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 원정기>를 보고...

pearljam75 2005.11.27 0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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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너는 내 운명>에 이어 <나의 결혼 원정기> 역시 나에게 부제는 ‘농촌총각 판타지’다.

황정민이나 정재영이나, 표현력도 부족하고 문화생활은 해 본적도 없고 농사짓고 어머니 모시고 사는,
아직까지도 몽정과 딸딸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촌총각으로 출연하지만
영화내에서는 68년생, 서른 여덟 노총각들.

등빨은 참 좋다. 듬직한 몸, 긴 다리, 흐뭇한 어깨 라인!
과거 <전원일기>의 유인촌도 마찬가지고,
그런 총각들이 농촌에 살고 있으면 그들이 우즈베키스탄에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성을 위해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나옴직한 엑스트라가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
그것은 판타지 장르를 벗어난 인간극장, 다큐 필름이 되었겠지.

마의 3분 벽을 깨지 못하는 MIT출신 남친과 사귀고 있는 가련한 나의 후배 L양의 소원은
다정하고 순박한, 넘쳐나는 힘을 주체 못하는 농촌총각과 결혼해서 밤마다 질펀하게 (질퍽하게였나?)
놀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처음 그녀의 한 맺힌 ‘3분의 벽’ 사실을 들었을 땐,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게 정말이냐, 맞고는 살아도 그렇게는 못살거다, 당장 걔랑 헤어져라,
소리를 질렀지만, 다시... 씨박, 그러고 보니 너랑 걔랑 사귄 게 벌써 몇 년이냐,
너도 어차피 걔 학벌하고 연봉보고 결혼할 마음으로 스무 살 때부터 죽자 사자 사귄 거 아냐?
근데 웬 잔말이 많아? 공부도 존나 하기 싫은 걸, 걔 학벌 맞추겠다고,
시어머니 될 사람이 며느리가 그냥 학사 출신이면 쳐진다고 할까봐 대학원 시험까지 본 거 아냐?
(그나마 똑- 떨어지고 말았다만.)

후배를 소프트하게 갈구기도 했지만 ... 내가 남 연애사에 웬 흥분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도 가끔 허벅지를 꼬집으며 서울에 있는 나에게 전화해서
팔자타령을 하는데 문제는 내년에 당장 결혼 계획이 있다는 거다...
나는 밤마다 잠 다 잤다. 그래서 남일에 흥분했다.

<나의 결혼 원정기>에는 대한민국의 표본적 진상남 캐릭터가 하나 등장한다.
바로 58년생 개띠, 마흔 여덟에 호빗과(科)에 대머리를 모자로 열심히 가리고 다니는 아저씨다.
그 아저씨는 저 멀리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도 진상을 피운다.
스물 여덟짜리 우즈벡 여자가 맞선자리에 나오자 웬 중고냐고,
좀 더 어린 애들 하고 좀 엮어달라고 징징거린다.

그런 진상들은 여자를 한국에 데려와서 아마 내 돈 내고 내 여자 사왔다,
니네가 뭔데 참견이야? 본전생각에 여자를 노예처럼 부려먹겠지?
실제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토하고 싶은 사건이 많았다.
백인에게는 친절을 베풀고 힘 좋은 흑인 앞에서는 쫄아가지고 설설 기면서
체구가 작은 다갈색 동남아 노동자들에게는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찌질이들을 본 적이 있다.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정치적인 인간들과 사회생활을 하면 자주 뚜껑이 열리기 마련,
담배를 끊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58년 개띠 캐릭터는 마다나 아줌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음반에 담기는 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대중을 휘어잡는 비즈니스적 감각, girly show,
창부나 material girl의 이미지를 팔아 돈과 권력과 명예, 정자와 딸을 얻은 여자.
코맹맹이 보컬. 주변엔 대중문화에 한 영향력 한다는 베이비 페이스나 장 폴 고띠에 같은 사람들이
득시글 득시글. 끼리 끼리.
얼마 전 새로 나온 음반 confession on the dance floor 의 Hung up 뮤직 비디오 클립을 보고
나는 놀라 자빠졌다.
저 놈에 울퉁불퉁 근육 팔뚝은 영원히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렸다, 예전에 포기했지만...
그런데.....우와! 저 터질 것 같은 탱탱한 궁둥이를 보라.
저것이 마흔 여덟 개띠 아줌마의 탄력이란 말이냐, 대답하라, 위대한 실리콘이여!
그녀는 자신보다 강하건 약하건 누구든 상관없이 강하게 굴 것이다.
찌질이나 의지박약은 ‘마다나’와는 정반대말 같다.

다시 <나의 결혼 원정기>...
멀리 우즈벡키스탄까지 가서 촬영하느라 크루들이나 배우들이나 고생 디게 많이 했겠다, 싶다.

결혼은 하셨나, 68년생 서른 여덟, 황병국 신인감독님. 안정적인 연출력이라 생각되고.
배우 수애는 또래의 골반 댄스를 잘 추는 여자 연예인들과 달라서 참 좋다.
진득하니 무게감이 있는 어린 여배우.
유준상은 참 잘 어울리는 역할을 해서 재밌었고.
정재영은 원래 좋아하는 배우인데 장동건씨나 권상우씨는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숨은 보석 아닐까 싶다.

튜브의 여섯 번째 작품 <나의 결혼 원정기>가 대박 나서
그 탄력으로 나와 절친한 아무개가 제작부로 일하고 있는 튜브의 일곱 번째 작품이
무사히 크랭크 업하고 상영되길 간절히 바란다.