남자랑 할꺼야!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나는 얼마나 허무맹랑한가! -주제도 모르고-.

그의 인문학적, 음악적 소양에 뻑가서? 물론 그렇지만 나이 환갑에 아들을 본 에너자이저인
그를 보고 나는 환장하게 좋아할 수 밖에!

오늘 시사회에서 영화를 봤는데 정말 어르신, 많이도 늙은 듯 하지만
여전히 난 가슴이 뛰었다. 오! 저 긴 팔다리, 참 멋지기도 하셔라, 저 칼같은 콧날, 딱 황야의 무법자여,

하지만 날 노인네를 탐하는 변태성향의 여자로 보지는 마시길.

주변엔 열살이상 차이 나는 남자들과 연애를 하는 기집애들도 있지만 난 못한다.
사실 나는 주로 어린 남자애들하고 ... ....

한살이라도 많으면 부담스러워서 늘 존대말이 튀어나오는 나는 사실 연하...체질이다.



재작년 <미스틱 리버>를 보고 한동안 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의 미덕은 힘들게 짜대지 않으면서도 흥건하게 가슴을 적시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말로는 쉽게 풀이할 수 없는 그런 것을 만들어서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별 팁도 없이 가서 보게 되었는데...

그래,
이런 날은 찬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켜야겠지만, 완전히 정신을 놓고 노인네에게 경배를 해야겠지만,
내일 헌팅도 가야하고, 난 자정전에 집에 도착하여
와인과 치즈를 탐하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집착했다.

아, 취한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샘솟았던 이유는,
지금도 또 줄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유는...

이상향에 가까운 영화를 보며 가슴과 머리를 빼앗겼으나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돈만을 벌기 위해 만들어지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유일한 육체를 움직여야 한다는
비참한 현실때문이다.
존경할 수 없는 그런 필름 메이커와 함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해야 한다는
개 거지같은 ......... 내 상황때문이다.


정말 서럽다.
서러워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